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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풍경이 있는 아침] 36 잊을 수 없는 80년 '5월 함성'
[시와 풍경이 있는 아침] 36 잊을 수 없는 80년 '5월 함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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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05.17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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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건 시이느이 '항거'...아직도 시대의 한 복판에서 꺼질지 모르는

지렁이는 밟으면 꿈틀대는 것이 아니라

본디,

꿈틀대며 사는 지렁이를 네가 밟았던 것이다.

, ‘항거’ 전문(시집 ‘포구의 아침’에서)

이 시는 광주항쟁을 생각하며 썼다. “지렁이는 밟으면 꿈틀대는 것이 아니라/본디,/꿈틀대며 사는 지렁이를 네가 밟았던 것이다.” 본디, 꿈틀대며 사는 지렁이를 네가 짓밟았던 것이다.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이 39주년을 맞았다. 5·18 광주 민주화 운동(광주민중항쟁)은 1980년 5월 18일부터 5월 27일까지 광주시민과 전라남도민이 중심이 돼 조속한 민주정부 수립, 전두환 보안사령관을 비롯한 신군부 세력의 퇴진, 계엄령 철폐, 김대중 석방 등을 요구하며 전개한 대한민국의 민주화 운동이다.

5·18 광주 민주화 운동으로 인한 사망자 및 행방불명자는 약 200여 명이고 부상자 등 피해자는 약 4,300여 명에 이른다. 검찰은 1994년 사상자 수를 발표했지만, 최초 발포 명령자와 암매장 장소 등 핵심 쟁점이 밝혀지지 않은 채 광주항쟁이 발생하고 한 세대가 흘렀지만 여전히 미완의 과제로 남았다. 그리고 지금도 시대의 한 복판에서 그날의 함성 소리가 들리고 있다.

잊을 수 없는 80년 5월, 꺼질 줄 모르는 ‘5월 함성’

그래서 “너를 민주주의의 성지라고 부르기엔/아직 이르다/살아남은 자의 부끄러운 이름으로/너를 위대한 도시라 찬양하기엔/아직도 우리의 입술이 무겁기만 하다.”(문병란, ‘송가’ 중에서). “아아 광주여 무등산이여/죽음과 죽음 사이에/피눈물을 흘리는/우리들의 영원한 청춘 도시여/우리들의 아버지는 어디로 갔나/우리들의 어머니는 어디에서 쓰러졌나/우리들의 아들은/어디에서 죽어서 어디에 파묻혔나/우리들의 귀여운 딸은/또 어디에서 입을 벌린 채 누워 있나”(김준태, ‘아아 광주여! 우리나라의 십자가여!’ 중에서)

삶의 혁명은 우리 주변의 잘못된 전제를 고쳐 바로 세우는 데 있다. 아직도 잘못된 전제를 정돈된 진리인양 인지시키려는 경향이 곳곳에 잔존한다. 내가 나답게, 네가 네답게, 우리가 우리답게 그렇게 세상을 살맛나게 하는 일은 잘못된 전제를 바로잡아 나가는 과정이다. 그래서 시대는 흘러도, 흐르는 세월 속에서도 우리네 영혼의 눈빛은 늘 진실과 진리를 향하여 번뜩여 있어야 한다.

세상이 아름답고 희망찬 것은 그런 눈들이 살아있기 때문이다. 우리의 미래를 믿는 것도 그런 증거를 믿는 탓이다. 문학이나 철학에서는 이를 인식소(identity)라고 부른다. 이발소 벽에 걸린 그림보다 이발소 담벼락을 타오르는 담쟁이넝쿨의 아름다움을 인식하는 ‘살아있는 눈’, ‘살아있는 풍경’을 보는 눈이 필요하다.

물은 고이면 썩기 마련이다. 그래서 시인이나 지식인은 시대정신을 읽어내고 실천하며 세상 풍경을 한결같이 꿈틀대며 작동케 해야 하는 것이다.

광주항쟁을 모티브로 만들어진 영화도 있다. ‘꽃잎’, ‘화려한 휴가’, ‘26년’, ‘택시운전사’, ‘김군’ 등이다. 광주항쟁 관련 기록물은 2011년 5월에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됐다. 이제는 광주항쟁의 인과응보를 진실하게 갈무리하여 세계사의 대단원에 마침표를 찍어야 한다.

박상건(시인. 동국대 언론정보대학원 겸임교수)

1980. 5.18광주항쟁. 시민들이 '김대중 석방하라' 플레카드를 들고 있다(사진=김대중기념사업회)
1980. 5.18광주항쟁. 시민들이 '김대중 석방하라' 플레카드를 들고 있다(사진=김대중기념사업회)

 

박상건(시인. 동국대 언론정보대학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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