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정락 프로가 고잔낚시터에서 2시간 반 동안 올린 조과를 들어 보인다.(사진=월간낚시21 제공)

꽃샘추위도 물러간 4월. 바야흐로 봄이다. 답답한 일상에서 벗어나 물가에 앉는다. 산들 부는 바람이 뒷산 진달래 향기를 실어와 코끝을 간질인다. 이제 저 찌가 살포시 올라온다면…. 그러나 봄 낚시란 게 생각만큼 쉽지 않다. 저쪽에 앉아있는 꾼은 계속 입질을 받고 있는데, 왜 나만…. 
중대형급 관리형 저수지 유료낚시터. 누구나 쉽게 손맛을 볼 수 있을 것 같은 환경이지만 녹록지 않은 게 현실이다. 손정락 프로(프로피싱 대표)는 “관리형 유료터를 공략하는데에도 치밀한 전술과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나는 지난 4월 2일 유료낚시터 필승 비법을 듣기 위해 경기도 화성의 고잔낚시터에서 손정락 프로를 만났다.

1. 포인트 선정
짧은 대로 가장자리를 노리자

손정락 프로는 “관리형 유료낚시터에도 잘 낚이는 포인트가 따로 있다”고 말한다. 일조량이 풍부하고, 많은 꾼들이 번갈아 앉는 곳을 눈여겨 봐야 한다는 것. 이런 자리는 그 바닥에 계속 떡밥이 쌓여있을 것이므로 비교적 붕어의 밀도가 높은 곳이라고 한다. 
문제는 바람이다. 이 시기의 바람은 변수가 아닌 상수다. 즉, 봄 낚시터에는 항상 바람이 분다. 
“맞바람에는 긴 낚싯대를 운영하기 어렵고, 옆 바람은 채비정렬이 쉽지 않습니다.”
손 프로는 바람을 피하기보다는 차라리 바람이 맞닿는 연안 가장자리를 노려 짧은 대로 승부를 보는 게 낫다고 한다. 바람에 따른 표면 물결은 연안 가장자리에 부딪치지만 속 물결은 그 반대, 즉 바람 방향으로 빠져나가기 때문에 오히려 채비 운영이 수월하다는 거다.
오전 9시 손정락 프로는 고잔지 제방 왼쪽 상류 연안 좌대에 자리를 잡았다. 

2. 낚싯대의 선택
고탄성의 가벼운 낚싯대

관리형 저수지 유료낚시터는 월척 이상 대형급 ‘한 방’을 노리는 곳이 아니다. 씨알 좋은 붕어의 마릿수 찌맛과 손맛을 보는 게 목적이다. 경우에 따라 생미끼를 쓸 수도 있지만 관리형 유료터 낚시는 ‘떡밥낚시’가 기본이다. 
“집어와 마릿수 찌올림을 보기 위해서는 채비 투척과 회수가 잦을 수밖에 없어요.”
이런 낚시를 하려면 우선 낚싯대가 가벼워야 한다는 것. 그러면서도 탄성이 강한 게 관리형 유료터를 공략하는 데 적합한 낚싯대라는 게 손 프로의 말이다.
손정락 프로는 청명 마스터 3.2칸 두 대를 나란히 폈다.

3. 찌의 선택
예민한 입질을 정직하게 전달할 것

손정락 프로는 효율적인 떡밥낚시를 위해 찌가 갖춰야 할 조건으로 5가지를 제시한다.
① 정직성 |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붕어의 입질 폭을 그대로 낚시꾼에게 전달해야 한다. 전체 무게의 2.5~3배 정도의 부력을 가진 찌가 이런 찌다. 부력이 너무 크거나 작으면 입질을 정직하게 전달하지 못한다.
② 직립성 | 채비 투척 후 수면에 누워있던 찌는 곧바로 일어서서 수직으로 내려가야 한다. 찌톱과 몸통, 그리고 다리까지 밸런스가 잘 맞은 찌가 직립성이 좋다. 찌를 선택할 때 재원을 꼼꼼하게 살피는 게 중요하다.
③ 내구성(견고함) | 강하게 챔질할 때 찌톱, 특히 몸통과 닿는 부분의 찌톱이 부러지는 것이 있다. 그렇지 않다고 해도 몸통과 찌톱이 닿는 부분에 금이 갈 수도 있다. 이런 찌는 좋은 찌가 아니다. 찌 몸통의 도장 상태도 꼼꼼히 점검해야 한다.
④ 예민함 | 최근 유료낚시터의 찌맞춤은 극도로 예민해지는 추세다. 수면을 기준으로 찌톱을 몇 마디(목)에 맞추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문제는 입질 때 올라오는 찌톱이 무게로 작용한다는 점이다. 찌톱이 굵을수록 이 무게는 더 크게 작용한다. 따라서 찌톱은 가늘수록 좋지만 너무 가는 톱은 내구성과 직립성이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다. 가늘면서도 견고한 카본이 찌톱 소재로 널리 쓰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솔리드 소재의 역광 찌톱도 있지만 카본보다 무겁기 때문에 예민함이 떨어진다.
⑤ 시인성 | 어떤 상황에서도 찌는 잘 보여야 한다. 날씨가 맑든 흐리든 무조건 잘 보여야 한다. 찌톱 마디의 색이 선명하고, 칠이 잘 벗겨지지 않으면서 마디의 간격이 명확한 찌가 좋다. 

이날 손정락 프로는 자신이 개발해서 이제 막 출시한 청명찌 2번을 꽂았다. 청명 2번찌는 38g의 부력을 가진 것으로 2m 전후 수심의 바닥을 공략하는 유료낚시터에 적합한 찌다.

4. 원줄, 목줄, 바늘의 선택
예민한 입질에는 같은 호수라도 가벼운 바늘을

관리형 유료낚시터에서 효과적인 원줄과 목줄은 자연지 낚시터에서 쓰는 것보다 가는 게 원칙이다. 바늘은 낚이는 붕어의 씨알과 활성도 등을 고려해서 선택한다.
① 원줄 | 예민한 찌맞춤을 위해 비교적 가벼운 나이론 소재의 라인이 좋다. 인장강도를 고려해서 1~1.5호 정도면 알맞다.
② 목줄 | PE합사 0.6~1호 정도면 적당한데, 부드러울수록 좋다. 목줄의 길이는 낚시터 상황에 따라 선택하되, 미리 다양한 길이의 목줄을 준비해 간다.
③ 바늘 | 4호부터 6호까지 다양한 크기의 바늘을 준비한다. 같은 크기의 바늘이라도 가벼운(경량) 것이 있고, 무거운(중량) 것이 있다. 입질이 예민할 때는 경량바늘을, 활성도가 좋을 때는 중량바늘을 선택한다.

5. 찌맞춤
보조봉돌(스위벨)이 바닥에 살짝

현장 찌맞춤이 원칙이다. 그러나 미리 수조에서 가(假, 임시) 찌맞춤을 하면 낚시터에서 현장 찌맞춤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 
관리형 유료낚시터 용 기본 찌맞춤은 <그림>과 같다. 빈 바늘 찌맞춤으로, 캐미꽂이 하단이 수면과 일치하게 맞춘다. 이때 바늘은 바닥에서 30cm 정도 뜬다. 현장에서 떡밥을 달아 투척한 후 수면 위로 찌톱 2마디 정도가 나오게 맞추면 보조봉돌(스위벨)이 바닥에 살짝 닿는 찌맞춤이 된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이론일 뿐이다. 현장의 수압까지 고려해야 하므로 현장 찌맞춤은 포인트 수심에 따라 그 기준점이 다르다. 또 바람이 불거나 대류가 심할 때는 기본 찌맞춤보다 좀 더 무겁게 맞춰야 한다.  
결국 찌맞춤에는 정답이 없다. 상황에 따른 대처가 더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많은 경험이 필요하다. 

6. 떡밥 운용
어분으로 집어하고 글루텐으로 입질

관리형 유료낚시터에서 쓰는 떡밥은 그 ‘전형’이 있다. 어분 계열의 집어떡밥과 글루텐 계열의 미끼 떡밥이 그것이다. 
손정락 프로는 이날 집어떡밥으로 아쿠아텍II와 펠레쇼 과립, 향맥(보리), 그리고 생어분(오징어 내장을 말린 가루)을 썼다. 미끼용 떡밥으로는 순글루 소꼬를 사용했다.

① 집어떡밥
아쿠아텍II 120cc + 페레쇼 과립 60cc + 물 180cc로 잘 불림
향맥 120cc + 생어분 30cc

② 미끼 떡밥
순글루 소꼬와 물을 1대1의 비율로 배합 

집어떡밥에서 아쿠아텍II는 물에 녹아 흩어지고, 페레쇼 과립은 알갱이 형태를 유지하며 바닥에 쌓인다. 채비가 내려가면 아쿠아텍II가 집어를 하고, 바닥에 쌓이는 페레쇼 과립이 어군을 묶는 역할을 한다. 보리 성분의 향맥은 확산성 집어제 역할을 하고, 생어분은 집어떡밥의 전체 무게를 더해준다.
글루텐 떡밥을 만들 때는 물과 1대1의 비율로 배합하되, 절대 손으로 젓지 않는다. 그대로 둔 상태에서 글루텐이 물을 다 흡수하면 그때 조금씩 떼어내 바늘에 달아준다. 따라서 글루텐 떡밥은 처음부터 많이 만들지 말고 낚시를 하면서 조금씩 만들어 쓴다.

7. 실전
집어군 형성 후 마릿수 입질로 연결
손정락 프로는 이날 오전 9시부터 11시 반까지 두 시간 반 정도 낚시를 했다. 고잔낚시터는 자원 관리가 잘 돼 있는 듯 보였다. 서너 번 채비가 들어가자 바로 찌에 반응이 왔다. 이윽고 정직한 찌올림으로 연결이 되고, 챔질을 하자 제법 굵은 붕어가 수면 위로 올라왔다. 이후 손 프로는 심심치 않을 정도로 입질을 받았고, 심지어 낚싯대 두 대의 찌가 동시에 올라와 이른바 ‘쌍권총’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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