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기섬에서 낚은 따오기 급 농어를 들어 보이는 필자(사진=월간낚시21 제공)

작년보다 훨씬 이르게 추위가 걷혔다. 겨우내 쉬고 있던 장비를 만져 보고 싶은 생각으로 괜찮은 출조 장소를 물색하고 있던 차, 나로도에서 솔깃한 제안이 들어왔다.
“요새 날이 일찍 풀려서 그런지 농어가 떠서 캐스팅에 반응합니다. 러버지깅 조황도 괜찮은 편이니 한 번 내려와 보세요.”
거문도와 삼부도권에서 주로 활동하는 다온호 조승용 선장의 말이다. 필드에 가장 가까이 있는 사람의 말이니 충분한 근거가 있겠지만 아무리 그래도 지금은 3월 초 아닌가. 그런데 농어 캐스팅 게임이라니? 믿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 끝에 ‘못 먹어도 고’를 선택했다. 모 아니면 도라는 생각으로 조행길에 나섰다.

“저기 저기, 농어 떴다!”

지난 3월 8일 아침 7시 나는 나로도항에서 다온호에 올랐다. 물때는 9물. 때 이른 시즌에 평일이라 그런지 낚싯배 자리가 많이 비어있다. 
한 시간 남짓 바닷길을 달린 다온호는 거문도 서쪽 24km 지점의 모기섬(문섬)에 닿았다. 오전에는 이 근처를 탐색할 계획이다. 쾌청한 날씨에 불어오는 바람에 온기가 실려있다. 하드베이트를 쓰기에는 너무 이른 시기지만 일단 조 선장의 말을 믿고 미노우를 캐스팅해 본다.
“왔다~! 농어 떴다~!”
결과는 놀라웠다. 첫 캐스팅에 미노우를 확 가져가는 입질. 활처럼 휘어진 낚싯대에 묵직한 저항이 이어진다. 피크 시즌에도 이런 파워는 경험하기 어렵다. 마수걸이 농어의 씨알은 70cm. 
이 놀라운 결과에 낚싯배 안의 분위기는 한껏 달아올랐다. 그 이후로는 쇼타임이 이어졌다.

평균 70cm급, “지금 3월 초 맞아?”

모기섬 주변을 돌며 미노우와 지그헤드를 번갈아 가며 캐스팅했다. 어군은 있지만 그 수심층이 변화무쌍하다. 기민하게 대처해야 했다. 포인트를 찍을 때마다 2~4마리 정도의 농어가 입질했다. 물색이 탁한 편이고 어군이 크지 않아 마릿수가 흡족한 편은 아니지만 한 번 입질을 받으면 저항이 묵직하기에 손맛은 진했다. 무엇보다 놀라운 건 낚이는 농어의 씨알이었다. 최소 70cm 이상이고, 80cm급도 올라왔다. 팔뚝만 한 녀석들이 줄줄이 낚인다. 여기에 지그헤드에 낚인 4짜 감성돔은 덤. 
밀물 찬스가 진행되는 2시간 남짓한 시간 동안 농어만 15마리를 낚았다. 잔챙이는 한 마리도 없이 모두 70cm가 넘는 녀석들이다. 시즌이 일러 반신반의했던 출조에 이 정도 조과라면 대박이다. 
밀물이 끝난 오후. 이번에는 삼부도와 거문도 쪽으로 이동한다. 이번에는 러버지깅을 시도해 본다. 삼부도는 최근 러버지깅에 조황이 좋았던 곳. 그러나 이날 삼부도는 수온과 물색의 변화가 심해 큰 재미는 보지 못했다. 40~50cm급 참돔으로 손풀이 하는 정도. 
낚시를 마무리한 후 조과를 정리해 본다. 가지고 온 아이스박스에 다 담을 수 없다. 감성돔 한 마리와 따오기 급 농어 한 마리를 회 뜨고, 추가로 아이스박스를 구하고 나서야 겨우 조과를 갈무리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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