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 아피스 필드스태프가 5칸대로 입질을 받고 긴 파이팅 끝에 낚아낸 월척을 들어 보이고 있다.(사진=월간낚시21 제공)

산란철이 다가오면서 기대를 품고 현장을 찾아 떠난 꾼들에게 호황소식이 들려온다. 전남의 해남, 무안, 고흥 등에서 씨알 좋은 붕어가 마릿수로 낚이고 있다는 거다.

나는 지난 3월 첫 연휴 때 탐사를 했던 황금무지개 회원들에게 월척급 붕어 입질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는 정보를 받았다. 나도 이들을 따라 3월 첫 출조에 나선다.

맑은 하늘이 미세먼지로 덮인 날 오후. 광주에서 30여 분 달려 내가 도착한 곳은 전남 순천시 주암면 궁각리에 있는 이름 없는 둠벙. 

이 둠벙의 수면적은 4만 8,500제곱미터(약 4,700평). 상류, 중류, 하류를 둑으로 삼등분 해 놓은 형태다. 연안을 따라 뗏장수초 등 각 수초가 잘 발달해 있다. 이 둠벙은 인근 보성강 물이 유입되고 있어 배스와 블루길 등 외래어종도 많다. 낚이는 붕어의 씨알은 대부분이 월척급 이상일 정도로 굵은 편이다.

나는 미리 와 있는 정준 황금무지개 회장 및 회원들과 인사를 나누고 주변을 둘러본다. 물이 유입되는 상류에는 자리가 없다. 폭넓은 수초 앞에는 형형색색 찌들의 수를 놓고 있다.

나는 중류에 자리를 잡는다. 수심은 약 2m. 물이 약간 맑아 보이는 게 마음에 걸린다. 긴 대 위주로 낚싯대를 펴고, 지렁이를 꿰어 찌를 세운다. 상류에 앉은 회원들은 옥수수와 글루텐 미끼로 입질을 봤다고 한다. 나도 글루텐 떡밥과 함께 찌를 세운다. 

해가 완전히 저물 무렵 들어온 첫 입질은 동자개였다. 이후 별다른 입질 없이 시계바늘은 자정을 가리킨다. 싸늘해지는 밤공기. 새벽에 상류에 있던 정준 황금무지개 회장이 월척을 낚았다는 소식을 전해준다. 이후 김영현 회원과 정희 회원도 월척을 걸어낸다.

‘어차피 몰황 각오를 하고 앉은자리.’

나는 철수 전까지 딱 한 번의 입질을 바라고 계속 찌에 집중한다. 그렇게 하얀 밤을 새고 물안개 낀 아침을 맞는다. 건네받은 따뜻한 커피 한잔으로 추위와 피곤함을 풀어 본다. 심기일전. 딱 한 번의 입질을 받기 위해 나는 새로 미끼를 바꾸고 찌를 세운다. 

철수 시각이 거의 다 돼 갈 무렵 옆으로 끌리듯 순식간에 찌가 사라진다. 예상치 못한 입질이다. 늦은 챔질. 나는 붕어의 대가리를 돌리기 위해 낚싯대의 방향을 이리저리 바꾸며 파이팅을 한다. 자존심이 걸린 랜딩이다. 결국 승리는 나의 몫. 그렇게 기다리던 월척이 수면에 얼굴을 내민다. 잠시 안도의 숨을 고르는데, 이때 다시 올라오는 찌. 그리고 연이어 낚이는 월척. 이후 나는 점심 무렵까지 월척 몇 마리를 더 한 후 철수 준비를 한다.

이날 확인한 궁각리 둠벙의 상중하류의 포인트에 따라 조과의 편차가 있었다. 게다가 포인트별로 입질 시간대도 달랐다. 지렁이보다는 옥수수와 글루텐 떡밥에 자정 전후 입질이 활발했다. 그러나 오전에도 간간이 씨알 좋은 붕어가 낚인 걸로 봐서 궁각리 둠벙에도 봄붕어 활성도가 올라가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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