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천지에서 낚아낸 월척을 들고 있는 필자 강창호(사진=월간낚시21 제공)

“제 고향 마을 뒤에 조그마한 저수지가 있었어요. 근데 몇 해 전에 준설하면서 저수지 규모를 몇 배로 키웠거든요….”
얼마 전 낚시터에서 소주잔을 기울일 때 이상철 씨가 한 말이다.
이상철 씨가 말한 저수지는 나도 아는 곳이다. 경남 의령군 유곡면 덕천리에 있는 계곡형 저수지, 덕천지다.
이상철 씨에 따르면 준설공사를 할 때 덕천지는 바닥에 먼지가 펄펄 날릴 정도였다. 완전히 물이 말랐다는 말. 마을 사람들이 “여기에 무슨 붕어가 있겠노?”라고 했던 곳이다.

상류 첫 입질이 준척급 붕어

지난 6월 중순 나는 다른 곳에서 낚시를 한 후 철수길에 잠시 덕천지에 들렀다. 남은 미끼로 탐색이라도 해보려는 것. 
덕천지에 도착한 나는 이상철 씨와 전화 통화를 한 후 낚싯대 몇 대만 챙겨 물 빠진 상류 야산 아래로 이동한다. 새우 미끼를 달아 60cm 수심의 바닥에 찌를 세운다. 두 번째 낚싯대를 꺼내 채비 수심을 맞추는데…. 어라…? 좀 전에 세워둔 찌가 서서히 물속으로 사라진다.
바로 챔질. 얕은 수심에서도 계곡형 저수지 붕어답게 꽤 힘을 쓴다. 이윽고 내 발 앞으로 다가온 붕어는 준척급이다. 그리고 곧바로 이어지는 입질. 이번에는 월척이 “퍼드덕” 물 파장을 일으키며 올라온다. 이 월척을 랜딩하는 도중에 이상철 씨가 다가온다.
“이 뭐시고? 여기에 이런 붕어가 있단 말이가?”
그런데, 헐…. 입질은 붙고 있는 미끼가 동이 날 지경이다.
‘그래 붕어가 있다는 건 알았으니 일단 채집망을 넣어 놓고 다음을 생각하자.’

마릿수 소나기에 턱걸이 월척까지

오후에 다시 찾아온 덕천지 상류. 뜨거운 여름 해가 산 반대 쪽으로 넘어가고 있다. 내 자리는 그늘이라 파라솔 없이도 낚시가 가능하다. 그러나 김찬용 씨는 햇볕을 피해 제방 오른쪽으로 이동한다. 그리고 해가 지기 전까지 낚시를 해보지만 깊은 수심이라서 그런지 별다른 입질이 없다.
내 자리에는 준월척급 붕어들이 그동안 아쉬웠던 손맛을 달래준다. 
낚시꾼의 마음은 참 간사하다 25cm 이상 턱걸이 월척까지 마릿수 입질이 들어오는데도 역시 씨알이 아쉽다.
‘그래 밤이 되면 좀 더 큰 씨알이 나오겠지.’
그러나 내가 기대했던 여름밤의 화려한 입질은 끝내 없었다. 우리는 2% 부족한 마음을 안고 철수. 
며칠 후 나는 지인들과 함께 다시 덕천지를 찾았고, 또 한 번 마릿수 입질을 받았다. 그러나 여전히 남는 아쉬움.
“아, 대형 월척이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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