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건 시인의 섬과 등대여행] 이작도

이작도는 옹진군 자월면에 소속된 섬으로 인천항에서 44㎞ 떨어져 있다. 섬은 대이작도와 소이작도로 구성돼 있다. 대이작도 면적은 2.5㎢, 소이작도는 1.3㎢이다. 이작도 섬 이름은 옛날에 해적들이 숨어 살았다고 해서 이적도라 불렀다. ‘이적’이 다시 ‘이작’으로 변하면서 이태리 이(伊), 지을 작(作)자의 이작도가 되었다.

모래섬

 

지명 유래에서 알 수 있듯 ‘운둔의 섬이었다. 그만큼 무공해 섬이다. 이태리 이(伊)자가 섬 지명에 등장하는 것도 특이하다. 그만큼 이국적인 섬이다. 현재 이작도에는 2019년 7월 31일 기준으로 377명의 주민들이 살고 있다. 다른 섬에서 비해 인구가 늘어나는 추세이다.

이작도에는 3개의 아름다운 해수욕장이 있다. 풀치해수욕장은 서해에서 아주 맑고 고요한 해변을 자랑한다. 전라도 진도, 충청도 무창포, 경기도 제부도 등에서 볼 수 있듯이 바다가 갈라진다. 썰물 때는 바다 한 가운데 은빛 모래섬이 형성된다. 그 섬은 햇살에 눈부시다. 밤이면 달빛이 어려 하얀 모래섬에 푸른 바다와 하늘이 맞붙어 한 폭의 풍경화를 신비롭게 연출한다.

이 모래섬을 풀등과 풀치라고 부른다. 모래가 많이 모여 있는 곳을 모래풀이라고 불렀다. 그 모래톱 등성이가 드러난다고 해서 풀등이라고 불렀다. 또 풀치는 물이 흐르는 곳의 가장자리에 두둑하게 생긴 언덕 모양의 둔치에 모래풀이라는 단어를 합쳐 불렀다는 설이 있다. 갈치 새끼인 풀치 떼들처럼 푸른 바다를 휘어가는 모양새라고 해서 그리 불렀다는 설도 있다. 실제 이작도 섬 모롱이에서 내려다보면 풀치는 영락없이 갈치 떼가 바다를 유영하는 모습이다.

풀등 조개

 

풀등의 면적은 자그마치 30만 평. 이 넓은 모래언덕이 바다를 두 갈래로 나눠 놓다가 다시 밀물 때는 파도가가 밀려오면서 스르르 그 모습을 지워버린다. 이런 모양은 정확히 12시간25분54초 주기로 매일 두 번 반복한다. 한 번은 바닷물을 비우고 은빛 모래섬을 수면 위로 등장시켜 여행자들에게 6시간 동안 신비의 자태를 보여주고 다시 밀물 속으로 사라지는 이작도.

모래섬으로 가서 맨발로 걸어보았다. 아주 가는 모래의 감촉이 부드럽다. 빛깔도 맑다. 손바닥 위에 모래를 놓고 후후 입으로 불었더니 날아간다. 모래는 참으로 가벼운 무게였다. 은빛 햇살 반짝이는 모래 위로는 게 구멍을 보였다. 구멍에서 나온 방게들이 여기저기 밤하늘의 별처럼 반짝인다. 이동하는 모습이 이색적이다. 이 해변은 맞은편 사승봉도와 함께 2003년 12월 생태계 보존지역으로 지정됐다. 그래서 바지락 채취가 금지되었다. 2006년 6월부터 다시 허가가 나서 바지락을 1인당 1kg 내외에서는 채취할 수가 있다.

안분지족의 풀치해변은 어른 가슴을 넘지 않을 정도 깊이와 완만한 해안선이다. 바닷가에 서면 호숫가를 찾는 느낌이다. 바닷물이 차오르면 어선이나 모터보트를 타고 건널 수 있다.

이작도 선착장

 

이작도는 송이산(소리산)과 부아산을 양 어깨로 출렁이는 섬이다. 풀등과 마주보는 산이 부아산이다. 아이를 업고 서 있는 형상인 이 삼의 정상에서 서면 자월도, 승봉도, 선갑도는 물론 인천 시내까지 조망할 수 있다. 산과 산 사이에는 70미터 구름다리가 이어져 있고 정상에는 쉼터인 정자가 마련돼 있다. 사람 발길이 인근 다른 섬에 비해 뜸해서 사색하기 좋고 이름 모를 야생화들과 조우하며 생태체험여행에 좋은 코스이다.

큰 풀안, 작은 풀안 해수욕장 길이는 3km이다. 수심이 낮아 아이들과 가족 야영하기에 좋다. 해수욕은 물론 썰물 때 고동, 낙지, 방게, 꽃게 등을 잡을 수 있다. 밤에는 랜턴을 들고 바다로 나가면 갖가지 조개와 해산물을 잡을 수 있다.

이작도 끝자락에 계남리가 있다. 이작1리 남쪽 마을인데 섬 모양이 게 모양을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이 마을은 원래 게가 많이 서식해 배고프던 그 시절에 주민들은 게로 끼니를 이어 갔다. 이 게가 귀신을 쫓는다고 해서 집집마다 게를 잡아 처마 밑에 매달곤 했다. 그렇게 ‘게남리’는 변음이 되어 ‘계남리’가 되었다.

모래 측정기

 

계남리 해변의 모래는 풀치 모래보다 더 가늘었다. 밀가루처럼 아주 가늘고 부드러웠다. 이 마을은 풀치와 가장 가깝고 맞은편 사승봉도와도 아주 가까운 거리에 있다. 해변은 울창한 숲과 기암괴석, 하얀 백사장이 아주 낭만적이다.

계남리 해변에서 눈길을 끄는 것이 있었는데 모래톱에 세워진 모래침식 측정기였다. 측정기는 모래톱이 50㎝ 낮아졌음을 말해준다. 해안 사구가 모두 깎여 있었다. 백사장에는 바위가 드러나 있었다. 이러한 모래톱의 유실은 이작도 주민들의 고민거리 중 하나이다. 이 지역은 모래 채취로 몸살을 앓았던 곳이다. 더 이상 해양생태계를 헤치는 마구잡이 모래 채취 행위가 이어져선 안 될 것이다.

계남리에는 가수 이미자의 노래로 유명한 ‘섬마을 선생님’의 영화 ‘섬마을 선생’ 촬영지 계남분교가 있다. “해당화 피고 지는 섬마을에/철새따라 찾아온 총각 선생님/열아홉살 섬색시가 순정을 바쳐/사랑한 그 이름은 총각선생님/서울엘랑 가지를 마오 가지를 마오”. 지금은 운동장이었던 그 자리에 아이들의 아우성 대신에 해당화만 피고 진다.

이작도 맨 끝자락에 걸터앉은 계남분교에서 다시 산길 따라 30여분을 걸어 풀등 앞 민박집에 당도했다. 이국적인 펜션과 풀등을 보듬고 노을이 서서히 젖어들었다. 아궁이에 장작불을 지피는 펜션민박집 여주인에게 계남분교 이야기를 얘기했더니 뜻밖에도 그 영화에 출연한 당사자였다. “섬마을선생 촬영 때 감독님이 애기 업은 마을사람이 필요하다고 해서 제가 막내 동생을 업고 출연했어요.”라고 말했다.

섬마을 선생 촬영지

 

당시 분교는 ‘이작초등학교’로 불리며 전교생이 73명에 이르렀단다. 6학년 한 반만도 12명이었다. 전기불이 들어오지 않던 시절, 학교에서 돌아오면 땔감하려 산으로 가서 덤불 뜯고 솔가지 꺾어 아궁이를 지폈단다. 바깥소식에 어두워서 인천으로 나가는 길이 있는지도 몰랐던 시절이란다. 그 시절 어른들은 파시를 따라 먼 바다로 나갔다. 기상악화 때마다 마을 사람들은 바닷가에서 발을 동동 구르며 가슴 태우며 가장의 귀가를 기다렸다. 결국 바다에서 돌아오지 못한 것은 사람들의 이야기는 늘었다. 섬마을 역사 중 빼놓을 수 없는 줄거리다. 그 때 그의 아버지도 46세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눈 후 여장을 풀었다. 그는 시장기를 때우라며 삶을 고구마를 간식으로 내주었다. 식사 시간이 되자 땅에 묻어둔 항아리에서 김장 총각김치를 꺼내고 갓 잡은 싱싱한 굴과 해산물 반찬을 내놓았다.

은행 융자를 끼고 마련한 민박집 펜션은 아이들 체험학습장을 겸한 시설과 프로그램으로 운영한다. 고향 이작도의 추억과 때 묻지 않은 섬마을 풍경을 보여주고자 한다. 특히 풀등의 중요성을 널리 홍보하고 있는 탓에 이 문제가 언론에 떠오를 때마다 자주 얼굴이 등장한단다.

계남리 해변

 

이작도는 봄과 가을에 우럭, 농어, 놀래미, 광어, 도다리, 숭어, 돌돔 등이 많이 잡힌다. 그래서 강태공들의 발길도 잦다. 겨울철에는 낚시가 어려운 탓에 겨울 나그네가 되어 한적한 겨울바다에서 사색하며 로맨틱한 여행을 즐기기에 좋다.

물론, 겨울에 낚시가 어렵다고 해서 회를 먹을 수 없는 것은 아니다. 민박집 주인에게 부탁하면 바다에 그물을 털러간 주민들과 바로 연락해 포구에서 값싸고 싱싱한 회를 구해 요리해 준다. 해삼, 멍게, 굴, 다시마, 파래 등은 밑반찬으로 내준다. 특히 이작도 겨울 별미 중 하나는 특산물인 자연산 굴이다. 깨끗한 모래톱에서 채취한 것으로 씹히는 식감이 그만이다. 직접 현지에서 싸게 구입할 수도 있다.

배 멀미 등으로 낚시에 도전하기 힘든 초보자들이라면 봄철에 광어들이 밀물 따라 들어왔다가 썰물에 미처 따라 나가지 못해 풀등 아래 바짝 엎드려 있어 작살을 이용해 잡을 수도 있다고 귀띔해줬다.

이작도는 오랫동안 해군부대가 주둔하면서 일반인 접근이 금지되었다가 해제된 섬이다. 그만큼 조용하고 청정바다의 자태가 잘 보전된 섬이다. 거기에 순수한 섬마을 사람들의 인정과 추억이 깃든 곳이니 꼭 한번쯤 떠나볼만한 섬이다.

문의: 자월면 이작출장소(032-899-35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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