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속인 '혜경궁' 김혜경(사진=리빙TV DB)

 1982년 한미수교 100주년 기념사업 문화사절단으로 미국 공연장에서 국제적인 스타가 된 나라 만신 김금화 씨의 조카딸이자 많은 공부를 하사받은  ‘국가무형문화재 82-나호 서해안 풍어제 배연신굿 대동굿 이수자 김혜경 무속인 ‘만신 인생’ 이야기.

만신 김금화의 예언과 무녀의 길을 걷다

김혜경 씨는 어린 나이에 아버지를 여의고 신병(무병)을 앓기 시작했다.  13~14살 때부터는 옆집인 고모(김금화) 집을 지나가다가 작두에 오르신 고모(김금화)와 마주치게 되면 두 눈을 부릅뜨고 “너는 내 뒤를 따르라”, “넌 무당의 길을 가야 한다”라고 청천벽력같이 소리를 지르시는 고모의 모습을 볼 때가 많았다.

그녀는 고모와 만날 때마다 “무당이 되어야 하는데…….”라는 얘기를 자주 들어 같이 마주 보고 밥을 먹는 것도 무척 어려웠다. 바로 두 집 건너 집에 살며 옆에서 만신이신 김금화 씨의 고초를 생생하게 보아왔기에 "무당이 되어야 한다"라는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늘  마음이 괴로웠고 “왜 하필이면 나한테 무당이 되어야 한다고 하지? 나는 절대 죽어도 무당이 안 될 거야!”라고 다짐했다.

김혜경 씨는 가난한 집안 형편으로 초등학교를 빠듯하게 졸업했고, 장사를 하며 고모를 돕는 어머니 대신 직장을 다니고 집안 살림을 하며 평범하게 생활을 했다.  20대 초반에 가정을 꾸려 슬하에 아들 두 명을 낳아 기르던 중, 25~26살에 신병을 크게 앓아 말문이 터지면서부터 김혜경 씨의 인생은 크게 변하게 됐다. 근자에는 '신병(무병)의 증상들을(질병, 금전문제, 가정파탄 등등) 해결하기 위해 '신내림'을 받게 되는 경우들이 많지만, 과거에는 말문 통신이 되어야 신내림을 받을 수 있었다.

이때부터 김혜경 씨는 꿈을 꾸면 현실에 그대로 드러나기 시작했고 말문이 열리면서 동네를 돌아다니며 사람들을 붙잡고 보이는걸. 말해주고 점을 봐주고 했다. 그리고 갈 곳도 없는데  배낭에 쌀과 술, 사탕 등을 넣어 짊어지고 집안을 돌아다니며 맴돌고, 배가  아파 병원에 가면 원인을 알 수 없다고 하여 치료도 받지 못하고 돌아오기 일쑤였으며 자주 식사를 하지 못하여 몸이 부쩍 마르고 밤에는 잠을 자지 못하는 고통을 겪었다.

29살이 되던 어느 날 김혜경 씨의 어머니께서 신병으로 고생하는 딸(김혜경)을 보다 못해 당시 서울 이문동에 사시는 고모에게 전화를 드려 신내림을 받으러 가니 “응, 너 올 줄 알았다”라고 말씀했다.

당시 만신 김금화(김혜경의 고모) 씨는 김혜경 씨의 외증조할머니이시자 이북에서 무당을 하셨던 김천일 할머님의 신을 모시고 계셨는데, 대물림되는 것을 미리 아시고 마음의 준비도 하셨지만 막상 상황이 닥치니 고모(김금화)께서도 처음에는 조금 당황했다. 당신(김금화) 대에서 무당이란 것이 끝났으면 좋았을 텐데 조카딸(김혜경)까지 무당의 길을 걷게 된 것에 대해 고모(김금화)도 많이 마음 아파했고, 김혜경 씨도 어려서부터 갖은 풍파를 겪으며 가난한 삶을 살며 무속인의 인생을 피해 다녔지만 결국 무속인 이 될 팔자인지 결국 신내림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미신타파 운동

무속은 일제강점기 조선총독부에 의해 식민지정책의 일환으로 연구하여 탄압을 시작했다. 1970년 ‘경제적인 부와 함께 정신적으로도 건전하고 품위 있는 안정된 문화생활을 추구한다'는 목표로 시작된 새마을운동 기간에 국가적으로는 신당을 부수고, 사람들은 어떤 곳에서 굿이 진행되는 걸 보면 경찰에 신고하는 등 본격적인 ‘미신타파 운동’이 시작됐다.

그로 인해 수많은 무당들이 ‘경범죄 처벌 법’으로 잡혀가고 며칠간 구류되었다가 벌금을 물고 풀려나는 모진 고초를 겪게 되고, 한국의 민간신앙인 무속을 크게 약화시키고 악화시키는 매우 큰 계기가 됐다.

만신 김금화 씨는 이러한 시대에도 여러 차례 사람들의 요청으로 굿을 하다가 경찰에게 잡혀가거나 창문으로 도망가는 일이 부지기수로 있었다고 하며, 굿을 하면 문 앞에 망태할아버지가 집게를 딱딱 벌리면서 사람들이 지나가지 못하게 막는 일도 있었고, 남에게 손가락질을 받는 일들을 많이 겪었다. 그럴 때마다 김혜경 씨의 어머니께서 김금화 씨를 따라다니며 수발하고 궂은일을 하며 보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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