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싸움에 등 안 터지려면...인공지능은 일자리를 빼앗을 것인가

[화제의 책]

탈대일본주의

 

△ 탈대일본주의(하토야마 유키오, 중앙books, 280쪽)

동아시아 상황이 숨 가쁘게 전개되고 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자국 우선 정책으로 중국과의 긴장이 고조하면서 이 지역 경제 불안도 날로 커져간다.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는 격이랄까.

이 책은 하토야마 유키오 전 일본총리의 ‘탈대일본주의(脫大日本主義)’를 번역출판한 것이다. 저자는 동아시아 국가들에 새로운 국제 질서 모델을 제안하고 성숙한 국가로 나아가는 전략을 제시해 눈길을 모은다. 2년 전에 원본이 나온 이 책은 ‘자립’과 ‘공생’을 키워드로 중규모 국가들의 자립을 위해선 동아시아 공동체 구축으로 지역 패권국가를 현명하게 견제할 필요가 있다고 역설한다.

하토야마 전 총리는 한국어판 출간과 관련해 “일본 정부가 미국의 비호 아래 군사 대국화를 꿈꾸며, 헌법으로 금지돼 있음에도 전쟁에 참가할 수 있는 나라가 되어 미국이 시키는 대로 전쟁에 협력하는 것이 아닐까 싶어 이 책을 썼다”고 밝혔다. 지난 2년 동안 한반도는 평화를 향해 활발히 움직였지만 일본이 다시 대일본주의를 지향하는 것 같아 동아시아 공동체를 향한 탈대일본주의를 책으로 펴내게 됐다는 것이다.

이 책은 ‘성장 전략’이 아닌 ‘성숙 전략’을 기반 삼아 모두가 우애의 ‘성숙 국가’로 함께 나아갈 것을 주요 메시지로 삼는다. 그러면서 경제대국의 여세를 몰아 정치대국(그레이트 파워)으로 도약하겠다는 일본인들의 희망은 허망한 꿈이라며 경계한다. 과거 일본인들이 경험한 대일본제국의 파탄을 교훈 삼아 자유와 인간을 존중하는 중규모 국가(미들 파워)를 이웃나라들과 더불어 착실히 만들어가자며 그 중추적 역할을 일본이 맡아야 한다고 덧붙인다.

저자는 제1장 ‘대일본주의의 환상’에서 글로벌리즘의 폐해와 이에 대립하는 ‘우애’ 이념을 설명하고 과거와 현재의 일본 정치 상황을 분석·비판하며 그 대안으로 탈대일본주의를 제안한다. 2장 ‘자립과 공생의 길’에서는 주변국과의 관계를 살피며 미국 종속 관계에서 탈피하고 강대국 사이에서 정치적·경제적 자립을 꾀하는 방안을 내놓는다.

제3장 ‘성숙의 시대를 위한 국가의 모습’에서는 성장 전략이 아닌 인간 중심 성숙 전략으로 나아가는 국가의 모습을 다루는데, 4가지 전략으로 ‘대일본주의 탈피’, ‘동아시아 경제공동체 추진’, ‘공정한 사회 성립’, ‘국민국가 통합 중시’를 제시한다. 마지막으로 제4장 ‘탈대일본주의를 향하여’는 국익을 위한 정치의 역할과 '팍스 아시아나'를 꿈꾸는 동아시아 공동체 국가의 자세와 비전을 이야기한다.

철학 파스타

 

△ 최준식 교수의 철학 파스타(최준식, 서울셀렉션. 240쪽)

삶은 고해(苦海)와 같다고 한다. 인간으로 태어난 이상 누구나 막연한 불안감 속에 살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고통을 극복할 길은 없을까? 불안이 아니라 환희를 느끼며 살아갈 수는 없겠느냐는 거다. 자신만의 의미를 찾아낼 수 있다면 누구나 새롭고 신나는 인생길 항해가 가능하다.

죽음학 선구자이자 종교학 권위자인 최준식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한국학과 교수가 그 해답을 제시한다. 이 책은 참되고 생생한 삶을 살려면 자의식을 초월한 깨달음 단계로 도약해야 한다며 죽음학, 종교학, 심리학을 넘나드는 통합적 관점에서 인생을 성찰한다.

저자에 따르면, 많은 사람이 고통에서 벗어난 삶을 기대하며 종교를 찾는다. 그러나 대부분은 종교에서 답을 얻어내지 못한다. 이는 현실 종교들이 철학 빈곤 상태에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철학 없는 종교는 제 기능을 하기가 어렵다.

최 교수는 2005년 출간된 자신의 저서 ‘종교를 넘어선 종교’에 바탕을 둔 이번 신간으로 철학적 개념과 종교적 초월에 대해 알기 쉽게 설명해준다. 삶과 죽음, 종교를 넘나드는 저자 특유의 철학 강의라고 하겠다.

인간이 동물과 다른 점은 뭘까? 바로 자의식이다. 이 자의식 덕분에 인간은 자신이 존재한다는 것을 비로소 알게 된다. 의식이 생기면서 ‘주체적 나’와 ‘객체적 나’가 병존하며, 의식의 대상화 작용을 통해 생각이 탄생한다.

자의식이 발현될 때는 두 살 무렵. 그저 동물적 감각과 욕망만 갖고 있던 아기는 이 나이를 넘어서며 비로소 자신을 대상화하기 시작한다. ‘보는 나’와 ‘보이는 나’, ‘생각하는 나’와 ‘생각되는 나’로 나눠 이원론적으로 지각하게 되는 것이다.

저자는 삶의 여정을 ‘전인격적 단계’', ‘인격적 단계’, ‘초인격적 단계’로 나눠 설명한다. 인간의 의식은 자의식이 없는 단계에서 자의식이 있는 단계로 한 번 진화한 뒤 그 자의식을 초월하는 단계로 또다시 비상하게 된다. 이는 종교에서 말하는 해탈과 구원에 해당하는데, 의식의 사슬에서 벗어남을 뜻한다.

책 제목이 말해주듯이 최 교수는 이 같은 삶의 진리를 면, 소스, 각종 재료로 만드는 파스타 요리법으로 비유해 하나하나 설명해간다.

이 요리의 첫 단계는 ‘나’라는 반죽. ‘나’는 단단하게 뭉쳐진 자의식 덩어리로 이 때문에 인간인 ‘나’의 삶은 고통스럽다. 온전한 파스타가 되려면 ‘나’라는 반죽 덩어리가 삶은 면발로 변해야 한다. 삶음 과정을 통해 반죽 덩어리가 날 것에서 익힌 음식이 되듯, ‘나’의 삶도 이 두 번째 과정에서 의미 탐색으로 성숙하게 된다.

세 번째 단계는 초월이다. 파스타 맛을 좌우하는 소스마냥 초월은 삶의 환희를 결정짓는다. 자의식을 뛰어넘을 때 궁극의 실재가 된다는 것. 마지막 네 번째 단계는 수행으로, 면과 소스가 버무려져야 음식이 완성되듯이 도약이라는 인생 소스의 버무림을 통해 진정한 환희에 도달하게 된다.

40년 가까이 종교학과 죽음학을 천착해온 최 교수는 “의식의 진화가 인격적 단계에서 끝난다면 인간은 가련하기 짝이 없는 존재가 되고 만다”며 “종교, 특히 영원 철학은 끝없는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길을 구체적으로 제시한다”고 말한다. 이 책에서는 불교의 명상, 도교의 내단법, 이슬람교의 회전춤 등 다양한 수행법도 만난다.

[새로 나온 책]

모 비딕

 

△ 모비 딕(허먼 멜빌 지음, 살림. 232쪽)

불문학자이자 문학번역가인 진형준의 세계문학 축역본 38번째 시리즈. 미국 상징주의 문학 기수인 멜빌 대표작이다.

흰고래 모비 딕에게 한쪽 다리를 잃은 에이허브 선장이 선원들을 데리고 대양에서 생사를 건 결투를 벌인다. 모비 딕은 공포와 증오의 대상이자 배에 오른 모든 사람에게 공동의 적, 악의 화신으로 상정된다.

에이브해 선장은 결국 파멸을 향해 나아가지만, 그 길이 자신을 비극적 운명으로 이끈다는 것을 알면서도 도망치거나 피하지 않고 기꺼이 받아들인다.

궁금했어, 인공지능

 

△ 궁금했어, 인공지능(유윤한 글, 홍차 그림, 나무생각, 168쪽)

인공지능(AI)의 정의와 역사, 현황, 미래 발전 가능성까지 모든 것을 알려주는 청소년 과학 교양서.

인간이 어떻게 ‘지능’을 만들어냈는지, 인공지능은 우리 생활에서 어떻게 적용되는지, 인공지능이 어떻게 발전할 것인지 등을 알기 쉽게 설명한다.

또 인공지능이 인간의 일자리를 빼앗고 궁극적으로 인간의 적이 될 것인지, 인공지능과 공존하려면 어떤 윤리가 필요한지 등도 짚어준다.

△ 최고로 멋진 친구가 되는 기술(제임스 크리스트 지음, 꼬마이실, 172쪽)

인생에서 가족만큼 중요한 존재가 친구다. 인간은 혼자 살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친구 사귀기를 어려워하는 아이들도 있다. 심리학자인 저자는 친구를 사귀는 '우정의 기술'이 존재하며, 이는 자전거 타기처럼 연습하면 잘 할 수 있는 일이라고 말한다.

친구를 만나고 사귀는 단계, 우정을 쌓는 비결과 해치는 실수들 사례, 친구와 싸웠을 때 푸는 법까지 자세한 안내를 담았다.

당신이 없는 곳에서 당신과 함께

 

△ 당신이 없는 곳에서 당신과 함께(전동균, 창비. 132쪽)

시 본연의 서정적 언어를 노래하는 중견 시인 전동균이 5년 만에 펴내는 다섯 번째 시집이다.

삶의 비애를 곱씹고 존재의 근원을 궁극적으로 성찰하며 자아를 찾아가는 51편의 시가 수록됐다.

전 시인은 “존재에 대한 성찰과 질문을 하고 싶었다”면서 “이것을 관념이 아닌 일상과 현실 속 서정의 언어로 담아내고 싶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1986년 ‘소설문학’을 통해 등단해 시력이 30년을 넘었지만, 다작하지는 않았다. 꾸준한 창작 활동을 통해 비교적 최근에야 백석문학상(2014), 윤동주서시문학상(2018)을 받으며 평단 주목을 받았다.

좀비에 관한 연구

 

△ 좀비에 관한 연구(이동순, 천년의시작, 184쪽)

시인이면서 평론가인 이동순이 내놓은 17번째 시집이다.

‘좀비’라는 상징을 통해 세대·계층·지역·성별 간 대립과 혐오를 조장하는 사회에 일침을 가한다. 이러한 풍자를 통해 갈등을 해소하고 궁극적 화해의 길을 모색하는 중견 작가의 내공이 은연중 드러난다.

저자는 1973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시가, 1989년엔 문학평론이 당선돼 등단했고 평론집도 6권이나 냈다. 신동엽문학상, 정지용문학상, 김삿갓 문학상, 시와 시학상을 받았다.

옥스퍼드 과학사

 

△옥스퍼드 과학사(이완 라이스 모루스 외, 반니. 656쪽)

13명의 과학사학자가 과학의 역사를 들여다본 글을 묶었다.

먼저 고대 지중해 세계의 과학, 고대 중국의 과학, 중세 기독교 및 이슬람 세계의 과학부터 과학혁명과 계몽시대 과학까지 시대별 과학사를 다룬다. 이어 실험 문화의 발전, 자연을 대하는 새로운 방식, 생명 근원에 관한 새로운 사고방식의 출현, 우주론의 등장 등 현대 과학의 세계관을 중심으로 주제를 나눠 접근한다.

이 책이 전반적으로 강조하는 사실은 과학이 인간의 활동이라는 것이다. 엮은이 이완 라이스 모루스 영국 애버리스트위스대 교수는 “과학은 인간이 생산한 것이고, 인간이 문화의 산물이듯 인간이 생산한 과학 역시 문화의 산물”이라며 “과학은 모든 이가 만든 것이고, 그러므로 모든 이의 것”이라고 말했다.

파리 오디세이

 

△ 파리 오디세이(정상필, 양문, 248쪽)

풍요로운 예술의 꽃이 활짝 피었던 19세기 파리를 소개하는 인문학책이 나왔다. 광주일보에서 일하다 파리로 건너가 번역과 글쓰기를 하는 정상필(45)씨는 최근 ‘파리 오디세이’를 펴냈다.

저자는 상징과 의미로 가득 찬 파리에서 가장 아름다운 시기인 벨 에포크(Belle Epoque) 시대의 흔적을 찾는다. 파리에서 공부하고 프랑스인 아내와 네 아이를 키우는 저자는 매력적인 도시의 모습을 한 꺼풀 벗겨내면 더 친숙한 파리의 모습을 만날 수 있다고 확신한다.

그는 파리지앵, 벨 에포크, 건축물, 백화점, 박물관, 공동묘지, 박람회 등 21개의 키워드로 파리의 정치, 예술, 문화에 얽힌 이야기를 풀어낸다. 프랑스 혁명과 종교에서부터 카바레와 벼룩시장과 같은 작은 일상까지 끄집어내 파리의 민낯과 일상을 가감 없이 보여준다.

파리를 처음 여행하려는 사람이나, 파리를 추억하는 사람, 역사와 혁명을 배우려는 사람들에게 충실한 안내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사진도 풍성하게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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