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욱 씨가 에기에 올라온 씨알 좋은 호래기를 들어 보인다.(사진=월간낚시21 제공)

겨울 밤낚시의 꽃 호래기 시즌이 열렸다. 예전에는 시즌 시작과 함께 호래기 대박 소식이 줄을 이었으나 최근 몇 년 동안 호래기 낚시는 단 한 번도 대박인 적이 없었다. 고작 두 자릿수의 호래기를 낚는 것만으로도 모두가 대견해 하는 저조한 조황 일색이었다. 이제는 어지간히도 기대치가 낮아져 있다. 
그런데 신기한 건, 이렇듯 좋지 않은 상황에서도 몇 마리의 호래기가 낚이면 꾼들은 그걸로도 좋아한다. 그게 낚시의 성공으로 인증되면서 꾼들의 만족도는 오히려 높아지는 것이다. 이른바 ‘어한기 시대’다. 

가장 쉬우면서도 막연한 낚시

매년 대상어가 바뀌는 시즌이면 그 씨알이나 마릿수에 상관 없이 ‘단 한 마리라도’라고 외치며 입문을 시도하는 꾼들의 움직임은 분주하다. 
그런데 호래기낚시는 인기 있는 장르이긴 하지만 여전히 독립된 지위로 인정받지 않고 있는 게 현실이다. 겨울 짬낚시 정도로만 여겨지기 게 호래기낚시라서 입문자를 위해 낚시 방법을 설명하기도 다소 애매하다. 
대개의 호래기낚시는 이 낚시 저 낚시에서 빌려온 방법들의 조합으로 현장에서 응용된다. 따라서 어느 정도 낚시를 알고 시작한 꾼들에게는 딱히 가르칠 것이 없는 게 바로 호래기낚시다. 그러나 아무 것도 모르는 꾼들에게는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설명하자면 막연한 게 또 호래기낚시다. 
그래서 이번 호에는 호래기 시즌을 맞아 아무 것도 모르는 입문자라도 그저 따라만 하면 호래기를 낚을 수 있는 다이제스트를 만들어 보았다. 

1. 호래기

호래기는 ‘반원니꼴뚜기’와 ‘참꼴뚜기’ 등 몸길이가 10cm 정도 되는 작은 꼴뚜기를 일컫는 경상도 사투리다. 겨울철 한국의 남해안에서 잡히는 호래기는 대부분 반원니꼴뚜기다. 11월 말부터 이듬 해 1, 2월까지 연근해에서 많이 잡힌다. 

2. 사용장비

① 로드 | 볼락 루어루드 또는 1.5~ 2.5호 정도의 에기 운용이 가능한 UL~L 파워 로드. 과거에는 감도가 좋은 튜블러 로드가 선호되었지만 최근에는 훅세트가 유리한 솔리드 타입의 로드가 많이 쓰인다. 길이는 6~7피트 내외.

② 릴 | 1000~2000번 소형 릴. 기어비나 견인력은 문제 되지 않는다. 장시간 사용에 피로도가 적고 조작성이 뛰어난 소형 릴이면 유리하다.

③ 라인 | PE합사 또는 폴리에스테르 라인. 폴리에스테르 라인은 최근 전갱이 루어낚시에 많이 사용면서 각광 받는 라인이다. 합사와 같이 연신률이 거의 없으며 가늘다. 직진성이 뛰어나고 비중이 커서 물에 가라앉은 성질이 있다. 대신 합사보다 강도가 많이 약해서 사용상 주의가 조금 필요하다. 중층 이하에서 집어가 되거나 조류가 강하고 바람이 불어 원하는 포인트에서 채비가 밀려날 때, 손끝으로 선명한 입질을 받기에는 폴리에스테르 라인이 PE합사보다 낫다.

3. 채비

① 생미끼 카본 바늘 채비 | 민물새우를 꿰어 쓰는 가장 보편적인 호래기 낚시 채비다. 폴링 속도를 조절하기 편한 카본 대바늘을 많이 쓴다. 카본 바늘을 이어서 2~3단으로 운용하기도 한다. 맨 아래나 기둥줄 중간에 조개봉돌을 달아 폴링 속도를 조절한다. 시즌 내 가장 효과적으로 쓰인다.

② 에기 단독 채비 | 원래 호래기 낚시는 라이트 에깅의 범주에 든다. 일본에서도 소형 에기 1개 만 쓰면서 액션을 이용해 섬세한 감각으로 작은 오징어류(꼴뚜기)를 낚는다. 한국에서도 초창기에는 1.5~2.0호 에기로 호래기를 낚았다. 그러다가 지금은 효율성의 문제로 거의 쓰지 않게 되었다.

③ 생미끼 + 슷테 하이브리드 채비 | 재미와 효율을 함께 노릴 수 있는 채비다. 현재 호래기 낚시를 할 때 가장 많이 사용되는 채비. 전통적인 호래기 포인트가 아닌 곳에서는 호래기의 입성 유무를 먼저 확인해야 하므로 입질이 빠른 생미끼를 함께 쓴다. 이후 집어가 되면 1~2단의 가짓줄에는 슷테를 달아 빠르게 호래기 마릿수를 채운다. 슷테를 함께 쓰므로 간간이 액션을 연출하는 재미가 있다.

④ 슷테 + 에기 2단 채비 | 기본채비는 위에서부터 수중집어등 – 슷테 - 에기 순으로 배열한다. 시즌 초에는 1.2호 슷테와 1.5호 에기를 쓴다. 최대한 침강속도가 느린 것이 유리하지만 시즌이 절정에 달하면 씨알 선별을 위해 점점 큰 호수의 에기를 사용한다. 조류에 따라 침강속도를 달리한다. 가장 많이 쓰는 루어 전용 채비.

⑤ 슷테 + 다운샷 채비 | 호래기의 움직임이 바닥층에서만 보인다면 다운샷으로 공략을 할 수도 있다. 바닥에서 일정한 수심층을 계속 유지하며 조류의 흐름에 에기의 움직을 맡기는 것도 주효한 테크닉이다.

⑥ 발포찌를 이용한 침력 조절 채비 | 학공치 낚시에 주로 쓰이는 소형 발포찌는 미세한 부력을 가지고 있어서 호래기 채비의 침력을 조절하기에 좋다. 활성도가 낮을 때는 폴링 속도가 느릴수록 입질 확률이 높으므로 봉돌과 발포찌를 쓰면 원하는 폴링 속도를 얻을 수 있다.

4. 액션

① 고정 | 생미끼 단독, 혹은 생미끼를 포함한 채비를 쓸 때는 굳이 액션 연출이 없어도 호래기가 입질한다. 물론 반드시 집어등을 켜야 한다는 게 전제다. 로드를 상하로 가끔 움직여 주는 것 뿐 다른 액션은 필요 없다. 조류가 있다면 손을 대지 않고 민장대 낚시하듯이 고정시켜 두는 편이 빠른 입질을 받는데 유리하다. 입질이 약을 때 효과적이다.

② 슬로우 저크 & 드리프트 | 짧고 느린 저킹 후 여유 줄을 주지 않고 조류에 따라 채비를 흘리는 방법이다. 커브 폴링을 하는 도중에 입질이 들어온다. 입질 파악이 쉽고 액션 구사가 간단해서 가장 널리 쓰인다. 호래기 활성도가 높을 때 쓰면 효과적이다.

③ 폴링 & 릴리즈 | 최근에 많이 사용하는 액션 패턴이다. 느리고 약한 저킹 후 여유 줄을 넉넉하게 주면서 최대한 폴링에 영향을 주지 않고 채비를 바닥까지 내려주는 패턴이다. 프리폴링하는 채비는 호래기의 입질이 강하지 않으면 감각적으로 잘 알 수 없지만 수중 집어등의 움직임으로 입질을 파악할 수 있다.

5. 집어등의 활용

호래기 용 집어등은 밝을수록 좋지만 LED등은 불빛의 직전성이 너무 뛰어나 물속 깊은 곳까지 투과하므로 오히려 불리할 수 있다. 호래기 용 집어등은 직진성보다 주변에 은은하게 퍼지는 빛이 좋다. 
빛은 색깔은 크게 상관없다. 조과에 큰 차이는 없는 듯 한데, ‘흰색이 조금 더 조과가 좋다’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게다가 갈치 지깅에도 쓸 수 있으므로 꾼들은 흰색 집어등을 더 손호한다. 그러나 최근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파란색 배경에서 물고기들의 먹이 활동량이 늘어난다. 이런 걸 인식하고 있는 꾼들은 파란색 집어등을 쓰기도 한다. 
호래기는 불빛의 경계면에 머무는 경향이 강하다. 호래기가 빛의 경계면에 왔을 때는 주의 깊게 낚시를 하고, 불빛 안으로 채비가 들어 갈 때는 바닥층까지 채비를 내려 꼼꼼하게 확인을 한다. 집어등은 해 지기 전에 미리 밝혀 호래기가 불빛에 적응할 시간을 주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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