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나온 책, 금주의 신간 흐름

[화제의 책]

사람들은 왜 싸우는가

과연 싸움을 멈출 수 있나

 

전쟁과 평화(아자 가트, 교유서가, 424쪽)

 

이스라엘 텔아비브대학 석좌교수로 전쟁과 군사 이론, 민족주의 등을 연구해온 저자가 2년 전 ‘문명과 전쟁’ 출간 후 후속으로 낸 책이다

저자는 텔아비브 국제 외교안보프로그램을 창설해 이끌고 있다. 이스라엘 하이파 대학에서 학사, 텔아비브 대학에서 석사, 영국 옥스퍼드 대학 올 소울스 칼리지에서 박사과정을 마쳤다.

이번에 번역 출간된 이 책에서 저자 아자 가트는 인간 존재의 아주 오랜 물음 하나를 해소하고자 한다. 그 물음이란 사람들은 왜 싸우고 과연 싸움을 멈출 수 있느냐는 것이다. 이 책은 인간의 치명적인 폭력과 전쟁이란 정작 저항할 수 없는 충동도 아니고 문화적 발명품도 아니라는 것, 오히려 우리 종의 시초부터 주요한 행동 도구였다는 것을 보여준다.

진화를 통해 형성된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 사람들은 언제나 협력, 평화적 경쟁, 폭력적 분쟁이라는 세 가지 선택지를 번갈아 사용해왔다. 그러나 이런 선택지 사이의 균형은 산업시대가 도래한 뒤로 뚜렷하게 변했다. 근대 들어 증가한 것은 전쟁에 들이는 비용이 아니라 평화가 가져오는 보상이었다.

이 책에서 저자 가트는 전쟁 감소에 관한 기존 이론들, 즉 ‘민주주의 평화’나 ‘자본주의 평화’ 등을 면밀히 검토하면서 사실 이것이 1815년부터 나타난 ‘근대화 평화’의 일부임을 보여준다.

‘근대화 평화’의 결과로 오늘날 세계의 선진 지역에서는 전쟁이 거의 사라지다시피 했다. 가트는 과거 두 차례 세계대전 동안 근대화 평화가 왜 깨졌는지, 근대화 평화에 대한 도전이 어떻게 여전히 제기되는지도 설명한다.

저자는 무엇보다도 전쟁의 ‘진화론적 논리’를 일관되게 설명한다. 인간은 자원이 부족한 조건에서 생존과 번식을 위해 끊임없이 투쟁해야 한다는 점에서 자연계의 다른 생물들과 다르지 않다. 우리 종의 본성적 성향과 욕구 체계는 인류 역사의 90퍼센트 이상을 차지하는 진화적 자연 상태 기간에 형성되었다.

이 수렵채집 세계에서 인간에게는 욕구를 채우는 세 가지 선택지가 있었다. 협력, 평화적 경쟁, 그리고 폭력적 분쟁이 그것인데, 하나같이 인류 초창기부터 상존하는 가능성이자 행동 전략이었다. 친족으로 이루어진 수렵채집 사회에서 폭력적 분쟁은 애초부터 개인 수준은 물론이고 집단 수준에서도 일어났다. 다만 폭력은 ‘억누를 수 없는 충동’이 아니며 따라서 전쟁이 불가피한 것도 아니다.

 

폭력은 진화를 거치며 정밀하게 조율된 전술, 선천적인 동시에 선택적인 전술로서 생존과 번식 계산법에 따라 사용되기도 하고 사용되지 않기도 한다. 전쟁의 근원은 생존과 번식에 필요한 욕구의 대상들을 폭력적 수단을 사용해 추구하거나 방어하려는 인간의 동기에 있다. 그리고 전쟁이란 그런 대상들을 집단 수준에서 폭력적 수단으로 얻으려는 활동이다. 자원 부족에서 기인하는 경쟁 상황에서 이득을 얻고자 폭력적 수단을 선택함으로써 다른 사람들에게 분쟁을 강요한 이들은 언제나 있었으며, 그런 분쟁은 십중팔구 ‘안보 딜레마’로 귀결되었던 것이다.

이 책은 또 인류학과 국제관계학에서 전쟁의 원인을 다루는 거대담론들에 어떤 결점이 있는지 비판적으로 검토한다. 인류학의 문제는 진화론을 거부하거나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탓에 생물학적 진화와 문화적 진화를 나누고 생존과 번식을 따로 다루는 등 그릇된 이분법을 고수해왔다고 저자는 비판한다. 그리고 국제관계학의 문제는 권력 추구가 인간 본성에 내재한다고 전제한 채 권력 투쟁이 일어나는 이유를 설명하지 않는다는 것(고전적 현실주의), 나아가 전쟁의 원인이 무정부적 국제 체제에서 기인하는 ‘안보 딜레마’에 있다고 상정한 채 애당초 ‘안보 딜레마’가 생기는 이유를 설명하지 않는다는 것(구조현실주의)이다.

요컨대 국제관계학의 현실주의는 전쟁을 낳는 근원인 인간의 동기를 놓치고 있거나 설명에서 배제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전쟁의 원인을 밝히려면 개인 수준, 국가 수준, 국제 체제 수준을 쪼개지 말고 하나의 3차원 전체로 설명해야 하고, 여기에 역사적 변화라는 시간 차원까지 더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 책에서는 지난 200년 동안 전쟁이 감소했는지, 그리고 실제로 감소했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지를 분석한다. 저자는 전쟁이 감소한 이유를 설명하는 민주주의 평화론, 자유주의 평화론, 자본주의 평화론 등을 근대화 평화론으로 포괄적으로 설명한다. 전근대 전쟁에 비해 근대 전쟁 자체의 비용이 늘어나고 수익성이 떨어진 것이 아니라 근대 들어 평화로운 상호작용의 수익성이 기하급수적으로 높아졌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근대화가 이루어지는 가운데 평화의 보상이 커짐에 따라 폭력적 분쟁 전략과 평화적 경쟁 전략의 상대적 균형이 후자 쪽으로 기울어진 것이다. 이는 곧 폭력 선택지에 의존할 경우 인간의 욕구를 충족할 가능성이 평화 선택지에 의존할 경우보다 훨씬 낮아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저자는 근대화 평화의 추세를 논증하면서도, 이 추세에서 퇴행과 역행이 일어날 수도 있다고 강조한다.

추천사에서 스티븐 핑커(하버드대 교수)는 “전쟁은 오랫동안 인간 조건의 수수께끼로 여겨졌지만, 이 책을 읽고 나면 전쟁을 이해했다고 느낄 것”이라고 했다. 폴 콜리어(옥스퍼드대 교수)는 “명쾌하다. 논쟁이 분분한 문제들을 얼버무리지 않고 분명하고도 대담하게 서술한다.”라고 평가했다.

 

[금주의 신간]

△ 동학에서 미래를 배운다(백승종, 들녘, 232쪽)

이 책은 역사학자 백승종 박사가 올해 처음 제정된 동학농민혁명 기념일(5월 11일)을 앞두고 동학의 기원과 사상적 특징, 현재 의미를 소개했다.

저자는 조선 후기에 부의 편중이 심각해지면서 평민 지식인들이 동학이라는 비밀결사에 합류했다고 설명하면서 지도자인 최제우와 최시형이 ‘관계의 질적 개선’을 통해 인간의 존귀함을 일깨웠다고 주장한다.

그는 동학사상이 추구한 방향을 ‘자주적 근대화’로 요약한다. 여기에서 근대화는 서구식 산업화가 아니라 생명체 상호관계에서의 질적 전환을 의미한다. 차별과 소외에서 비롯한 갈등과 대립을 해소하자는 ‘해원상생(解寃相生)’이야말로 근대화라는 것이다.

저자는 ‘아이도 하늘이다, 상놈도 하늘이다, 여성도 하늘이다’라는 이념을 설파한 동학의 평등사상 기원을 천주교가 아니라 도교와 유교에서 찾아야 한다고 지적하면서 “21세기 자본주의는 동학의 관점으로는 철폐돼야 할 사회악의 근원처럼 보일 수 있다”고 강조한다.

△ 문학관을 생각한다(나카무라 미노루, 소명출판, 242쪽)

일본 도쿄에 있는 일본근대문학관 이사장을 지낸 저자가 문학관 기능과 역할에 대해 개인적 생각을 밝혔다.

그는 제한된 소수 독자를 위한 도서관이 문학관의 본래 역할이지만, 지금은 소장품을 전시하는 박물관으로 변모해야 한다는 요구가 많다고 설명한다.

문학관이 수집해야 할 자료로는 초판본, 작품이 처음으로 발표된 지면, 육필 원고와 메모, 작가가 소장한 장서 등을 꼽는다.

저자는 “회화, 조각, 공예품과 달리 문인이 쓴 원고는 많은 사람에게 별 의미를 갖지 못하는 것이 보통이어서 흩어져버리는 경우가 많다”며 문학관이 수집하고 보존해야 할 자료가 거의 무한대에 가깝다고 주장한다.

그는 다만 문학관은 관광시설로서는 적합하지 않으며, 독자들이 문학 자료에 흥미를 갖도록 하는 것이 사명이라고 강조한다.

△ 공부열전(서울시평생교육원 기획, 창비교육, 240쪽)

각 분야에서 자신만의 길을 개척한 11명의 공부와 인생 이야기를 담은 인터뷰를 정리한 책이다.

평생교육 시대에 지식과 공부의 진정한 의미를 되새기고, 나를 내 삶의 주인으로 살게 하는 '진짜 공부'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김용택 시인, 서재경 남도학숙 원장, 나효우 착한여행 대표, 소설가 조정래, 인문학자 도정일, 배우 이순재, 범죄심리학자 이수정, 문국현 한솔섬유 대표, 정성헌 새마을운동중앙회 회장, 김성수 전 대한성공회 대주교, 역사학자 강만길 고려대 명예교수가 김영철 서울시평생교육진흥원장과 인터뷰했다.

△ 굳바이, 헤이세이(후루이치 노리토시, 토마토출판사, 208쪽)

사회학자이자 비평가인 저자의 첫 소설로 지난해 제160회 아쿠타가와상 후보에 올랐다.

헤이세이(平成) 연호의 끝을 앞두고 시사적 제목을 달았지만, 사실은 안락사를 소재로 한 연애소설이다.

무대는 안락사가 합법화한 가상의 일본이다. 주인공 히토나리는 지성과 합리성을 갖춘 인물로 정서는 메말랐고 섹스에도 관심이 없다. 한국에서도 숫자가 늘기 시작한 초식남이라고 할까.

히토나리는 연인 ‘아이’와 2년간 동거하다 헤이세이가 끝나면 안락사하겠다는 계획을 밝힌다.

작가가 소설을 통해 말하고 싶은 얘기는 죽음이 징벌의 대상이 아니라 권리라는 점이라고 한다.

△ 십우도(백금남, 무한, 456쪽)

2014년 대종상 수상 영화 ‘관상’의 원작자 백금남의 인간 구도(求道)의 이야기를 기술한 책이다.

백정 정산우는 잡으려던 소 한 마리가 달아나자 그 소를 찾아 나선 지난한 여정을 통해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그 과정에서 천대받던 조상들의 삶을 돌아보며 자아에 눈을 뜬다.

잃어버린 소가 그 자신의 본성이고, 그 본성을 찾고자 ‘나’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불교적 관점을 통해 깨닫는다.

△ 논쟁으로 읽는 한국 현대사(김호기·박태균, 메디치. 344쪽)

사회학자인 김호기 연세대 교수와 역사학자인 박태균 서울대 교수가 한국 현대사에서 중요한 논쟁 40개를 뽑아 정리했다.

두 학자는 한국 사회발전에 큰 영향을 미친 사건과 담론, 보수와 진보 사이에 이뤄진 논쟁, 지금도 매듭을 짓지 못한 쟁점을 논의 대상으로 삼았다.

분단 원인, 찬탁 대 반탁, 해방 전후사 해석, 맥아더 재평가, 베트남 파병, 유신 체제, 연예인 대마초 사건, 대선 후보 단일화, 신세대, 햇볕정책, 뉴라이트 등 정치·사회·문화 전반에 관한 논쟁을 다뤘다.

이 책은 경향신문에 연재했던 글을 모은 것인데 김호기 교수가 일본 월간지 ‘세카이(世界)’ 2월호에 발표한 기고문을 보완해 에필로그에 수록했다.

△ 권혁재의 핸드폰 사진관(권혁재, 동아시아, 432쪽)

베테랑 사진기자가 알려주는 휴대전화 카메라로 좋은 사진 찍는 법을 소개한 책이다.

식당에서나 여행지에서나 휴대전화로 찍는 ‘인증샷’은 자신의 일상을 기록하고 SNS로 소통하기 위한 필수요소가 됐다.

‘손앞에 있는 카메라가 최고의 카메라’라고 말하는 저자는 비싸고 무거운 카메라 없이도 휴대전화로 사진을 즐길 수 있다고 강조한다.

주변 사물을 이용하는 방법, 포커스를 맞추는 방법 등 직접 찍은 사진과 함께 상세한 노하우를 전하며 사진에 얽힌 감상과 감정을 덧붙인다.

책에 담은 모든 사진은 중앙일보 사진전문기자인 저자가 휴대전화 카메라로 찍은 것이다.

△ 백 살까지 유쾌하게 나이 드는 법(이근후, 메이븐, 284쪽)

정신과 전문의로 50년 넘게 환자들을 돌본 이근후 이화여대 명예교수의 신작.

80대 중반의 노학자가 인생, 일상, 세상을 대하는 태도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후배들에게 깊이 있는 조언을 건넨다.

저자는 “사소한 기쁨과 웃음을 잃어버리지 않는 한 인생은 무너지지 않는다”며 “그런 즐거움은 마음만 먹으면 주변에서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

△ 기분이 없는 기분(구정인, 창비, 204쪽)

고독사를 소재로 30대 워킹맘의 삶을 그린 만화이다.

평범한 직장인 혜진은 왕래 없이 지내던 아버지가 고독사했다는 소식을 듣는다. 가출과 외도를 일삼았고 사업과 주식으로 가산을 탕진한 아버지였다. 아버지의 존재와 기억을 지우고 싶지만 일상으로 돌아가기가 쉽지 않다.

깊은 우울증에 빠진 혜진은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조금씩 마음을 회복해 간다.

만화는 한 여성의 삶을 통해 사회의 노인 고독사 문제와 우울증에 대한 편견에 대해서도 성찰한다.

△ 그녀들의 방(류승희, 보리, 264쪽)

‘오늘의 우리 만화상’ 수상 작가인 류승희의 신작이다. 5년째 공시생 첫째, 아르바이트하며 꿈을 좇는 둘째, 졸업을 앞둔 휴학생 셋째, 실직 위기에 놓인 엄마, 삶의 위기 앞에 놓인 네 명의 여자, 한 가족의 이야기.

네 여자들이 마주하는 삶의 위기는 저마다 다른 세대가 겪고 있는 현실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8편의 이야기를 옴니버스 식으로 구성해 가족 사이에도 쉽게 내비칠 수 없는 감정들을 입체적으로 그려 낸 단편집이다. ‘2018 다양성 만화제작 지원사업’ 선정작이다.

△ 너의 목소리가 들린다면(오노 유리 만화, 애니북스, 전 3권 156~168쪽)

버려진 개와 고양이들을 임시로 보호하는 일본의 한 사설 동물보호소에서 봉사활동을 하는 여자 승려 시오타 묘겐이 동물들을 보살피며 경험한 이야기를 만화화 했다.

일본의 한 사설 동물보호소는 회사원 아이 씨가 사비를 들여서 버려진 개와 고양이들을 임시로 보호하고자 만든 공간이다. 이곳 보호소에서 동물들을 보살피며 겪었던 신비하고 놀라운 경험들 - 노숙인 아빠에게 보여준 반려묘의 사랑, 장애를 가진 고양이에게 일어난 기적, 새로운 반려인을 만나 제2의 삶을 시작하는 고양이, 반려견들을 두고 먼저 세상을 떠나는 반려인과의 이별 등 묘겐이 만난 개와 고양이들의 리얼 스토리를 그렸다.

△ 젠틀맨(심재천, 한겨레출판, 280쪽)

제3회 중앙장편문학상을 받은 저자가 7년 만에 내놓은 신작 장편소설이다.

청량리 뒷골목 갱으로 살아가던 한 남자가 운명의 기로에서 행한 단 한 번의 선택으로 180도 다른 삶을 살아가게 되는 이야기다. 짧게 다시 말해, 갱으로 살던 한 남자가 대학생이 되는 이야기랄까. 한 남자가 갱에서 대학생이 되는 과정을 통해 지금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이 ‘정상인의 삶’이 어쩌면 지극한 우연으로 완성된 건 아닌지, 그렇다면 지금의 ‘너’와 지금의 ‘나’를 가르는 건 무엇인가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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