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속에서 밥을 나눠먹는 새,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

징검다리 위에 검정물오리 떼가 돌멩이처럼 앉아있다

한 마리가 풍덩 물속으로 뛰어 든다

또 한 마리가 또, 또 한 마리가 풍덩풍덩

가라앉았다 떠오른다

그 옆에 하얀 백로가 사뿐히 내려와 한 발로 섰다

물오리들 다시 징검돌 위로 올라앉는다

백로, 긴 머리를 물속에 잠궜다 들어 올리고 또 잠궜다 들어 올리고는

날아오른다

백로 날자 다시 물속에 드는 물오리 떼들

나는 저 새들의 생업활동을 낭만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물오리와 백로, 물속의 밥 나눠먹는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을 보고 있다

- 최도선, ‘돌 위의 새들’ 전문

징검다리

 

이 시는 70~80년대 개울 건너며 살아가던 강촌, 산촌 세대들에게 고향의 기억과 그리움이 파노라마처럼 스치게 한다. 물수제비 날리고 징검다리 더듬어가며 물고기 잡던 그 시절이 더더욱 그리워지는 세상이다.

그 풍경이 망원렌즈라면 이 시속의 묘사는 줌인이다. ‘징검다리’와 ‘검정물오리’가 하얀 물 위에서 하나가 되어 물처럼 한 풍경으로 흐른다. 노자는 물을 최고의 선으로 보았다. 물은 곧 도(道)에 이르는 과정이다. 물은 만물을 이롭게 한다. 물은 생명이다. 흐르는 물은 다투지 않는다.

새들은 물속에 먹이를 찾아 풍덩풍덩 반복적으로 자맥질한다. 세상은 먹이사슬의 적자생존이 작용하지만, “그 옆에 하얀 백로가 사뿐히 내려와” 물오리가 잠수하고 나면 “다시 징검돌 위로 올라앉”고 그 다음 백로가 “긴 머리를 물속에 잠궜다 들어 올”린다. 시인은 이 장면에 주목했다.

그래서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을 보고 있다”라고 표현했다. 이 시의 화룡정점이다. 이 시는 도입부터 아주 쉽고 가벼운 가락으로 상황 묘사에 주력했다. 그 묘사 자체가 풍경화이다. 그러나 묘사에 그치지 않고 이내, 독자의 가슴에 무거운 ‘징검돌’ 하나 풍덩 놓았다.

나눔과 배려를 공존의 질서로 삼아 상생하는 새들의 풍경은 “콩 한 조각도 나눠먹는다”는 옛말의 의미를 되새김질하게 한다. 새들의 생업현장인 징검돌은 우리에게 타산지석이다.

최도선 시인은 춘천에서 출생, 1987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시조로 등단했다. 고등학교 국어교사를 지내다가 은퇴 후 지금은 손주 녀석들 보는 재미로 산다. 시집으로 ‘겨울기억’, ‘서른아홉 나연 씨’, 비평집 ‘숨김과 관능의 미학’이 있다.

글, 사진: 박상건(시인. 동국대 언론정보대학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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