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풍경이 있는 아침] 30 송종찬, ‘국도 1호선’

목포에서 신의주 939킬로미터

차로는 너덧 비행기로 한 시간 남짓

갈 수 없는 국경이 거기까지라는데

압록강이 내다보이는 집안시

묘향각에서 스쳐 지나쳤던 그대

그날이 오면 여기로 오시라

목포시 유달동 국도 1호선 원표 아래로

볕 고운 자리에 돗자리 깔고

모두부 썰어 넣은 김치찌개 앞에 두고서

하염없이 그대 바라보리니

발 아래 파도치는 유달산에서

개마고원의 눈 덮인 겨울 숲까지

이름만 들어도 살내음 고운 그대

그날이 오면 한달음에 오시라

국도 1호선 화강암 아래로

신의주발 목포행 막차에

만주 연해주를 떠돌던 사연들도

북방의 눈발에 실려 오리니

갯내음 속 기별처럼 동백꽃 피어나고

목포에서 판문점 499킬로미터

갈 수 있는 길이 거기까지라는데

, ‘국도 1호선’ 전문

“목포에서 신의주 939킬로미터/차로는 너덧 비행기로 한 시간 남짓/갈 수 없는 국경이 거기까지라는데”, “압록강이 내다보이는 집안시/묘향각에서 스쳐 지나쳤던 그대”는 세계 유일한 분단국가의 반쪽이 되어 국도 1호선을 오갈 수가 없다.

“그날이 오면 여기로 오시라”, “목포시 유달동 국도 1호선 원표 아래”, “국도 1호선 화강암 아래로” 시인은 국도 1호선 기점에서 ‘그대’를 애타게 기다린다.

목포는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적 도로망의 출발기점이다. 유달산 우체국 왼쪽 화단에 기념비와 도로 원표가 서 있다. 국도 1호선은 1906년 착공해 1911년 개통된 도로로써 목포에서 신의주까지 939.1km이다.

압록강을 앞에 둔 개마고원은 “눈 덮인 겨울 숲까지/이름만 들어도 살내음 고운”이름이었다. 초등학교 지리시간에 귀가 닳도록 ‘한국에서 제일 넓은 고원’, ‘한국의 지붕’이라고 배웠다. 개마고원은 마천령, 낭림, 부전령산맥으로 둘러싸인 약 4만㎢ 넓이에 높이는 700~2,000m에 이른다. 북녘 동포들은 굶주림에 지쳐가면서 벌목을 시작했고, 지금 압록강 저편 개마고원은 민둥산으로 서서 이따금 압록 강변을 지나는 남쪽 여행자를 물끄러미 쳐다보곤 한다.

그래도 시인은 언젠가는 올 그대를 그리며 “갯내음 속 기별처럼 동백꽃” 핀 봄날에 “목포에서 판문점 499킬로미터”, “갈 수 있는 길이 거기까지라는”점을 안타까워하면서, 그대가 꼭 오고야 말 것임을 믿는다.

“볕 고운 자리에 돗자리 깔고/모두부 썰어 넣은 김치찌개 앞에 두고서/하염없이 그대 바라보리니”.... 그대, 통일이여 어서 오라고 염원한다.

송종찬 시인은 1966년 전남 고흥에서 태어나 고려대 노어노문학과를 졸업했다. 1993년 ‘시문학’으로 등단해 시집 ‘그리운 막차’ ‘손끝으로 달을 만지다’ ‘첫눈은 혁명처럼’ 등이 있다.                                글, 사진: 박상건(시인. 동국대 언론정보대학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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