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바다의 전령사’라 불리는 도다리. 매년 2월 1일이면 진해를 비롯한 남해 일대에서 도다리 낚싯배가 출항을 한다.(사진=월간낚시 제공)

우리가 봄 도다리라고 생각하면서 낚거나 먹고 있는 물고기는 대부분 ‘문치가자미’다. 낚시를 즐기거나 이런 방면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다 아는 사실이다. 그러나 다른 낚시를 주로 즐기며 1년에 한두 번 도다리 낚시를 즐기는 사람에게 ‘그건 도다리가 아니에요’라고 말했다가는 다시 한참을 설명해야만 한다. 그냥 가자미류를 통칭해서 도다리라 부른다고 생각하는 편이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조금 더 관심 있는 독자라면 인터넷 검색으로 가자미류를 찾아보라. 가자미류가 얼마나 많은지 놀랄 것이다. 
진짜 ‘도다리’는 어종이 따로 있다. 우리가 흔히 낚시로 낚아내는 문치가자미보다 체형이 더 넓고 표범무늬반점이 특징이다. 문치가자미가 마름모꼴이라면 진짜 도다리는 원형에 가깝다. 나가 만난 아주 오래된 낚시꾼들 중 몇몇은 이 진짜 도다리에 대해 정확히 알고 있었다. 예전에는 그 개체수가 많았다고 하며, 체색이나 모양, 맛도 문치가자미와 많이 다르다고 한다. 이제는 만나기도 힘들고 거의 없다고 보는 것이 맞는 것 같은 도다리 논쟁보다는 우리가 아는 도다리에 대해 얘기 해본다. 이후로 여기서 언급하는 도다리는 문치가자미 이야기다.

도다리 낚시요령

한반도 근해 전역에서 잘 낚인다고는 하지만 서해의 경우는 군산부터 아래쪽, 남해 전역, 동해는 북쪽으로 울산까지의 해역에서 가장 많이 낚인다. 울산 위로는 참가자미, 노랑가자미 같은 가자미류가 더 잘 낚인다. 강 하구와 이어진 모래나 펄, 잔 돌로 이루어진 바닥에서 주로 서식하며 지렁이나 갑각류 등을 먹이로 한다. 이빨이 없고 입이 크지 않아 한 번에 삼키는 큰 입질보다는 조금씩 갉아먹는 잔입질이 특징이다. 배를 타고 낚을 수도 있고 연안에서 원투 낚시로도 낚을 수 있다.
도다리낚시는 보팅이든 워킹이든 그 방법은 크게 다르지 않다. 모래나 펄 등으로 이루어진 포인트에 채비를 던진 후 바닥을 집중 공략하는 것이 기본이다. 작은 입질이 들어오면 처음부터 확 채어 채비를 올리기보다는 초릿대가 확실히 들어갈 때까지 이 녀석을 약 올리는 것이 효과적이다. 도다리는 한 번 먹기 시작한 미끼를 계속 공격하는 집요함이 있기 때문이다. 다만 마릿수 낚시가 중요하므로 남들보다 더 많이 낚시 위해서는 이 녀석과의 밀당(?)을 잘 해야 한다. 
처음 입질이 오면 천천히 릴을 한두 바퀴 감아본다. 한 번 입에 물었던 미끼가 빠져나가면 도다리는 더 난폭하게 입질을 한다. 여기서 바늘에 후킹이 된다. 바늘이 두 개 이상이라면 바로 올리지 말고 조금 더 기다리자. 또 다른 입질이 이어진다. 만약 후킹이 되지 않았다면 추로 바닥을 두드린다는 느낌으로 채비를 조금 올렸다 내린 후 좀 더 기다리면 방금 그녀석이 다시 입질을 한다. 20~30분이 지나도 입질이 없다면 그 곳 바닥에는 도다리가 없다고 생각해야 한다. 이럴 때는 다른 포인트에 캐스팅을 하거나 포인트를 옮긴다.
문치가자미는 화려한 것에 관심을 가진다는 것이 일본 조구회사의 결론인 듯하다. 실제로 화려한 색의 작은 웜에도 심심찮게 낚인다. 따라서 기성품으로 나오는 도다리 채비가 조과에 도움을 주는 건 확실하다.
미끼는 주로 청갯지렁이를 쓴다. 그러나 나는 참갯지렁이를 추천한다. 잘 낚일 때는 청갯지렁이도 좋지만 입질이 없을 때는 참갯지렁이 만 한 게 없다. 물론 참갯지렁이가 비싸지만 짧게 토막내 바늘에 달면 된다.    

도다리 요리

‘봄 도다리 쑥국’, ‘도다리 세꼬시’. 이 계절 횟집의 대표적인 입간판 메뉴다. 풋풋한 봄 향 가득한 쑥에 부드러운 도다리를 통째로 넣어 푹 끓인 게 도다리 쑥국이다. 도다리의 두툼한 흰 살을 숟가락으로 퍼먹는 맛은 아무리 칭찬을 해도 부족함이 없다. 그뿐이랴. 하얀 살과 뼈를 함께 썰어 씹어 먹는 도다리 뼈 회의 고소함 역시 훌륭하다.
그러나 나는 이것을 미식(美食)이라 데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산란 후 살이 물러진 문치가자미를 즐기는 방법으로 부드러운 것을 강조하기 위해 도다리 쑥국이 생겼고, 포를 떠서 살만 먹기에는 지나치게 무른 것을 커버하기 위해 적당히 작은 녀석들을 뼈 채로 썰어 먹는 것이 ‘도다리 세꼬시’이기 때문이다. 이 시기에는 아무리 큰 문치가자미라도 포를 떠서 회로 먹어보면 너무 물러서 맛이 없다. 그 무른 맛의 빈 곳을 채우기 위해 뼈째 썰어먹는 것이다.
문치가자미의 금어기는 12월 1일부터 1월 31일까지 두 달이다. 흔히 도다리 금어기라 불리지만 정확하게는 문치가자미 금어기이다.
대부분의 바닷고기는 산란 직전에 잡힌 게 가장 맛이 좋다. 당연하게도 가장 맛없는 시기가 바로 산란 직후다. 봄 도다리 또한 가장 맛있는 시기는 산란 전이고, 가장 맛없는 시기는 산란 후라는 데 이견이 있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절대적 맛이라는 개념이 성립하는지 모르겠으나 산란 전이 산란 후보다 맛있다는 것만은 확실하다.
산란을 위해 연안 가까이 들어온 도다리는 산란 후 먹이활동이 활발해지면서 꾼들에게 낚이는 것이고, 그 계절이 바로 봄이다. 그것을 맛있게 먹는 방법을 찾아내고 발전시킨 것이 봄 도다리 명성의 실체가 아닌가 싶다.
옛 어른들 중에는 과거에 자신이 먹었던 진짜 도다리의 제 맛 시즌이 봄이라서 ‘봄 도다리’라는 명성이 생긴 것이라고도 말한다.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얘기다. 오뉴월이 산란기인 광어와 양태 역시 산란 전과 산란 후 그 맛의 차이가 확연하다. 그런 걸 생각해보면 문치가자미와 달리 진짜 도다리의 산란기가 초여름이라면 봄 도다리의 맛이 명성 그대로의 맛일 수도 있다.
이미 사람들에게는 문치가자미가 도다리가 된 지 오래고, 산란 후 그 도다리를 맛있게 즐기는 방법도 우리는 알고 있다. 뭐가 문제겠는가? 그냥 그대로 즐기면 될 일이다. 단 이것은 기억해둬야 한다. 문치가자미의 금어기는 12월 1일부터 1월 31일까지고, 체포 금지 체장은 15cm이다. 아무리 뼈 회가 맛있어도 15cm 이하는 방생하자. 바늘을 삼켰다면 목줄을 잘라 방생하면 된다.  

양재윤 야커(yaker.co.kr) 운영자

저작권자 © 리빙TV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