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제가 미터급 대구를 낚았어요.” 104cm 왕대구를 품에 안고 기뻐하는 서울꾼 박래기 씨.(사진=월간낚시21 제공)

대구낚시의 계절이 돌아왔다. 대구는 여름철부터 낚이지만 제철은 겨울이다. 2월이 산란기로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알이 차고, 마릿수로 낚이던 가을과 달리 미터급에 육박하는 대형급들이 이 시기에 낚인다. 이 때문에 매년 이맘때면 대형 대구를 낚기 위한 꾼들은 동해 북부로 몰린다. 
대구는 외줄낚시 대상어 중 가장 대상어다. 예부터 보양식으로도 많이 선호해오고 있는 대중적인 물고기여서 특히 인기가 높다.

대구낚시의 지역별 차이점

서해안 대구낚시는 생미끼를 쓰는데 반해, 동해중부(울진, 임원, 장호)는 지깅으로 큰 씨알의 대구를 노리고, 동해북부(아야진, 공현진)는 카드채비로 마릿수 낚시를 하는 특징이 있다. 그래서 대형급이 주종으로 낚이는 겨울철에는 동해북부를 기피하는 경향이 있다. 
“동해북부 지방은 겨울이면 동해중부 지방에서 낚이지 않는 어구가자미가 제철입니다. 이때는 어구가자미 위주로 출조를 많이 하고 있어요. 대구낚시는 가을에 카드채비를 이용한 마릿수 위주의 출조를 하기 때문에 많은 꾼들은 공현진항의 대구낚시는 겨울보다 가을낚시터라는 인식이 있어요. 그러나 이곳도 한겨울에는 미터급 씨알이 빈번하게 낚입니다. 게다가 카드채비를 쓰기 때문에 마릿수까지 양수겸장으로 노릴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최상용 공현진낚시마트 대표의 말이다.

새벽길 속풀이로 해장국 한 그릇

지난 12월 11일 새벽 1시. 나는 경기도 부천시 외곽순환고속도로 중동나들목에서 출발하는 이기선피싱클럽 출조버스를 탔다. 2시간 30분을 달려 도착한 곳은 강원도 고성군 토성면 문암리에 있는 장수식당. 이른 아침 식사를 한다. 
10여 년 전 문을 연 장수식당은 매년 겨울이면 출조버스가 줄을 서는 곳이다. 새벽마다 꾼들로 문전성시를 이룬다. 
그런데 이날은 손님이 우리밖에 없었다. 
“아직은 시즌이 무르익지 않은 탓인지 평일에는 찾는 꾼들이 많지 않아요.”
신미래 여사장의 말이다.
이 식당의 주메뉴는 황태해장국(9,000원)이다. 이날은 채 준비가 되지 않아 우리는 ‘얼큰순두부’로 허기진 배를 달랬다.

3년 만에 만난 공현진낚시마트

식사 후 10분 쯤 더 달려 도착한 곳은 공현진항 안에 있는 공현진낚시마트. 3년 만에 만난 최상용 대표와 부인께서 나를 반긴다. 
공현진낚시마트는 20년 전부터 공현진항에서 낚싯배를 운영하는 최상용 대표가의 낚시점이다. 최상용 대표는 현재 9.77톤급 돌핀마린호와 돌핀호 2척을 보유하고 있다. 돌핀호는 작년에 진수한 최신형 낚싯배.
우리는 낚시점에서 이날 낚시에 필요한 소품과 메탈지그를 구입했다. 대구낚시가 처음인 서울꾼 문승연 씨는 낚시점에서 장비를 빌렸다. 대여료는 전동릴+낚싯대 2만 원.  
“어구가자미는 매년 12월 초면 비치기 시작했는데, 올해는 예년보다 한 달 정도 늦어요. 12월 중하순은 돼야 시작될 것 같아요.” 
여사장님의 말이다. 

동해 북부 대구낚시 장비와 채비 
① 낚싯대 | 허리 힘이 좋은 우럭대나 지깅대. 
② 전동릴 | 포인트 수심이 100m가 넘기 때문에 전동릴은 필수다. 
③ 원줄 | 합사(300m) 4~5호가 무난하다. 너무 굵은 원줄을 쓰면 조류에 밀리는 현상이 나타나 메탈지그를 바닥까지 내리기 힘들다. 
④ 카드채비 | 열기용 6단 채비를 쓴다. 그러나 너무 길기 때문에 현장에서는 중간 기둥 줄을 자르고 3단만 연결한다. 
⑤미끼 | 3개의 바늘에는 4인치 섀드웜이나 그럽웜, 또는 오징어살이나 갯지렁이를 단다. 
⑥ 메탈지그 | 카드채비 맨 하단에 연결한다. 무게는 300, 350, 400g 3가지가 많이 쓰인다. ⑦ 어이스트 훅 | 메탈지그에 다는 어시스트 훅은 바늘이 두 개 달린 꼴뚜기 루어를 쓴다. 밑걸림 방지를 위해 메탈지그 상단에 주로 연결한다. 하단에 다는 것보다 잦은 입질을 받을 수 있다. 

뱃길 15분 이동, 포인트 수심 130m

일반적으로 카드채비 바늘에는 50~60cm급 대구들이 잘 낚이고, 70cm가 넘는 중대형급 대구는 대부분 메탈지그에 잘 올라온다.
카드채비는 아무래도 바늘이 많이 달려 있기에 잘 엉키는 단점이 있다. 따라서 낚싯배에 승선한 사람이 적을 때 쓰는 게 좋다. 채비 엉킴을 방지하기 위해서 낚시는 배 한 쪽에서만 진행한다. 22인승 낚싯배지만 10명 안팎의 낚시꾼만 태우는 이유다.
이날 우리는 지무일 선장이 모는 돌핀마린호에 올랐다. 낚시하기에 적합한 인원이다. 너무 많이 승선하면 채비 엉킴이 많아 서로 얼굴 붉히는 일이 잦다.
아침 7시 10분. 공현진항을 출항한 돌핀마린호는 15분 정도 달리다 멈춰선다. 공현진항 뒤로 설악산이 보일 정도다. 먼바다가 아닌데도 채비를 내려 수심을 체크해 보니 전동릴 액정화면에 130m가 찍힌다.
부저음 소리와 함께 우리는 일제히 채비를 내렸다. 대구는 기다렸다는 듯 여기저기에서 올라오기 시작했다. 씨알은 50cm 안팎. 간혹 60cm급 씨알이 섞이는 정도였다. 대구의 활성도는 매우 좋은 편이었다. 종종 두 마리씩 쌍걸이로 올라오기도 했다.
메탈지그를 내려 바닥을 찍은 후 50cm에서 1m 정도 띄운 다음 고패질을 해주면 입질을 받을 수 있다. 가을에는 더 띄워도 입질을 받을 수 있지만 겨울로 갈수록 바닥층에서 입질이 잦으므로 밑걸림을 감수하더라도 바닥층에 최대한 채비를 붙여 고패질해야 한다. 
고패질은 짧게 두 번, 길게 한번 해준다. 높이 솟아올랐던 메탈지그가 떨어질 때(폴링) 대부분 입질이 들어온다. 활성도가 좋지 않아 입질이 없다면 낚싯대를 옆으로 흔들어주면 입질이 다시 들어오는 경우도 있다. 

박래기 씨, 생에 첫 미터급 왕대구 손맛

한 시간 쯤 지나자 배 후미에서 함성이 터져 나왔다. 이기선피싱클럽 이기선 사장이 75cm급 알배기 대구를 낚아 올린 것이었다. 두 시간여가 지나자 꾼들이 가지고 온 쿨러에는 대구가 차곡차곡 쌓이기 시작했다. 다만 뱃머리에 앉은 초보꾼 두 사람은 한두 마리 뿐. 입질을 자주 받지 못하고 있었다. 알고 보니 이 두 사람의 채비가 좀처럼 바닥에 닿지 않은 것. 
서울에서 출조한 김용규 씨는 비록 대형급 씨알은 아니지만 40~60cm급으로 마릿수를 차곡차곡 채워나갔다. 
오전 11시쯤 이번에는 선장실 바로 옆에서 함성이 터져 나왔다. 선장이 얼른 배 후미에 있던 나를 불렀다. 
주인공은 서울꾼 박래기 씨였다. 낚싯대가 고꾸라진 상태로 힘을 쓰고 있었다. 한눈에 봐도 예사 놈이 아니다. 한참 후에야 녀석이 수면 위에 떠 올랐다. 동시에 주변에 있는 꾼들의 함성이 터져 나왔다. 족히 미터급은 되어 보였다. 
가슴에 미터급 왕대구를 안아 든 박래기 씨. 
“태어나서 이렇게 큰 대구는 처음 낚아봅니다.” 
흥분한 얼굴이 발갛게 상기됐다. 
이날 돌핀마린호의 히어로는 박래기 씨였다. 박래기 씨는 오전 늦게까지 입질 감을 잡지 못해 한참 헤맸다. 그러다가 자신의 생애 첫 기록어를 낚게 된 것이다. 1m 길이의 대장쿨러에 대구를 넣었는데 꼬리가 접힌다. 아마 미터 오버급 대왕 대구일 듯.

낚은 대구는 낚시점에서 바로 손질

이 광경을 목격한 꾼들은 다시 힘을 낸다. 그러나 조류에 힘이 실렸다. 350g짜리 메탈지그로는 바닥까지 내리기가 힘들어졌다. 채비가 사선을 그리자 여기저기에서 채비가 엉키는 현상이 나타났다. 손님들의 채비를 풀어주는 선장의 손이 바빠졌다. 
“채비 엉킴이 너무 심하니 이제부턴 카드채비를 다 떼어내고 메탈만 쓰세요.” 
이때 바람은 동풍으로 바뀐다. 강풍으로 돌변하자 잔잔하던 파도에 너울이 높아진다. 철수를 결정한 선장이 뱃머리를 공현진항으로 돌린다.
지무일 선장은 “동해안은 조고 차가 작어 출조를 할 때 물때보다도 기상여건을 잘 살펴야 한다.”고 말한다. 
서풍이 불 때는 아무리 강해도 파도는 높지 않기에 낚시에 큰 문제 없다. 그러나 샛바람(동풍)이 불면 금방 파도가 높아져 낚시가 힘들다. 따라서 바람 세기와 함께 바람 방향을 잘 체크하고 출조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항으로 돌아온 우리들을 기다리고 있는 건 공현진낚시마트에서 준비한 점심 식사. 요즘 한창 잘 나오는 도루묵 조림과 열기 구이 등이 한 상 차려져 있다.
공현진낚시마트에서는 꾼들이 낚아온 물고기들은 손질해주고 있다. 양에 따라 1~2만 원을 받는다.
 

박형섭 물반고기반/BJ백작/나노피싱 필드스태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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