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과 기술의 공생 진화, 노벨평화상 수상 소녀의 자서전

△ 공존과 지속(이정동 외, 민음사, 516쪽)

공존과 지속

 

급속도로 기술이 발전하면서 세상도 급변한다. 인간의 생활방식을 근본부터 바꿔놓을 기술을 둘러싸고 기대와 걱정이 교차하며, 사회적 논란도 들끓는다.

이에 대한 모색을 위해 2015년 초 서울대 교수 20여 명이 '기술의 미래'라는 이름 아래 모였다. 이공계와 인문사회계 연구자들이 기술 혁신에 대한 생각을 나누며 접점을 찾았다. 유전자 편집 기술, 인공지능, 분산형 에너지 시스템, 새로운 교육 기술 등 4가지 주제를 택해 수차례 토의했다.

이 책은 이 과정을 담은 만 4년의 기록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먹거리나 한국의 미래 사회 예측보다는 기술이 인간에게 미칠 영향, 기술과 인간의 관계 등 근본적인 문제에 초점을 맞췄다.

입장 차이는 아주 컸다. 공학계 교수들은 인공지능 등을 과감히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했고, 인문사회계 교수들은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취했다.

그러나 꾸준한 의견 교환으로 간극이 점차 좁혀졌다. 인간과 기술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진화한다는 화두를 찾아냈고, 하나의 전망을 떠올렸다. 그것은 인간과 기술, 과학과 사회가 함께 진화해 간다는 것이다.

이들은 신기술이 우리 사회에 연착륙하기 위한 방향으로 ‘공존’과 ‘지속’을 제시했다. 기술에 대한 지나친 이상주의나 근거 없는 부정 사이의 중간점을 찾는 게 새로운 생태계를 위해 중요하며, 신기술을 활용해 공존의 미래를 설계해야 한다는 뜻이다.

에너지 시스템 분야 좌장은 이정동 산업공학과 교수가 맡았고, 교육 분야 좌장은 권혁주 행정대학원 교수, 인공지능 분야 좌장은 김기현 철학과 교수, 유전기술 분야 좌장은 장대익 자유전공학부 교수가 맡았다.

이를 총괄한 이정동 교수는 “우리 사회에는 기술 발전에 긍정적인 부류와 막연한 거부감과 두려움을 가진 부류의 간극이 크다”며 “그런 간극의 모양을 짚어주는 역할을 했다”며 출간 의의를 밝혔다. 나아가 “미래세대가 새로운 기술을 해석할 때 다양한 시각을 가져야 한다”며 “기술과 반기술로 나뉘지 말고 융합적인 사고를 하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서로 신뢰가 없다면 칼날을 세우며 대립했을 연구자들이 차이를 벗어나 논의의 질적 전환을 보여주는 것도 책의 또 다른 별미다.

△ 나는 말랄라(말랄라 유사프자이, 문학동네, 160쪽)

나는 말랄라

 

2014 노벨평화상 최연소 수상자 말랄라가 어린이 독자를 위해 쉽게 쓴 자서전이다. 2014년 10월 10일 영국 버밍엄의 한 여학교, 이곳에서 올해 나이 겨우 열일곱 살인 파키스탄의 한 소녀가 2014 노벨평화상 역대 최연소 수상자가 되었다. ‘어린이와 젊은이들에 대한 억압에 맞서고 어린이들의 교육받을 권리를 위해 싸운 카일라쉬 사티아르티와 말랄라 유사프자이가 2014년 노벨평화상을 공동 수상’한다고 발표한 것이다.

이 책은 그저 학교에 다니는 게 꿈이었던 한 소녀의 자전적 연대기이자, 탈레반이 장악한 파키스탄 북부의 스와트밸리 지역에서 여자아이들이 교육받을 권리를 위해 목숨을 걸고 투쟁해온 가족의 이야기, 파키스탄이라는 나라가 거쳐 온 질곡의 현대사에 대한 훌륭한 개괄, 나아가 21세기 세계 정세의 태풍의 핵인 이슬람 근본주의와 테러리즘의 실체를 폭로하는 현장의 목소리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무엇보다 불의와 폭압에 침묵하지 않고 맞서 싸우는 사람들의 용기와 신념에 관한 감동적인 기록을 만나볼 수 있다.

1997년 파키스탄에서 태어난 말랄라는 탈레반 테러리스트의 공격으로 여성들의 교육여건이 어려웠던 10살 때 여성 교육운동을 시작했다. 당시 그는 BBC 홈페이지에 글을 연재하고 뉴욕타임스와 인터뷰하는 등 여성 교육 수권에 앞장섰다.

이 때문에 탈레반 표적이 된 말랄라는 방과 후 귀가하던 중 총격을 당했지만, 다행히 생존해 지금까지 교육운동에 몰두 중이다.

이런 용기와 선구자 정신을 인정받아 제1회 파키스탄 청소년 평화상을 받은 데 이어 가장 어린 나이로 노벨평화상을 받았고 국제아동인권평화상, 사하로프 인권상, 국재앰네스티 양심대사상 등 인권·평화와 관련한 다수 상을 휩쓸었다.

말랄라는 현재 영국 옥스퍼드대에 다니며 말랄라 펀드를 통해 모든 사람이 성별, 인종 등에 차별받지 않고 교육받는 세상을 만들고자 애쓰고 있다.

말랄라는 청소년 소설 작가 퍼트리샤 매코믹과 함께 이 책을 썼으며, 박찬원이 옮겼다. “나는 단지 학교에 가고 싶을 뿐”이라는 어린 말랄라의 목소리는 우리나라 어린이들에게도 감동과 교훈을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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