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건 시인의 섬과 등대여행] (49) 옹진군 덕적도

인천광역시 옹진군 덕적도는 크고 작은 섬이 41개로 이뤄진 덕적군도이다. 일본 침략 전까지는 ‘덕물도’라고 부르다가 일제 때부터 ‘덕적도’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섬사람들이 어질고 덕이 많은데서 유래했다.

덕적도 등대와 철부선

 

덕적도는 우리 선조들이 한강 하류로 나룻배를 타고와 인천에서 중국 대륙으로 나갈 때 교두보로 삼았던 섬이다. 당나라 소정방이 백제를 칠 때 산둥반도에서 덕적도 항로를 타고 들어왔을 정도로 오래 전부터 전략적 요충지 섬이었다. 덕적도 앞바다를 지나면 서해5도 섬들이다.

덕적도 면적은 17.66㎢이고 해안선 길이는 37.6km이다. 덕적도는 면소재지 섬으로 각종 편의시설을 갖추고 있으며 2017년 기준으로 1,177세대에 2,032명의 주민이 살고 있다.

덕적도는 인천항에서 쾌속선으로 1시간 거리, 안산 방아머리 선착장에서 차도선을 이용할 경우는 2시간 40분이 소요된다.

덕적도는 2개의 큰 해수욕장과 야생화가 어우러진 몽돌해변과 드넓은 백사장, 곳곳에 낚시 포인트를 갖춰 사계절 여행객들이 즐겨 찾는 섬이다. 섬은 들판과 산, 사방으로 열린 바다와 갯벌체험 장소가 다양하고 아주 낭만적이고 환상적이 풍경을 연출하는 섬이다.

덕적도 여행방식은 걷기와 자전거여행, 트레킹 등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 자가용이나 민박집 차량을 이용할 경우 2시간 정도면 섬 일주가 가능하다.

비조봉

 

전체를 한 눈에 조망할 수 있는 곳은 비조봉. 해발 292km 높이로 그리 높지 않아 초보자도 물통 하나만 허리춤에 찬 채로 2시간 정도면 등산을 즐길 수 있다. 비조봉 산길은 푸른 침엽수림이 우거져 산림욕에 좋고 풀벌레, 새소리의 합창이 즐겁다.

어느 산길을 타도 해변으로 연결된다. 산에는 해풍을 맞고 자란 산포도와 산더덕도 만날 수 있는데 덕적도의 무공해 특산물이다. 그루터기에서 자란 표고버섯도 특산품 중 하나이다. 능선을 걸으며 올망졸망한 섬들을 조망하기에 그만이다. 장엄한 일출과 일몰을 동시에 감상할 수 있다.

비조봉 서쪽에 서포리해수욕장이 있다. 동쪽으로는 마을을 껴안은 채 호수처럼 출렁이는 진리 포구가 있다. 두 해변 중간에 해송 숲과 함께 수평선을 향해 두 팔 벌린 밭지름해수욕장이 한 폭의 산수화처럼 펼쳐진다.

비조봉 아래 진리 선착장은 아담한 호수마을이다. 진리 방파제 등대 주변은 낚시 포인트이다. 집집마다 창문이 포구로 열려 있으니, 어느 곳에 여장을 풀어도 물 깊은 서해 파도소리를 접하며 찌든 일상을 훌훌 털어낼 수 있다.

자갈마당 해변의 갯메꽃

 

진리에서 북쪽으로 8km 떨어진 곳에서 만난 갈대군락지. “언제부턴가 갈대는 속으로/조용히 울고 있었다.//그런 어느 밤이었을 것이다./그의 온몸이 흔들리고 있는 것을 알았다.//바람도 달빛도 아닌 것./갈대는 저를 흔드는 것이 제 조용한 울음인 것을/까맣게 몰랐다.”

신경림 시인의 그 ‘갈대’ 시처럼 떼로 흔들리는 갈대밭을 지나면 툭, 트인 바다를 만난다. 능동자갈마당이다. 물안개가 기암괴석과 해변을 감싸 안으며 한 폭의 산수화를 그려내고 있었다. 바람이 몰고 온 파도는 몽돌해변에 부서지면서 환상적인 해조음을 연출했다. 파도가 밀려갈 때마다 물길이 몽돌 사이에서 우려내는 그 울림은 영락없는 바다의 합주곡이다.

자갈마당 앞 바다의 위대한 바다 합주곡을 감상하는 사이, 몽돌 사이를 비집고 피어난 나팔꽃을 닮은 갯메꽃 군락지가 보였다. 허공에 나팔을 불고 있는 모습이다.

섬 여행을 다니면서 가장 행복할 때가 바로 이런 풍경과 만날 때이다. 자연을 매개로 생각하고 그 생각이 또 다른 상상력으로 확장해가는 순간은 여행자만이 느끼는 매력이고 길거리 철학자의 기쁨이다. 그렇게 비우고 버리면서 무위자연(無爲自然)의 의미를 되새김질한다. 그렇게 행복에 겨운 시간은 유수와 같이 흘러서 하루라는 작은 일생이 노을 속으로 지고 있었다.

다음날, 자갈마당 근처 어름실 해변을 찾았다. 옛날에 어름창고가 있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해안가에 밤꽃과 아카시아꽃, 삐비꽃, 산딸기, 맹감나무 등 색색의 열매와 꽃들이 연초록 여름풍경화를 연출했다. 썰물 때 숭어 떼가 뛰기 시작했다. 마을사람들은 썰물 때 그물을 털러나가고 조개와 낙지를 잡는다. 가을엔 씨알 좋은 망둥어도 여기저기서 뛴단다.

어름실의 고동

 

섬사랑시인학교 캠프에 참가한 여행자들은 주전자에 고동, 소라, 게 잡기에 여념이 없다. 이따금 게가 손끝을 물었는지 비명(?)을 내지르기도 했다. 일상을 털고 뻘을 짓이기는 젊은이들은 수평선 저편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는다. 그들에게 오늘은 대학생활의 또 다른 추억으로 오래도록 남을 것이다.

다음 여정은 서포리 해수욕장으로 가는 길. 능선을 넘어서자 푸른 들판, 다시 드넓은 백사장과 푸른 물결이 영화의 한 장면처럼 펼쳐졌다. 해변에는 300년산 1천여 그루의 해송이 하늘로 솟구쳐 있다. 솔숲 아래 해당화 군락지가 있다. 붉은 해당화가 바람에 얼굴을 파묻다가 고개 들기를 반복했다. 그 무슨 그리움에 사무쳤기에 저토록 붉은 얼굴로 갯바람에 이름 모를 노래를 불러대는가.

이 바다를 끼고 덕적도의 유일한 교육기관인 덕적중고등학교가 자리 잡고 있다. 유치원에서부터 고등학교까지 한 학교에서 공부하고 뛰논다. 학교 울타리가 해송 숲이고 해당화 숲이다. 공을 차면 바다로 날아가곤 하는데 그 공을 주우러 가는 아이들은 이내 바다로 뛰어들어 한 몸으로 파도치곤 한다.

조개잡이

 

서포리해수욕장 길이는 2km, 폭은 500m이다. 자잘한 모래밭은 완만한 경사를 이뤄 내 집 앞마당 호수처럼 정겹다. 낙조 포인트이기도 하다. 방파제와 갯바위는 갯바위 낚시 포인트이다. 썰물 때는 명주조개, 삐투리, 참고동, 굴 등을 무더기로 주울 수 있다. 우리 일행은 이 바다에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조개를 잡았다. 그리고 하루해가 또 기울었다. 민박집에 도착한 우리는 캠프파이어를 하며 마지막 밤을 시낭송하고 노래를 부르며 보냈다. 낮에 잡은 조개를 굽고 회를 곁들이며 그렇게 한여름 밤의 추억을 일궜다.

다음날 마지막 일정으로 찾아간 밭지름해수욕장 가는 신작로는 천리향이 아름답게 피어 있었다. 밭을 가로질러 간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 밭지름해수욕장. 패랭이 개망초가 지천으로 피어있는 밭길을 따라 당도한 해안가에는 6백여 그루의 붉은 해송 숲이 바다의 울타리 역할을 하고 있었다.

캠프파이어

 

탄성을 부르기에 충분한, 모래가 참으로 고운 백사장에 파도소리가 잦아든다. 솔숲 사이로 걸쳐 보이는 평온한 섬 풍경은 정겹고 그윽하다. 해수욕장 길이는 1.2km, 폭은 100m, 수심은 1.5m 내외로 가족 야영장으로 좋다. 물이 나가면 백사장에는 조개들이 지천으로 널려있다.

덕적도는 강태공들 발길도 끊이지 않는 섬인데, 주로 잡히는 어종은 우럭, 농어, 놀래미, 광어, 도다리, 숭어, 돌돔, 장어이다. 인근 굴업도, 울도, 소야도, 백아도, 선갑도, 각흘도 등도 유명 낚시 포인트 섬인데, 그 섬으로 가는 배들은 덕적도에서 모두 연결된다.

문의: 옹진군 덕적면사무소(032-899-3710)

저작권자 © 리빙TV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