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NC 이태양선수 양심선언 기자회견, “문우람은 희생양”

전 프로야구 NC 다이노스 이태양 선수는 10일 오전 9시 30분 프레스센터 19층 기자회견장에서 전 넥센 문우람 선수 관련 양심선언 기자회견을 열고 문우람이 KBO로부터 영구 실격 처분을 받은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태양과 문우람은 2015년 승부조작에 가담한 혐의로 유죄 확정판결을 받았고, KBO 상벌위원회는 이를 근거로 영구 실격 처분을 내렸었다(관련기사. 11.4일자. 1면 머리기사 “문우람, ‘억울해도 너무 억울합니다’ 국민들께 호소”).

전 NC 이태양 선수가 기자회견에서 문우람은 승부조작과 무관하다고 말하고 있다.

 

90쪽에 달하는 사건기록과 녹취록 일체를 실명으로 공개한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태양은 먼저 마이크를 들고 “야구팬과 국민 여러분께 죄송하고 깊이 반성한다”며 고개를 숙인 뒤 “제가 이 자리에 선 이유는 제 잘못으로 억울한 누명을 쓴 문우람 선수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서”라고 회견 목적을 분명히 밝혔다.

이태양은 평소 클럽으로 자주 불러내며 스폰서 역할을 자처한 브로커 조 모씨가 승부조작을 제의해 가담하게 됐지만 “우람이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것이 진실”이라고 강조했다.

넥센시절의 문우람(사진=연합뉴스)

 

이태양은 “2016년 팀 훈련 중 구단 팀장이 자수하라 해서 자수했고 검사가 브로커 조 모씨가 우람이 통장에서 천만 원이 인출됐다고 허위사실을 전달해 순간, 우람이에게 속은 줄 알고 ‘우람이도 알고 있었던 것 같다’라고 진술해버렸다”고 말했다.

이태양은 “이후 우람이에게 검사가 네 통장에서 대가성 금액 천만 원이 나왔다고 하더라고 되묻자, 우람이는 자신의 통장기록 조회까지 동의해 조사했는데 아무것도 발견되지 않았는데 무슨 말이냐?라고 반문해서 그때서야 검사에게 속았다는 것을 알았고 검사에게 진술을 번복하려 했지만 말을 들어주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태양은 “제가 구단이 소개한 변호사에게 우람이는 승부조작에 관여한 바 없다고 말하면 제 말을 잘랐고 검사에게 다가가 무언가를 이야기한 후 우람이를 제외하고 조사를 진행했다.”고 당시 수사과정을 설명했다.

11월 본지와 인터뷰 중인 문우람

 

이태양은 “담당 변호사는 우람이 이야기를 하면 네가 불리해진다면서 우람이 관련 진술을 막았고 심지어 그런 진술을 고집하면 너를 바로 긴급체포할 수 있고 더 이상 변호해줄 수 없다며 겁박했다”고 털어놨다.

이태양은 “검사는 만약 네가 더 이상 우람이 무죄를 주장하지 않으면 야구선수로서 활동을 지속할 수 있도록 도와주겠다고 말했다”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람이는 죄가 없다고 진술을 번복하려하면 검사는 이미 수사가 종결됐고, 군 검찰에 이첩되었으니 친구를 살리려면 거기서 잘 변론해 보라 했고, 검사와 변호사는 모두 사건을 빠르게 끝내려고만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브로커 조 모씨는 수사 중에 수갑을 찬 모습을 보여주며 너도 수갑 차기 싫으면 자신의 진술에 따라 진술하라고 강요했다.”고 폭로했다.

이태양은 검찰 조사 후 “구단 팀장이 KBO 규정상 자수하면 제명이 되지 않을 거고, 언론에도 반박기사를 써주며 같이 싸워주겠다”며 “구단을 믿고 걱정하지 말라고 해놓고는 오히려 저에 대한 악의적인 인터뷰를 해 보도가 나갔다.”고 폭로했다.

이태양은 1심 재판 전, 모친과 함께 변호사 사무실을 찾아가 “문우람은 죄가 없다는 사실을 밝혀달라”며 사실 확인서를 제출했다. 변호사는 “우람이 이야기를 계속하면 더 이상 변호를 할 수 없다”고 해서 결국 임의로 ‘사실 확인서’를 1심 재판부에 제출했다. 이태양은 “재판 도중에 판사가 사실 확인서 건을 확인하는 질문을 하자, 변호사는 모르는 일이라며 변호해주지 않았고 결국 패소했고, 담당 변호사는 더 이상 변호하지 않겠다며 찾아오지 말라 했다.”고 폭로했다.

이태양은 다시 새 변호사를 선임해 항소를 진행했고 새 담당 변호사는 재판기록과 조서기록을 본 후 “1심 변호사가 대체 무엇을 변호했느냐? 왜 우람이를 증인신청하지 않았느냐?”라고 되물었다면서 그래서 뒤늦게 문우람을 증인으로 신청하게 됐다고 그 배경을 설명했다.

2심 재판 후, 이태양은 영구제명 된 사실을 언론보도로 접했고 이태양은 “KBO 상벌위원회에 왜 당사자를 참석시키지 않고 연락조차 안했느냐고 물었는데, KBO는 구단에 연락처를 물었으나 전화번호가 바뀌어 연락이 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태양은 2015년부터 현재까지 동일한 전화번호를 사용 중인데 NC구단이 고의적으로 통화를 차단시켰다고 주장했다.

이태양에 이어 승부조작 건으로 유죄판결이 확정돼 KBO로부터 영구실격 처분을 받은 전 넥센히어로즈 외야수 문우람도 기자회견에 나섰다. 문우람은 초등학교 2학년 때 야구를 시작, 청소년 국가대표 출신이고 넥센 연습생 출신으로 외야수로서 3할 대 타율을 넘나들며 1군 주전경쟁에서 밀리지 않았던 촉망받는 선수였다.

그런 그가 2014년 시즌을 마친 겨울 무렵, 팀 선배 강00, 문00, 후배들과 함께 강남에 위치한 한 클럽에 놀러가면서 야구인생이 꼬였다. 클럽에서 처음 만난 사람은 평소 야구를 좋아하는 팬이라면서 선수일행과 사진을 찍자고 요청해 어울렸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그가 문제의 승부조작 브로커 조 모씨였다. 조 씨는 그날 사진을 함께 찍어줘 고맙다면서 술값을 계산했다. 문우람 팬이고 유망선수 스폰서로서 경기 할 때 보러가고 싶다면서 서로 전화번호를 건네는 사이가 되었다.

조 씨는 문우람에게 야구 에이전시, 매니지먼트를 준비하는 사업가이고 에이전트를 설립하면 관리할 선수들이 필요하니, 친한 선수들을 소개하라면서 스폰서를 하고 싶다고 누누이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금 쓰는 술값과 선물은 모두 미래를 위한 투자이고 선수들 FA때 FA금액의 7%를 달라”고 말했다.

기자회견 중인 문우람

 

그러던 2015년 시즌 중인 5월경 문우람은 머리카락을 길게 하고 다닌다는 이유로 팀 선배에게 야구방망이 폭행을 당했다. 머리를 7차례 얻어맞아 뇌진탕 증세와 얼굴이 심하게 부어 경기에 나갈 수 없었고, 끝내 2군 훈련도 어려워 집에서 쉬면서 병원치료를 받았다.

그렇게 힘든 시간을 보내던 문우람에게 조 모씨는 자주 불러내 위로 명분으로 쇼핑을 했고 운동화, 청바지, 시계 등을 선물로 건넸다. 나중에 이것은 승부조작 대가로 둔갑했다. 문우람은 승부조작 사건이 터진 후 창원지검에 참고인 조사를 받았다. 참고인 조사라서 가볍게 생각해 구단에 알리지도 않았고 변호사 선임을 고려하지 않았다. 그런데 막상 조사를 받자 그는 이태양에게 돈을 전달하고, 승부조작 대가로 브로커에게 천만 원을 받은 걸로 돼있었다.

검사는 이태양에게, “문우람 계좌에서 돈을 인출해서 너에게 준거”라고 거짓정보를 흘렸고 이태양은 문우람과 조 씨가 먼저 공모한 것으로 오해했다. 검찰은 문우람과 이태양, 조 씨가 같이 있던 유흥업소에서 승부조작을 모의했다고 단정했다. 이태양은 나중에 검찰에 속았다고 확신해 진술번복을 여러 차례 시도했지만 묵살 당했다. 그리고 창원지검은 속전속결로 사건브리핑까지 빠르게 진행해 ‘프로야구 역사상 선수가 승부조작을 제의한 최초의 사건’으로 기록됐다. 그렇게 문우람은 유죄가 확정됐다.

그 때만해도 문우람은 군사재판에서 진실을 밝힐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문우람은 상무에 복무 중이었는데 도주우려가 있다며 6개월간 구속됐다. 군사법원 1심에서 벌금 천만 원을 받아 군사고등법원에 항소했지만 재판기일을 계속 연기되다가 거주지인 광주고법에서 항소심을 진행했지만 기각되었다. 문우람은 마지막 희망으로 대법원에 상고했지만, 그 희망도 무너졌다.

문우람 선수에게 영구실격처분을 내린 KBO

 

KBO 상벌위원회는 이들 두 선수의 증언, 재판 자료들을 살펴본 결과, 문우람이 브로커로 생각되지는 않는다고 밝히면서도 대법원에서 형이 확정되었기에 영구실격 징계는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취했다.

데일리스포츠한국은 KBO에 기자회견 전에 다시 한번 공식입장을 요청했고 KBO 측은 “문우람 선수 문제를 중요한 사건으로 생각한다. 현재 관련 내용을 다시 자세하게 살펴보고 있다. 선수 생명이 달린 사안이니 신중히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당시 KBO가 내린 결정이 성급하거나 과도했다고 생각지 않느냐는 질문에는 “대법원 판결에서 벌금형을 받아 부정행위, 품위손상행위 조항에 해당돼 처리했으나 상벌위원회를 다시 열 계획”이라면서 “만약 관련 혐의가 사실이 아니라고 밝혀진다면 상벌위원회를 다시 열어 선수복권도 생각하고 있다. 그렇더라도 품위손상에 대한 책임은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문우람은 기자회견 말미에서 “어떤 변명을 하더라도 모든 게 저의 불찰이었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낀다”면서 “지금도 간절한 꿈인 야구를 하고 싶고 영영 기회가 없을지라도 진실을 밝히는 데는 결코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결백과 진정성을 강조했다.

박상건 유승철 김백상 최정서 기자(관련 기사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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