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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최초 우주센터 품고 비단처럼 나부끼는 바다
우리나라 최초 우주센터 품고 비단처럼 나부끼는 바다
  • 박상건 기자
  • 승인 2019.07.23 11: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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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건 시인의 섬과 등대여행] 46 나로도

나로도는 고흥반도에서 25km 떨어져 있다. 옛날 중국 상인들이 이 바다를 지나다니면서 “바람에 펄럭이는 낡은(老) 비단(羅)같은 섬”이라고 불렀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섬 풍광도 주민들 인정도 비단결 같은 섬이다.

나로대교
나로대교

 

섬은 내나로도와 외나라도로 구분한다. 1994년 고흥반도에서 섬으로 연륙교가 이어졌고, 다시 1년 후 섬과 섬 사이로 연륙교가 더 이어져 승용차로 이동이 가능하다. 고흥읍에서 건너갈 때 첫 섬이 내나로도이다. 조선시대 말 목장 터였던 나로도는 들판과 바다와 섬을 동시에 구경할 수 있다. 그렇게 수평선을 향해 뛰쳐나갈 것만 같은 나로도는 해안선 길이가 45.6km 이르러 꽤 큰 해안도로를 이어간다. 그 길들은 쪽빛바다와 함께 출렁이면서 여행자의 마음을 여유롭고 평화롭게 안내한다.

나로도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상록수림과 청정해역의 해수욕장이 많다. 기암괴석해안선과 파스텔 톤 바다의 빛깔은 여행객 가슴에 잔잔한 향수와 평화로움 안겨준다. 해안 일주도로는 바다를 끼고 달리는가 싶으면, 솔숲 오솔길로 이어져 새들이 우짖는 소리가 들린다.

다시 들판 길로 이어지면 해풍을 맞고 자란 유자 숲의 노란 열매가 한 풍경을 한다. 경남 남해 지역과 완도 지역에서 볼 수 있는 다랭이논이 나로도에서 자주 목격된다. 섬에 농사짓는 땅이 부족했던 탓이다. 산을 깎아 만든 계단식 논밭 줄기는 야트막한 해변으로 갯바람을 타고 내려간다. 그리고 철썩철썩 파도치면서 어촌의 적막감을 깨운다.

어민들이 채취한 꼬막 소라 성게
어민들이 채취한 꼬막 소라 성게

 

나로도 사람들은 미역, 김, 파래, 톳 양식과 고기잡이를 주로 하며 생계를 잇는다. 청정바다에서 해초류와 어획물을 건져 올려 거의 일본으로 수출할 정도로 넉넉한 생활을 한다.

나로도는 남해안 어획전진기지이기도 하다. 어업전진기지는 어선들이 어업을 하는 데 불편함이 없도록 각종 시설을 갖춘 다목적 어항을 말한다. 어선에게 필요한 시설이라는 것은 물과 급유시설, 창고, 가공과 유통시설, 무선국 등 항해와 정박, 하역할 때 필요한 것들을 말한다.

어업전진기지에는 연근해어업전진기지와 원양어업전진기지로 구분되는데, 연근해어업전진기지1966년 울릉도와 남해안의 미조도, 욕지도, 나로도, 청산도, 흑산도, 거문도, 성산포 등에 설치한 이후 해마다 기지수를 늘리는 추세이다.

이런 기지건설 증가는 우리 항구의 발달, 어업인 증가, 국민 생활수준 향상 등 우리 경제력의 성장을 의미한다. 전진기지들이 많아진다는 것은 주민들 수익이 늘고 수출도 증가하는 것을 의미한다. 나아가 육상 교통 못지않게 해상 교통이 발전해 주민들 삶도 편리해지고, 레저와 여행을 즐기는 전 국민들이 섬과 바다로 가는 접근성이 더욱 용이해져 선진 레저시대를 앞당길 뿐만 아니라, 궁극적으로 도시와 어촌이 상생하며 아름다운 동행을 하는 것이다.

나로우주센터(사진=고흥군)
나로우주센터(사진=고흥군)
우주센터 앞 방파제 낚시
우주센터 앞 방파제 낚시

 

나로도 끝자락인 하반마을에 우리나라 최초 항공우주센터가 있다. 인공위성 발사장이자 세계 13번째 우주센터이다.

나로우주센터에서는 우주과학기술 전시, 교육기능 및 우주센터, 방문자센터 기능을 수행하는 우주과학관이 있다. 로켓, 인공위성 소재 관련 59종의 전시품과 29종의 작동체험전시품이 있고 4D 동영상관, 야외전시장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고흥군 봉래면 하반로 490번지에 있다.

우주센터 앞 하반포구 방파제는 강태공들에게 각광받는 낚시 포인트이다. 주로 삼치, 도미, 농어, 장어, 주꾸미 등이 잡힌다. 특히 나로도의 삼치파시는 오래 전부터 유명했으며 고흥군 축제로 열리고 있다.

우주발사 전망대(사진=고흥군)
우주발사 전망대(사진=고흥군)

 

고흥군은 ‘나로도’ 섬 관광코스가 아닌 우주발사전망대, 나로우주해수욕장 등을 명명하고 있다. 그만큼 우주센터를 고흥군의 랜드마크로 삼고 있다. 우주발사전망대에서는 다도해 절경을 조망 할 수 있다. 전망대는 우주센터와는 떨어져 있다. 영남면 해맞이로 840번지에 있다.

나로도 바다
나로도 바다

 

우주센터에서 다시 하반마을 서쪽 염포마을로 향했다. 해돋이와 해넘이를 동시에 볼 수 있는 해변이다. 서해안에서 당진 왜목마을이 이런 지형을 가졌다. 그곳과 차이라면 해안가가 넓게 펼쳐진 공간을 보듬었고 남해안 수평선 위로 떠오르는 일출 장면이 드라마틱하다는 점이다.

나로도는 수심이 얕은 편이다. 그래서 모래밭에서 쉽게 조개와 게를 잡을 수 있다. 썰물 때 아낙들은 삼태기를 허리춤에 끼고 굴, 바지락, 꼬막, 새조개, 주꾸미 잡으러 모여든다. 바다로 가는 어민들의 행렬도 볼거리 중의 하나이다.

녹동항 어시장
녹동항 어시장

 

그렇게 이채로운 풍경을 연출하는 바다에서 올망졸망한 무인도를 촬영하고 돌아서는데 버스를 기다리는 한 아주머니를 만났다. 나는 승용차에 동승을 권한 후 함께 이동하며 생생하고 구수한 많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경기가 안 좋지만 먹고 사는 데는 어려움을 없다고 했다. 씨알 좋은 고기들을 읍에 나가 팔면 몇 십 만원은 거뜬히 받아오니 이곳에서 생활을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고 했다. 자식들도 잘 자라서 도시에서 잘 산다고 했다. 듣는 내가 행복했다.

아주머니는 바다농사 외에도 유자농사를 짓는다고 했다. 수확한 유자들은 미국과 일본 등지로 수출되는데 유자차, 유자즙, 유자두부, 유자쨈, 유자식혜, 유자화채, 유자 카스테라 등 상품도 다양했다. 그만큼 우리농사가 과학화되고 선진화 된 것이다. 그래서 돈 많이 버셨냐고 묻자, 아이들이 건강하게 잘 살고 있으면 됐지, 뭐? 돈은 돈이냐면서 안분지족의 삶의 의미를 함박 웃음으로 대신했다.

그렇게 나그네는 또 다른 나그네를 찾아 이동했다. 여행은 길 위에 만난 사람들을 통해, 특히 자연에 순응하며 자연원리의 지혜로 사는 방법들을 통해 나를 반추하는 여정이다. 어쩜 그것은 여행의 이유이고 우리가 사는 이유이기도 하다.

방풍림 해변
방풍림 해변
섭정 해변 모래밭
섭정 해변 모래밭

 

휴가철 응당 찾게 되는 해수욕장으로 향했다. 수려한 해변으로 각광받는 나로도해수욕장은 신금마을에 있다. 마을 이름을 따서 신금해수욕장 혹은 면소재지 이름을 따서 봉래해수욕장으로도 부른다. 해변에는 370년 전부터 만들어졌다는 아름드리 솔숲이 동양화처럼 펼쳐져 있다.

1km에 이르는 가는 모래밭에 드리운 소나무 모습은 뼈대 있는 시골 어느 조상님을 닮기도 했고, 한 폭의 수묵 담채화를 연출했다. 이래봬도 문화재로 등록된 방풍림 솔숲이다. 서북쪽 끝자락에도 천연기념물 상록수림이 있다. 동백나무, 후박나무, 잣나무 등 100년 이상 넘은 150여종의 희귀 수목이 햇살과 짙푸른 물결소리를 반반씩 버무려 나라도 파도소리와 호흡하고 있다.

나로도항은 축정마을에 있다. ‘축정항’이라고도 부른다. 포구에는 갈매기와 싱싱한 새우 생선, 조개, 낙지 등이 어물전에 이방인을 맞는다. 낮선 이방인처럼 어부의 손길 저 편으로 밀려나간 것은 다름 아닌 꼴뚜기. 어물전 망신 꼴뚜기가 시킨다는 말이 여전히 유효했다. 새우만 골라내는 아낙의 손길에서 꼴뚜기는 저 편으로 내팽개쳐졌다. 세상 살면서 누군가에게 저렇게 열외 되는 삶처럼 슬픈 경우가 어디 있으랴.

형제섬
형제섬

 

다시 섭정마을로 이동했다. 어느 섬에나 꼭 한 개씩 있는 섬 이름이 형제섬이다. 산수정신으로 살아온 우리 민족은 배고프고 외로웠다. 그래서 가족애와 공동체 문화를 중시했다. 그런 정신이 표출되면서 둘이 있는 모습에 의미를 부여했고 형제간 우애를 강조했고 섬사람들은 두 개 바위섬을 보면 ‘형제섬’이라고 불렀다. 제주도에도 여수에도 섬 곳곳에 형제섬이 많은 이유이다. 아무튼 백사장은 미숫가루처럼 잘게 부순 모래들이 정겹다. 마치 국자에 설탕 넣어 만들던 뽑기처럼 백사장에는 여러 물결무늬가 신기하게 그려져 있다. 고둥들이 가는 삶의 길도 보인다.

나로도 노을
나로도 노을

 

다시 그 너머 염포마을. 한동안 해변에서 해조음에 빠져 누워 있다가 먼 바다의 배들이 햇살을 동무삼아 항해 중임을 보았다. 해송 숲이 바다를 울타리 쳐서 만든 풍경이 장관이다. 민박하기에 이만한 장소도 드물다. 그곳에서 나로도의 은은한 노을빛을 맞았다. 정말 환상적이다. 바다 한 가운데 툭 트여 나온 ‘너릿여’, ‘널린여’ 바위가 풍경화 속에 찍혀 있다. ‘여’라 함은 물 위에 나온 바위를 말한다. ‘널려 있는 바위’ 그 위로 마치 등대처럼 노을빛을 반사되며 반짝였다.

마지막 햇살은 이순신 장군이 활동했다는 나로도 앞 바다 칼끝바위로 빗발쳤다. 그 환상적 풍경 오래도록 잊을 수가 없다. 그렇게 그 해변에서 하룻밤을 묵으면서 나로도 여행 대단원의 막이 내렸다. 문의: 고흥군 관광과(061-830-5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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