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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어먹고 낚시하고...흑산도에서 삶을 읽다
홍어먹고 낚시하고...흑산도에서 삶을 읽다
  • 박상건 기자
  • 승인 2019.07.03 09: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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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건 시인의 섬과 등대여행] 43 흑산도

흑산도는 신안군에 소속된 섬으로 목포항에서 중국 방향으로 97.2Km 떨어져 있다. 목포와 홍도를 이어주는 해상교통 중심지이다. 목포에서 쾌속선으로 2시간 거리에 있다. 흑산도 면적은 19.7㎢이고 인근의 크고 작은 섬을 다 포함할 경우 48.76㎢에 이르는 꽤 큰 섬이다. 해안선 길이는 41.8㎞. 2019년 7월 현재 4,396명의 주민이 산다. 어족자원이 매우 풍부하고 섬 관광명소로 자리 잡아 주민들의 살림살이가 윤택한 편이다.

아침 바다를 달리는 흑산도 어선
아침 바다를 달리는 흑산도 어선

 

흑산도는 유인도 11개, 무인도가 89개이다. 흑산도는 국제항이고 어업전진기지이며 다도해 해상국립공원이다. 우리나라 다도해 해상국립공원은 신안군, 진도군, 완도군, 여수시 해역에 1,596개 섬들로 이뤄져 있다. 그 중 신안군은 100개의 섬이 해당한다.

흑산도 여행은 여객터미널이 위치한 예리항에 도착하면서 시작된다. 예리항은 여행객들이 흑산도에 오고가는 첫 관문으로 주변에 맛집이 들어서 있고 풍란 등 특산물을 구입할 수 있다. 예리항은 국제항답게 선박이 많이 정박할 경우는 2천여척이 넘는다. 그 자체만으로도 장관을 이룬다. 3월이 그 절정기이다. 긴 겨울잠에서 깨어나 고깃배가 몰려오고 선원들은 흑산도의 주요 고객으로서 시즌 선창가에는 60여개 선술집이 뜨거운 불빛을 뿜어내기도 한다.

예리항 앞 바다
예리항 앞 바다
풍랑주의보가 해제되자 이른 아침 출항을 준비하는 어부들
풍랑주의보가 해제되자 이른 아침 출항을 준비하는 어부들

 

예리항에서는 섬을 오고가는 택시와 공영버스가 있다. 승용차 이동이나 걷기에 좋은 해안일주도로가 25.4㎞에 이른다. 산길을 굽어 오르다보면 장보고가 주민들과 함께 지은 성곽이 나온다. 흑산도 지형은 신석기시대에서부터 생겼다고 전하나 실제 사람이 살기 시작한 것은 장보고가 청해진 설치 후 당나라와 교역하며 중간 지점으로 흑산도를 이용하면서 부터이다.

이곳에서부터 상라봉 정상으로 오르는 길은 강원도 미시령 고갯길처럼 꼬부랑길이다. 열두 구비의 산길을 다 올라서면 내려다보이는 흑산도 앞바다와 올망졸망 무인도 풍경은 그대로 한 폭의 수채화이다. 바다에서 한 마리의 용이 승천하는 것 같은 고갯길 마루는 흑산도 여행에서 빼 놓을 수 없는 코스이다.

고갯길을 다 오르면 전망대에서 흑산 앞바다와 횡섬, 가도, 영산도, 뒤편에 자리 잡은 찬연기념물 섬 홍도 쪽에 망덕도, 장도, 쥐머리섬 등이 아름답게 펼쳐진 모습을 조망할 수 있다. 전망대 아래 동백꽃들이 우거져 있고 그 옆길에 ‘흑산도 아가씨 노래비’가 세워져 있다.

오랜 동안 바다에 나가 살아야 했던 남정네들. 낭자는 낭군을 기다리다가 그만 가슴이 검게 탔을 그 마음을 노래한 ‘흑산도 아가씨’. 흑산도는 바닷물이 푸르다 못해 검푸른 빛이 돌아, 멀리서 보면 산과 바다가 검게 보여 흑산도라 부른다. 흑산도는 본디 조기, 고등어, 삼치 파시로 유명했다.

흑산도 명물 홍어는 흑산도의 자존심으로 통하며 전국에서 그 값어치를 톡톡히 한다. 특히 수심이 깊어 중국 쪽에서 오는 상어가 잡힐 정도인데, 집집마다 홍어와 함께 그물에 걸려든 작은 상어를 내다 말리는 풍경을 쉽게 볼 수 있다. 귀한 어류들이 잡히다보니 남녘바다에서 대접받는 우럭 정도는 흑산도에서는 밑반찬 정도로 대우받는다.

그래도 손맛이 좋아 낚시꾼들의 발길은 그치지 않는 곳이 흑산도이다. 어느 갯바위에서나 낚싯줄을 드리우면 쉽게 입질을 즐길 수 있다. 갯바위 낚시에서는 감성돔, 돌돔, 참돔도 많이 나오고 봄과 초겨울까지 농어가 많이 잡힌다.

흑산도는 물이 귀하다. 지금도 5일 급수제를 한다. 적은 땅에 농사를 지어야 했음으로 묘지를 사용하지 않고 무인도로 건너가 가족들의 주검을 바람에 발효시키는 풍장을 했던 관습도 있었다. 그러면서 다져진 흑산도 사람들의 효도문화는 빼 놓을 수 없는 자랑거리이다. 소득이 높아지면서 효정신이 퇴색할 듯도 한데 마을마다 정기적으로 어른들을 모시고 야유회를 갖는다. 풍랑주의보가 내려 바다로 나가지 못한 날에는 집이나 선박에서 그물을 손질하거나 음식을 장만해 함께 즐긴다.

흑산도 명물 홍어
흑산도 명물 홍어
어부가 홍어를 손질하는 모습
어부가 홍어를 손질하는 모습

 

그날, 나는 풍랑주의보에 묶여 해안일주도로를 따라 터벅터벅 걷고 있었다. 어디선가 노랫소리가 들리고 이방인을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깃대봉 양지바른 숲 그늘에서는 죽항리 사람들의 야유회였다. 누군가가 “뱃길도 묶였는데 이리 오시오. 마음 편히 놀다 가면 되지라우”라면서 홍어 한 점에 막걸리 잔을 권하며 이런저런 마을 유래와 전통문화를 들려주었다.

이런 낙천적이고 후한 인심 때문에 조선시대 선비들은 이곳으로 유배 왔다가 섬사람들과 정들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다산 정약용 선생은 18년의 억울한 유배 중에도 목민심서를 썼던 강진 벌판과 마량포구, 마량포구의 인연을 전한다. 그리고 이곳에서 15년 유배생활을 한 형 약전 역시 누구보다도 섬과 섬사람에 대한 애착이 컸음을 전한다. 어민들과 바다에 나가 물고기와 해산물 155종을 함께 채집하여 어류학 총서 ‘자산어보’를 집필했다. 조선 후기 강화도 조약에 관한 상소로 면암 최익현 선생도 흑산도에서 유배생활을 했다. 그렇게 흑산도는 선비들의 정신적 쉼터이자, 강인한 삶의 다진 해양공간이었다.

역사도 삶도 무르익어야 제 맛이다. 홍어는 사흘쯤 삭혀야 제 맛이다. 특히 막걸리에 곁들여 먹어야 좋다. 그것을 ‘홍탁’이라 부른다. 마을 어른들은 “좋은 홍어는 칼질할 때 찰떡처럼 찰진 육질을 드러낸다”고 일러주었다.

그런 영혼의 꽃을 피우듯 흑산도 풍란 향기와 각종 희귀식물을 여기저기서 조우했다. 후박나무 군락지에 당도하자 멀리서 볼 때 섬 아낙들이 붉은 꽃등을 들고 서 있는 자태처럼 보였는데, 가까이서 바라보니 후박 잎은 꽃이 아니라 잎들의 오묘한 조화가 등잔처럼 생겼음을 알았다.

상라봉
상라봉
후박나무 군락지
후박나무 군락지

 

흑산도 속살을 깊이 알기 위해서는 숲으로 들어가 보는 일이다. 흑산도 섬은 활엽수림지대로 형성돼 방풍역할을 한다. 이런 숲들은 바다에 산재한 크고 작은 갯바위와 함께 바람과 조류의 세기를 조절하는 방향타 역할을 한다.

그렇게 중 풍랑주의보에 묶여 섬을 떠돌아다닌 지 닷새 만에 출항 소식을 들었다. 포구는 다시 활기를 되찾았다. 어선들의 통통대는 소리와 함께 나부끼는 깃발이 섬의 생동감을 더했다. 너무나 청명한 아침 바다는 다시 조업을 한다는 설레임과 기항지를 향해 떠날 채비를 하는 어부들의 몸놀림이 분주했다. 예리항이 내려다보이는 언덕배기에서는 암소 한 마리가 풀을 뜯다가 음메~음메에~ 하는 울음소리를 연신 처 올렸다. 어부들의 출항을 반기는 소리일까, 아니면 그 무슨 그리움이나 기다림에 젖어 있는 소리일까.

흑산도의 작은 섬 장도
흑산도의 작은 섬 장도
흑산아가씨 노래비
흑산아가씨 노래비

 

문득, 그 시절 어머니가 자식들을 육지로 떠나보면서 포구에 서서 오래도록 손을 흔들던 풍경을 떠 올렸다. 섬에 가면 파도소리도 암소의 울음소리도 잊을 수 없는 정서적 전율과 상징의 기표를 던져주며 우리에게 또 다른 삶을 음미하게 한다.

문의: 흑산면사무소(061-240-4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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