사법당국, KBO 처분 타당한가? “국민들과 진실 밝힐 것”

KBO는 지난달 23일 상벌위원회를 열고 KBO 야구규약 제148조(부정행위), 제151조(품위손상행위)를 적용해 넥센의 문우람 선수에게 영구 실격 처분을 내렸다. 문우람 선수가 2015년 동료 선수 이태양(당시 NC 다이노스)과 브로커에게 경기조작을 제안했다는 혐의였다.

인터뷰 중인 문우람 선수

 

문우람 선수는 즉각 “가당치도 않다”, “너무 억울해서 국민청원을 통해 조작된 사건의 진실을 규명하려 한다.”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문 선수는 “클럽에서 조 모 씨를 우연히 만났지만 스포츠 에이전시 준비하는 사람이고 본인의 팬이라고 접근했으며, 저 뿐만 아니라 많은 프로선수들과 함께 클럽에서 술도 사주어 돈 많은 형님으로 알았다.”고 말했다.

수사기관에서 조 모 씨도 자신을 스포츠에이전시를 준비하는 사람으로 소개했다. 그래서 다른 선수들도 그런 줄만 알았다고 진술했다. 그런데 조 모 씨는 불법 스포츠도박 사이트에 배팅을 하는 자금책 최 모 씨로부터 자금을 지원받아 그 돈으로 선수들에게 술 사주면서 그동안 정에 못이긴 선수들이 승부조작 제의를 거절하지 못하게 한 후 수익금을 받는 전문 브로커였다. 실형 선고를 받는 최 모 씨는 검찰 조사와 법정에서 이 모, 정모, 김 모 등 유명 투수가 선발인 경기에 자신이 배팅했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검찰은 이들 투수들은 전혀 수사하지 않았다.

문우람 선수는 이처럼 처음부터 조 씨가 승부조작 브로커인 줄 몰랐는데 자신이 어떻게 승부조작을 제의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문 선수는 “수사기관은 초기에 이 모 투수와 조 씨가 문우람 선수는 승부조작에 가담한 사실은 없다고 진술했는데도, 전화통화 기지국을 통해 이 모 투수와 조 모 씨 그리고 문우람 선수가 동일 장소에 있었다는 점을 기초로 범죄를 재구성한 건 잘못”이라고 반발했다.

문우람 선수는 “수사기관은 조 씨 핸드폰을 복구한 자료에서 술집서 부적절한 관계가 드러난 사진을 가지고 선수들을 조사하겠다거나, 조 씨에게 승부조작 여부를 대대적으로 조사할 것처럼 압박해 진술을 번복토록 했고, 투수 역시 수사에 적극 협조해야만 선수생활을 유지할 수 있다는 생각에 진술을 번복했다는 증언 자료들이 있다”고 말했다.

다시 정리하면, 문우람 선수는 조 씨를 승부조작 브로커로 전혀 알지도 못했음으로 승부조작 제의자체가 성립될 수 없다는 것. 또 동석한 사람들도 첫 진술에서 문우람 선수는 전혀 관계가 없다고 진술했다는 점이다. 특히 이 모 투수는 선발투수가 아닌 불펜투수인데 선발투수로 나올 것을 예상해 승부조작을 먼저 제의했다는 것은 앞뒤가 안 맞는다고 지적했다.

넥센 시절 문우람선수

 

특히 문우람 선수가 승부조작을 제의했다는 특정일이 아닌 이틀 후에야 선발출전을 통보받게 되었고, 투수 역시 선발 출전을 위해서는 사흘 후 통보받는 것이 야구계 정석인데 문우람 선수가 어떻게 무슨 힘으로 불펜투수가 선발투수가 될 것이라고 예상해주고 승부를 조작해 브로커인 줄도 모르는 조 씨에게 먼저 제의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그래서 문 선수는 “이 수사는 모두 허위사실에 해당한다.”고 강조했다.

그럼 문우람 선수는 어떻게 유죄 확정판결을 받고 KBO로부터 철퇴를 맞았을까? 문 선수는 “수사기관에서 군인 신분인 저를 제외하고 이 모 투수와 조 씨를 공소 제기했고 결국 두 사람 진술만을 토대로 승부조작에 가담한 것으로 결론내 사실인 것으로 1심 법원에서 인정되어버렸다.”면서 “이렇게 억울한 일이 어디 있어요? 억울해도 너무 억울해요. 제가 야구선수가 되고자 얼마나 고생했는데...가정 형편도 어려운데 부모님은 오직 저 하나만 바라보고 여기까지 왔는데...정말, 정말 너무 억울해서 마지막으로 국민들께 호소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모 투수 역시 1심 유죄판결 후 승부조작은 사실이 아니라며 항소를 제기했다. 그러나 1심 그대로 사실로 확정됐다. 군사법원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이 모 투수는 “구단 뿐 아니라 검사와 변호사가 자수하고 수사협조하면 선수생활을 유지시켜 주겠다는 말해 그 말만 믿고 허위 자백했다.”라고 증언했다. 결국 이 사건은 먼저 판결 받은 이 모 투수의 잘못된 전제에 묶여, 문우람 선수가 희생양이 되었다는 것이 야구인과 법조계, 언론계의 대체적인 견해다.

이런 여론이 설득력을 얻는 것은 문제의 투수와 브로커도 수사과정에서 “문우람은 사건과 관련이 없다.”라고 증언한 자료가 남아 있기 때문. 그리고 문우람 선수 역시 ‘국민 탄원서’라는 제목을 정해 국민을 상대로 직접 호소하고 나선 그 진정성에 동의하고 있는 분위기 때문이다.

문우람 선수는 “본인이 이 사건 승부조작과 전혀 관련이 없었음에도 민간 법원의 유죄확정판결을 깨고 달리 판단할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른 지극히 억울한 희생양”이라면서 “그래서 더 억울한 것이고 저를 제외한 수사기관 수사방식과 진술을 번복한 자들의 진술을 토대로 유죄판결을 내려 평생 주홍글씨가 새겨져 살 수는 없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문우람 선수 측 유재문 변호사(법무법인 그린)는 이 사건에 대해 “브로커 조0식이 먼저 이 모 선수에게 승부조작을 제의해 승부조작이 이루어진 것이 이 사건의 진실”이라면서 “문우람과 이 모 선수 간에 승부조작 대가로 무엇을 받았는지 서로 통화하거나 연락한 사실이 없는 고 이 모 선수와 브로커 조 씨가 수사방향에 따라 사실과 다른 진술을 법정에서 번복하면서도 문우람 선수에게는 사실대로 승부조작과 관련이 없다고 증언했음에도 문우람 선수를 유죄 판결한 도저히 승복할 수 없는 판결”로 결론지었다.

문우람 선수에게 영구실격처분을 내린 KBO

 

문우람 선수 문제는 인권과 처우문제가 척박하고 야박한 스포츠계에 사회적 이슈로 부상했다. 묵묵히 이 사건을 지켜보는 이름 모를 연습생과 스타, 그들만의 리그에서 그림자처럼 살아가는 다수의 힘없는 선수들 눈길과 마음을 헤아린다면 정부와 사법당국, KBO와 구단이 한번쯤 심각하게 되새김질해봐야 할 사건이다.

문우람 선수는 “앞으로 청와대와 언론, 제가 태어난 고향과 저를 아끼고 지원해준 모든 야구인들과 더 이상 억울한 선수가 나오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포기하지 않고 진실을 찾아 싸울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데일리스포츠한국 11월 5일자 1면 머리기사
데일리스포츠한국 11월 5일자 2면 연속기사

 

한편, 문우람 선수를 영구실격 처분한 한국야구위원회(KBO)가 너무 성급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물론 법원 판결에 적시된 사실에 대해 다투고 재심청구를 준비 중이라는 점을 감안해 문우람 선수에 대한 징계를 다시 심의할 예정이라는 입장도 덧붙였다.

문우람 선수는 1992년 광주광역시에서 태어나 2011년 넥센 히어로즈에 연습생 출신으로 입단했다. 2015년도 5월 팀 선배에게 머리를 안 잘랐다는 이유만으로 방망이로 머리를 구타당해 뇌진탕으로 운동을 못했다가 2군에서 1군으로 복귀했다. 뇌진탕 후유증으로 경기를 못 뛰던 그는 넥센과 8000만원 연봉협상 후 2년간 상무 야구단에서 활동했다. 그리고 프로야구와 사회적 편견의 겨울바람이 쌩쌩 부는 한복판에서 싸우고 있다.  박상건 유승철 최정서 기자

박상건 최정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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