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륙도 선착장에서 유유히 헤엄치는 지느러미오징어를 낚은 유재영 씨(사진=월간낚시21 제공)

부산의 관문인 오륙도부터 시작되는 해파랑길은 바다를 가장 가까이 두고 걸을 수 있는 관광 코스다. 평일에도 많은 관광객들이 찾는 이 길은 이기대 갯바위를 탐색하듯이 훑고 지나간다. 낚시를 잘 모르는 사람들도 이 길을 지나가면서 내뱉는 말이 있다.
“거 참, 저기서 낚시하면 잘 되겠네.”
문외한들이 보기에도 그런데 전문꾼들에게는 오죽할까. 그래서인지 이기대 갯바위 구석구석 제법 포인트다운 곳에는 어김없이 산책로를 벗어나는 낚시꾼들 만의 길이 있다. 

낚시꾼들만 아는 진입로

해안 산책로 곳곳에 만들어진 낚시꾼의 길은 주요 포인트로 진입하는 안내길이나 마찬가지다. 여기를 찾는 대부분은 동네낚시꾼들이지만 벵에돔이나 학공치가 붙는 시즌에는 전문꾼들도 이 곳을 많이 찾는다. 가끔 긴꼬리 벵에돔이 출몰하고, 이 일대의 학공치 씨알은 먼바다 못지않게 굵기 때문이다. 
이기대는 낮에는 관광객들과 낚시꾼들이 자주 찾는 명소지만 밤에는 출입하는 사람이 거의 없다. 여전히 군부대 초소가 군데군데 서 있어 야간 출입이 통제되는 구간이 있다. 게다가 가로등이 없고 도로에서 진입구간이 길다 보니 밤눈이 어두운 사람들은 여간해서는 들어가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몇몇 장소는 밤 낚시꾼들이 넓은 포인트를 독차지 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나는 그렇게 소문으로만 들어왔던 이기대 밤낚시의 성과를 제대로 볼 수 있는 기회를 맞았다.

출처를 모르는 횟감 파티

지난 12월 말. 오륙도 선착장에서는 때아닌 회파티가 벌어졌다. 솔트루어클럽 린 회원인 손성우 씨가 인근에 사는 기자를 초대했다. 느지막한 밤이라 별 기대하지 않고 나간 자리였다. 그런데 거기에 입이 떡 벌어질 만한 횟감이 즐비했다. 볼락, 농어, 게다가 낱마리의 호래기까지.  
어디 먼 곳으로 원정출조 한 조과를 자랑하는 자리인가 싶었다. 알고 보니 손성우 씨는 오륙도 일대에서 매일 낚시를 하면서 사귄 지인들과 선착장에서 자주 회파티를 열고 있었다. 즉석에서 자주 보는 낚시꾼들끼리 결성된 이름 없는 조우회 같은 모임이었다. 그 날의 대상어종은 오륙도 일원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호래기까지 섞여 있었다. 나는 궁금증을 풀어야만 했다. 
“어디 좋은 데 다녀오셨나요?”
나의 물음에 손성우 씨는 그저 빙긋이 웃기만 할 뿐 대답이 없었다. 
“여기서 낚은 것들은 아닙니다.”
한 마리 내 뱉고는 그가 다시 입을 닫았다. 답답했던지 옆에서 누가 거들었다. 마침내 손성우 씨가 천기누설을 했다.
“이기대예요.”
밤중에 이기대 갯바위에 가서 이런 조과를 거뒀다는 건 그가 이미 한두 번 가 본 게 아니라는 증거다. 
“이기대 조황이 이렇게 좋습니까?”
손성우 씨는 지난 한 달간의 조황을 설명하면서 손수 찍은 사진 몇 장을 나에게 보여주었다. 그읨 말에 따르면 이기대 포인트는 섶자리부터 어울마당까지 진입하기 비교적 수월한 곳에 형성된다. 볼락루어낚시 채비인 레진 던질찌 채비만으로도 여러 가지 대상어를 낚을 수 있다.
그의 휴대폰에는 농어, 갈치, 자바리, 쏨뱅이 등의 다양한 조과 사진이 빼곡하게 담겨있었다. 
우리가 모르는 사이, 그동안 누군가는 이기대의 밤 포인트를 독차지하고 있었던 것이다. 

해 질 무렵 진입 후 한 시간이 피크

이기대 갯바위 포인트는 딱히 정해진 곳이 없다고들 말한다. 밤낚시를 할 수 있는 곳은 많지만 실제로 시간과 노력을 들여 낚시를 할 수 있는 장소는 한계가 있다. 짐을 들고 진입하기에는 거리가 멀고, 산책로가 있다고 해도 갯바위가 험해 야간에는 이동이 힘들다. 
밤에도 비교적 진입이 수월하면서다른 꾼들의 방해를 받지 않고 낚시를 할 수 있는 곳은 크게 4군데 정도다. 

① 섶자리는 가장 유명한 포인트로, 연중 낚시꾼들이 자리 잡고 있다. 광안대교를 바라보는 경관이 아름다워 밤에도 관광객들이 많이 몰린다. 
② 방파제 포인트는 유실된 테트라포드와 낮은 방파제가 있는 곳으로, 어울마당 쪽에서 진입하면 다소 멀긴 하지만 입질 받을 확률이 가장 높은 곳이다. 
③ 야외무대가 있는 어울마당 인근 갯바위는 도로변에서 갯바위까지 비교적 편한 길을 따라 진입할 수 있다. 군데군데 쉼터가 있고 경사가 급하지 않아 좋다. 
④ 오륙도 바로 앞 일명 ‘귀신골’이라 불리는 갯바위는 다소 경사가 급한 진입로를 통과해야 하지만 5분 정도면 들어갈 수 있다. 

이들 포인트에서 낚시를 할 때는 해가 지기 전에 진입해서 자리를 잡고 일몰 직후부터 한 시간 정도 집중하는 방식이 좋다. 이때가 가장 피크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 시간대를 넘어서면 입질이 뜸해진다. 굳이 오래 낚시할 필요가 없다. 
11~3월 볼락과 호래기, 4~7월 농어, 8~10월 전갱이, 농어, 무늬오징어가 낚인다. 앞으로도 개발 가능성이 큰 이기대 갯바위는 특히 루어꾼들에게는 도전할 만한 곳이다. 
갯바위 지형이 다양하고 수심도 깊은 편이라 원정 낚시터에서나 가능할 것 같은 기법도 시도해 볼 만 하다. 집어등을 이용한 볼락낚시나 쇼어지깅, 하드락 피싱 등 이미 개체가 확인된 대상어들이 많다. 앞으로 그려질 포인트 지도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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