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 고구지의 관리소 오른쪽 길에서 바라본 고구지 얼음판 모습으로 약 100명의 꾼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다.(사진=월간낚시 제공)

교동도 가는 길은 편해졌다. 4년 전만 해도 겨울 얼음낚시를 위해 고구지에 가려면 강화 하점면 창후리에서 꼭두새벽부터 줄을 서서 배를 기다려야 했다. 그러나 이제는 다리(교동대교) 하나만 건너면 된다. 물론 군부대의 검문소를 통과해야 하는 건 그때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강화군청을 지나 송해면-하점면소재지를 통과해서 서북쪽으로 가다보면 인화삼거리가 나온다. 여기 군 검문소에서 민통선 출입증을 발급받아야 한다. 

“여기 씨알이 왜 이렇죠?”

지난 1월 6일. 오전 일찍 길을 나선 나는 오전 햇살을 등지고 교동대교를 건넜다. 여기서 구구지까지는 5km 거리. 고구지 상류 관리소 앞 언덕에 올라서 오른쪽 고구지 얼음판을 보니 줄잡아 100여 명의 꾼들이 넓게 퍼져있다. 그러나 난정리로 넘어가는 길에서 본 고구지 상류 수면에는 아무도 없다. 예전 같으면 얼음낚시 시즌 초반, 꾼들은 주로 여기, 즉 고구지 상류의 작은 저수지에서 구멍을 뚫었다.
관리소 부근에 차를 대고 고구지 본 수면, 즉 큰 저수지로 걸어 내려갔다. 얼음은 꽤 두꺼워보였다. 실제로 꾼들이 뚫어놓은 얼음 구멍은 그 두께가 20cm는 족히 돼 보인다. 중소형 낚시회 단위로 출조를 한 꾼들이 삼삼오오 모여 얼음구멍에 세워둔 찌를 바라본다. 여기 저기 챔질 하는 모습도 보인다.
그런데…, 낚이는 씨알이 어째 예전만 못 하다. 얼음구멍에서 올라오는 붕어는 그 씨알이 커봐야 준척급이다. 
“글쎄…, 이사하게 씨알이 자네요. 입질은 심심찮게 들어오는데….”
서울 청담동에서 왔다는 김기성 씨도 의아해 한다. 
중류를 지나 제방 오른쪽 산 밑으로 가 보니 거기도 고만고만한 씨알의 붕어가 얼음그릇이 올망졸망 담겨있다. 오전 9시 반. 고구지 얼음판 위에 있는 꾼들 중에는 허탕을 친 사람은 거의 없다. 많이 낚은 꾼은 오전 2시간에 20여 마리를 낚기도 했다. 즉, 꽝은 없다. 대신 월척도 없다. 

꽝은 없지만 월척도 없다

제방 쪽으로 가 본다. 고구지 얼음낚시가 절정일 때 가장 많은 월척, 혹은 4짜급 대형붕어를 배출하는 포인트다. 그러나 그곳도 마찬가지. 굵어봐야 준척급이 최고 씨알이다. 마침 입어료를 받고 있는 관리인 박종국 씨가 보인다. 비로소 나는 그에게 지금의 고구지 씨알비밀(?)을 엿들을 수 있었다.
“3년 전에 왜, 전국적으로 가물었잖아요. 그때 여기도 거의 바닥을 보였어요. 그때부터 다시 조금씩 자원조성을 한 거예요.”
박종국 씨는 그러나 월척 씨가 아예 마른 건 아니라고 한다. 
“오후에 보시면 씨알 큰 것들이 좀 나올 겁니다. 2시 이후에 큰 게 잘 낚여요.”
그러나 내 눈에는 그럴 조짐이 보이지 않았다. 그 넓은 얼음판을 한바퀴 둘러 본 후 나는 고구지를 빠져나왔다. 그때 관리소에서 방송을 하는 박종국 씨의 목소리가 들린다. 
“오늘 낚시는 여러분의 안전을 위해 오후 3시까지만 운영합니다. 이점 양해 바랍니다.”
교동도에서 사실상 얼음낚시가 가능한 곳은 고구지 뿐이다. 인근 죽산포수로나 난정지는 공식적으로 낚시금지구역이다. 그런데 고구지에서는 오후 3시면 낚싯대를 접어야 한다. 고구지를 찾는 얼음낚시꾼들의 목적은 과거부터 지금까지 단 하나다. 한 마리라도 월척급 이상 대형 붕어 손맛을 보는 것. 그러나 1월초 현재 고구지는 과거의 그 대형붕어터가 아니다. 그리고 관리소에서는 2만원의 입어료를 받고 있다.  

월간낚시 김동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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