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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고성 공현진, 봄맞이 채비에 어구가자미-대구-임연수어 주렁주렁
강원도 고성 공현진, 봄맞이 채비에 어구가자미-대구-임연수어 주렁주렁
  • 김동욱 기자
  • 승인 2019.03.10 10: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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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신월동에서 온 이충경 씨가 가자미와 임연수어로 줄을 태우자 남편 이인영 씨가 갈무리하고 있다.(사진=월간낚시21 제공)
서울 신월동에서 온 이충경 씨가 가자미와 임연수어로 줄을 태우자 남편 이인영 씨가 갈무리하고 있다.(사진=월간낚시21 제공)

칼바람이 살을 에는 혹한의 계절. 우주의 모든 생명체가 숨죽여 있는 듯 하지만 매서운 북서풍의 계절에도 뜨겁게 달아오르는 바다가 있다. 강원도 최북단 고성군 일대 앞바다가 바로 그곳이다. 아야진, 공현진, 거진 등의 항구에서 매일 오전 출항하는 낚싯배가 겨울 꾼들의 손맛을 책임지고 있는 곳이다.
매년 1월부터 3월까지 여기서 나가는 낚싯배들의 대상어는 가자미. 정확히는 ‘용가자미’다. 강원도 어부들은 이 가자미를 ‘어구가자미’라고 부른다. 

주말 예약은 보름 전에 만원

지난 2월 2일. 설 연휴 시작을 하루 앞두고 나는 새벽 공현진항을 찾았다. 아직은 주위가 캄캄한 시각. 미리 연락해둔 낚시점(공현진낚시마트)에 들어서니 부지런한 꾼들이 삼삼오오 채비 점검을 하고 있다.
“어제는 몰황이었어요. 너무 안 나왔어. 며칠 전까지만 해도 잘 낚였는데….”
최상용 공현진낚시마트 대표 겸 돌핀마린호 선장의 표정이 밝지 않다.
나는 최 선장이 건네는 승선명부에 이름을 적는다. 명부에는 이미 19명의 이름이 빼곡히 적혀있다. 돌핀마린호의 승선인원이 21명이니 선장을 뺀 나머지 20명이 꽉 찬 셈이다.
오전 7시 반. 돌핀마린호는 날이 밝기 무섭게 엔진이 뜨거워진다. 이때 여성꾼 이충경 씨가 선실 안으로 들어오면서 최 선장에게 조심스럽게 말을 건넨다.
“선장님, 좀 천천히 가주세요. 멀미 안 나게….”
최 선장이 빙긋 웃음으로 이충경 씨에게 핀잔을 준다.
“지금부터 한 시간은 가야 하는데, 천천히 가면 언제 낚시를 해요.”
어구가자미 포인트는 공현진항에서 북쪽으로 30km 정도 떨어진 곳부터 시작한다. 보통은 통일전망대가 보이는 대진항 앞바다까지 올라가서 첫 채비를 내린다. 돌핀마린호가 16노트의 속도로 달리면 거기까지 약 1시간이 걸린다.
오전 8시 10분. 굉음을 내며 달리던 돌핀마린호의 엔진이 조용해진다. 포인트에 도착한 것이다. 선실에 있던 꾼들이 하나 둘 갑판으로 나가 채비를 서두른다. 나도 선실에서 나와 서쪽을 바라본다. 저 멀리 대진해수욕장이 보인다. 
“삐익~!”
최 선장이 선실에서 부저를 울린다. 채비를 내리라는 신호다. 뱃머리부터 선미까지 늘어서 있던 꾼들의 채비가 일제히 물속으로 내려간다. 주르륵 풀리던 원줄이 턱 멈춘다. 전동릴 수심계에 찍힌 숫자는 70. 바닥까지의 수심이 70m다.
가장 먼저 입질이 들어온 곳은 뱃머리였다.
“어머머머~! 잡았어, 잡았어. 우와~!”
최 선장에게 배를 천천히 몰아달라던 이충경 씨의 목소리다. 남편과 함께 뱃머리에 서서 가장 먼저 입질을 받은 거다. 빠르게 감기던 전동릴이 멈추고 남편 이인영 씨가 낚싯대를 들어 올린다. 그런데 그 채비에 달려 올라온 건 가자미가 아니다. 뜻밖에도 대구 서너 마리가 낚여 올라온다. 이때부터 선실 죄우와 선미에서도 입질이 시작됐고, 역시 대구가 낚인다. 그 씨알도 크지는 않다. 시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그 정도 크기다.

가자미보다 먼저 찾아온 대구 입질

가자미가 낚이지 않고 있는 거다. 어군탐지기에는 70m 바닥에 어군이 깔려 있는 게 보인다. 
“이게 전부 대구인가 봅니다.”
최상용 선장의 목소리가 허탈하다. 어제처럼 또 가자미는 몰황인가 싶은 걱정이 앞서는 거다.
“삑삑~!”
“채비 올리세요. 포인트 이동합니다.”
최 선장은 바로 배를 옮긴다. 좀 더 남쪽으로 내려가서 다시 자리를 잡은 곳은 거진 앞바다. 여기서 다시 채비를 내려보지만 역시 가자미는 낚이지 않는다. 간간이 올라오는 건 대구 뿐. 특단의 조치가 필요한 시점이다.
“다들 선실로 들어오세요. 한 30분 이동할 겁니다.”
최 선장이 갑판에 있던 꾼들을 선실 안으로 몰아넣는다. 이미 많은 시간을 지체했기에 빨리 가자미 어군을 찾아 이동을 해야 한다.
오전 10시 15분. 마지막으로 돌핀마린호가 찾은 포인트는 고성 앞바다. 저 멀리 고성군청이 보인다. 처음 출항한 공현진항에서 불과 3km 떨어진 북쪽 해역이다. 돌핀마린호는 애초 고성 최북단까지 올라갔다가 다시 제자리로 돌아온 셈이다. 여기 수심은 좀 얕다. 45~50m 권. 
“가자미다~! 우와~!”
드디어 여기서 가자미가 낚이기 시작했다. 그 마수걸이의 주인공 역시 뱃머리에 있는 이충경 씨다.
“저 분은 아침에 그렇게 엄살을 떨더니 오늘 제일 잘 잡으시네.”
키를 잡고 있던 최 선장이 옆에 있는 나를 쳐다본다. 그 얼굴에는 안도의 표정이 묻어있다. 오전 내 대구 몇 마리만 걸어 올리면서 헤매다가 이제 막 가자미가 올라오기 시작하자 한시름 놓은 거다.
선수부터 시작된 가자미 조과는 선실 옆을 지나 선미까지 이어지고 있다. 나는 선미쪽으로 가 본다. 배 맨 뒤 화장실 옆에서 올리는 채비에 가자미가 주렁주렁 매달려 있다.
“그나마 이렇게라도 나와주니 다행이네요.”
평창에서 온 전성율 씨는 돌핀마린호의 단골꾼이다. 평일 직장에서 일 한 후 매 주말마다 공현진항을 찾는다.
“지난 주말에는 이 45리터짜리 쿨러 하나를 다 채우고도 넘쳤거든요.”
전성률 씨는 오늘 가자미 조황 부진을 강원도 동해안에 사흘 전 내린 눈이 원인이라고 나름 분석한다.
“눈이 온 후 수온이 많이 낮아진 것 같아요.”
제법 포근한 기온이 유지되던 1월 말까지만 해도 카드채비 10개의 바늘에 10마리씩 가자미를 태워 올렸다는 게 전성율 씨의 무용담이다.

3월 말까지 시즌 행진

이날 고성 가자미 선상낚시 조과는 전성율 씨 말마따나 썩 훌륭한 건 아니다. 스타트가 늦은 바람에 욕심대로는 마릿수를 채우기 힘들겠지만 그래도 꾼들의 아이스박스 안에는 차곡차곡 가자미가 쌓여가고 있다.
오후 3시. 6시간 정도의 낚시를 마친 돌핀마린호는 다시 공현진항으로 돌아왔다. 꾼들은 낚시점 옆에 있는 휴게실 겸 식당에는 따끈한 시래기 된장국과 막 썰어낸 가자미 무침회로 늦은 점심을 해결한다. 그동안 동네 아주머니들은 꾼들의 조과를 깔끔하게 손질해서 한다. 점심을 다 먹고 나오면 깔끔하게 장만이 된 가자미회가 작은 스티로폼 도시락에 담겨있다. 이 서비스는 1kg 당 4,000~5,000원 선.
강원도 고성의 어구가자미 배낚시 시즌은 문어낚시가 시작되는 3월말까지 이어진다. 초보꾼들을 위해 낚시점에서는 전동릴과 낚싯대를 2만 원에 빌려준다. 꾼들이 준비할 것은 갯지렁이(4,000원 × 2통)와 채비(2,000원 × 5개) 정도. 배삯은 1인 7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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