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최고 씨알인 80cm급 부시리를 낚아낸 지홍은 씨(사진=월간낚시21 제공)

 

“걸었다~! 히트~!”
뱃머리에서 소프라노 톤의, 옥타브 높은 목소리가 터진다. 지홍은 씨의 얼굴이 활짝 펴진다. 
“뜰채는 안 대도 될 것 같아요. 작아, 작아~.”
지홍은 씨는 수면으로 고꾸라진 낚싯대를 왼손을 받쳐 들고 이른바 ‘들어뽕’을 시도한다. 이윽고 수면 위를 날아오르는 어체. 부시리다. 50~60cm 정도 씨알의 일명 ‘알부시리’.
오전 11시 반. 만조에 멎어있던 조류가 썰물로 바뀌면서 1노트 이상의 속도로 흐르자 입질이 들어오기 시작한다.

정예 부대로 부시리 캐스팅 탐사

원래 계획에 없던 출조였다. 다이와 코우가 컵 참돔 루어낚시대회 전날인 지난 5월 22일. 나는 대회가 열리는 경남 통영의 민종홍 프로(다이와 솔트루어 필드스태프, 에메랄드호 선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내일 대회 때 내려오실 거죠? 다음 날 취재 한 번 하실래요? 홍도로 부시리 낚시 갈 건데….”
민 프로는 대회 다음날인 일요일(5월 24일), 성상보 프로(다이와 솔트루어 필드테스터)와 함께 자신의 배(에메랄드호)로 통영 홍도 해상에서 부시리 캐스팅 게임을 할 계획이란다.
잘 됐다. 멀리 통영까지 가서 달랑 대회 취재만 하고 서울로 올라오기에는 뭔가 아쉽던 터였다.
5월 24일 오전 5시. 나는 통영 인평항에서 민종홍 프로가 모는 에메랄드호에 올랐다. 일요일이지만 에메랄드호는 이날 손님을 받지 않았다. 민종홍 프로의 목적은 4~5명의 정예 인원으로 통영과 거제 인근 해상의 부시리를 캐스팅으로 탐사하는 것. 성상보 프로와 민 프로의 후배 최병운 씨가 합류했다. 그리고 또 한 명, 여성꾼 지홍은 씨도 배에 오른다.
경기도 수원에 사는 지홍은 씨는 어제 통영에 내려와서 대회 운영을 도운 후 부시리 캐스팅 게임을 위해 현지에 남아 있었다. 오로지 ‘부시리 낚시’를 하기 위해서.
열혈 낚시꾼인 지홍은 씨는 웬만큼 낚시를 해봤다는 남성꾼들에게 뒤지지 않는 경력의 소유자다. ‘아르테미스’라는 닉네임으로 낚시판에서는 꽤 알려진 여성꾼.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날 에메랄드호에서 가장 굵은 씨알의 부시리와 가장 많은 마릿수 손맛을 본 사람이 바로 지홍은 씨였다.

조류 흐름이 없는 홍도

오전 5시 반에 출항한 배는 한 시간 반 후 홍도(통영시 한산면 매죽리) 인근 해상에 닿았다. 해무가 잔뜩 껴 있다. 먼저 성상보 프로가 캐스팅 로드를 들고 뱃머리에서 펜슬 베이트를 날려본다. 바다는 반응이 없다. 
“지깅부터 해보자.”
성 프로는 민종홍 프로에게 지깅 포인트부터 찍어보자고 제안한다.
이날 물때는 9물. 오전 9시 30분이 만조이므로 지금은 끝밀물로 향해가는 시각이다. 즉, 조류가 거의 멈추는 시간. 따라서 일단 지깅으로 바닥권을 노려보자는 거다.
그러나 상황은 여의치 않았다. 2시간 반 동안 홍도 인근을 돌며 메탈지그를 내려봤으나 그 누구에게도 입질은 들어오지 않는다. 민종홍 프로가 결단을 내린다.
“조류가 너무 약해. 지금은 0.3~0.4 노트밖에 안 돼. 안경섬까지 가 보자.”
민 프로는 홍도에서 북동쪽으로 30분 거리에 있는, 조류 흐름이 비교적 좋은 거제 안경섬으로 이동하자는 거다. 그렇게 해서 에메랄드호가 안경섬에 도착한 시각은 오전 10시 반. 
거제 안경섬의 원래 이름은 남여도. 북여도와 함께 남북여도가 본이름이다. 이 중에서 작은 봉우리 두 개가 나란히 솟아있는 남여도는 하늘에서 보면 마치 안경 같다고 해서 ‘안경섬’이라고 불린다. 거제 본섬에서 남동쪽 최 끝단에 있는 섬. 소재지는 거제시 남부면 갈곶리.

물흐름 시작되자 쏟아지는 입질

해무는 좀처럼 걷히지 않고 있다. 일단은 지깅으로 시작해본다. 30분쯤 지났을까. 민종홍 프로가 가장 먼저 입질을 받았다. 수심 40m 바닥에서 올라온 건 70cm 급 방어. 민 프로는 곧바로 캐스팅 로드를 들고 펜슬 베이트를 날린다. 이윽고 또 한 마리의 방어 입질을 받는 민 프로. 
“조류가 살아나고 있어.”
민 프로의 말대로 11시 반 이후 서서히 물흐름이 감지되고 있다. 어탐기에 찍히는 조류의 속도는 1.2노트. 부시리 낚시하기에 가장 적당한 속도로 조류가 흐르기 시작한다. 
그러자 지홍은 씨도 캐스팅 로드를 집어 들고 뱃머리에 올라선다. 능숙한 동작으로 펜슬 베이트를 날리는 지홍은 씨. 비록 남자들만큼의 비거리는 나오지 않지만 캐스팅 자세나 날아가는 루어의 방향과 각도는 정확하다.
“히트~!”
지홍은 씨가 결국 부시리 입질을 받는다. 비록 씨알은 크지 않지만 이날 에메랄드호에서 가장 먼저 낚인 부시리다. 
“또 걸었어요~!”
10분 후 다시 같은 자리를 노려 비슷한 씨알의 부시리를 낚아내는 지홍은 씨. 그 옆에서 펜슬 베이트를 날리던 성상보 프로도 거의 동시에 비슷한 씨알의 부시리를 걸어낸다.

안경섬 ‘홍골 엿등’은 떼 부시리 놀이터

조류는 점점 빨라진다. 1.4노트. 성상보 프로가 연거푸 캐스팅으로 부시리를 낚아낸다. 이에 질세라 지홍은 씨도 옆에서 입질을 받는다. 이번에는 꽤 씨알이 좋은 듯 랜딩 시간이 좀 걸린다. 그렇게 갑판 위로 올라온 부시리는 이날의 최대어, 80cm급이다.
오전 11시 반부터 시작된 부시리 입질은 정오를 넘어서면서 그야말로 절정에 달했다. 에메랄드호는 안경섬 주위의 바닥 물골을 타면서 그 양쪽 능선의 여와 어초 주변을 공략하고 있다. 민종홍 프로는 이 포인트를 ‘홍골’이라고 불렀다. 배를 조류에 태워 자연스럽게 흐르게 하면서 긴 물골(홍골)의 양쪽 능선(여의 능선)에 올라붙는 부시리를 노리는 거다. 포인트를 벗어나면 물골의 초입으로 돌아가서 다시 배를 흘리는 걸 반복하며 마릿수 입질을 받아내고 있다.
오후 2시. 마지막 캐스팅에 최병운 씨가 피날레 입질을 받은 후 취재팀은 낚싯대를 접었다. 김해에서 제주도로 돌아가야 하는 성상보 프로의 비행기 티켓 시각(오후 7시)이 빠듯했기 때문이다. 여기서 2~3시간 더 낚시를 했다면 에메랄드호의 물칸은 부시리로 가득 찼을지도 모를 일이다.

저작권자 © 리빙TV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