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가장 먼저 입질을 받은 정진국 씨(사진=월간낚시21 제공)

본격적인 무늬오징어 낚시 시즌이 열렸다. 지난 봄 알을 깬 무늬오징어 치어들이 하루하루 쑥쑥 몸집을 키웠고, 여름 이후 부쩍 그 씨알이 굵어지고 있다.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낚시, 무늬오징어 에깅 시즌이 펼쳐지고 있다.

부쩍 살을 찌운 무늬오징어

지난 9월 5일. 나는 경북 울진의 오산항에서 출항하는 이프로2호(선장 이영수)에 올랐다. 오전 10시 이프로2호는 14명의 꾼들을 태우고 오산항을 빠져나갔다. 11km 정도 북쪽으로 달리던 배가 멈춘다. 왼쪽 저 멀리 왕피천 하류가 보이는 곳. 연지리 앞바다에 도착했다. 표층 수온은 23도, 포인트 바닥까지의 수심은 3~4m 정도로 얕은 곳이다.
궁금한 게 있었다. 
“아침 피딩(먹이 활동) 시간을 노리려면 해 뜰 무렵 출조를 하는 게 보통일 텐데요?”
오전 10시 느지막이 출항을 하는 게 의아했다. 실제로 무늬오징어는 해가 뜰 무렵과 해가 질 무렵 가장 활발한 입질을 한다. 이 때문에 에깅 꾼들은 이 ‘두 타임’을 놓치는 법이 잘 없다. 그런데 이 선장이 말하는 늦은 출항의 이유는 의외로 단순했다.
“너무 힘이 들어서요.”
오전 5시쯤 출항해서 아침 입질을 보고, 해 질 녘인 저녁 7시 피딩 타임까지 노리다 보면 몸이 파김치가 된다는 거다. 물론 활성도가 높을 때는 특별한 시간대에만 입질이 집중되지는 않는다는 이유도 있다.

수심 3~4m 바닥 노리는 캐스팅 게임

첫 포인트인 연지리 앞바다에서는 쉽게 입질이 들어오지 않는다. 꾼들은 연안 갯바위와 잘피 쪽으로 연신 채비를 날려보지만 빈 에기만 돌아온다. 
첫 입질은 낚시 시작 40여 분이 흐른 10시 50분쯤 들어왔다. 뱃머리 왼쪽에서 3호 자주색 에기를 날리던 정진국 씨가 마수걸이를 올린다. 낚인 무늬오징어 씨알은 300g 정도 돼 보인다. 아직은 시즌 초반이라 그런지 씨알이 잘다.
조류가 거의 흐르지 않고 있어서인지 바닥에 깔리고 있는 14개의 에기가 모두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이영수 선장은 키를 돌린다.
“구산항 쪽으로 내려가서 거기서부터 북쪽으로 올라오면서 탐색해 봐야겠어요.”
이프로2호는 40분 정도 남쪽으로 내려간다. 이윽고 배가 멈춘 곳은 구산해수욕장 앞. 연지리 앞바다보다 표층 수온이 1도 정도 더 높다. 수심은 4m 정도. 1도 높은 수온의 영향일까. 구산해수욕장 앞에서는 이내 입질이 들어온다. 봉화에서 온 김정유 씨가 3.5호 노멀 에기로 한 마리 걸었다. 이번에는 낚싯대 휨새가 예사롭지 않다. 이 선장이 뜰채를 가져와 김정유 씨의 랜딩을 돕는다. 
이내 수면으로 올라오는 무늬오징어. 잔뜩 화가 난 듯 먹물을 뿜어댄다. 조심스럽게 뜰채에서 꺼내든 녀석은 500g 정도 돼 보인다. 김정유 씨가 무늬오징어를 갈무리한 후 살림통에 넣자마자 선실 왼쪽에 있는 박한욱 씨가 입질을 받았다. 이내 수면으로 올라온 건 좀 전 것보다 약간 작은 씨알의 무늬오징어. 
“아직은 시즌 초반이라 입질이 예민할 것 같아서 작은 에기를 썼어요.”
박한욱 씨는 자연색에 가까운 2.5호 에기로 입질을 받았다.

스테이 에기에 연속 히트

“여기도 히트~!”
뒤를 돌아보니 김정유 씨가 또 한 번 입질을 받아 랜딩하고 있는 게 보인다. 배가 포인트 안으로 제대로 들어온 모양이다. 뱃머리 오른쪽에 있는 청송꾼 배수동 씨의 낚싯대도 휘어진다. 그 옆에 있던 이탁 씨도 동시에 입질을 받는다. 각각 빨간색과 오랜지색 3호 에기로 무늬오징어를 유혹했다. 
그런데 이탁 씨가 쓰고 있는 에기는 특이한 점이 있다. 에기 대가리 양옆에 작은 두 줄의 돌기가 보인다.
“스테이(stay) 에기라는 겁니다. 작년 여름 한국에 들어온 물건이죠.”
이영수 선장이 선실에 있는 같은 모양의 에기를 꺼내 보인다. 
다이와에서 출시한 스테이 에기는 같은 호수의 노멀 에기보다 체적이 넓고 무겁다. 따라서 비거리가 훨씬 길다. 가장 특징적인 것은 스테이 에기는 물속에서 S자 모양의 곡선을 그리며 무늬오징어를 유혹한다는 것. 그 비결은 바로 에기 대가리 양옆에 있는 두 줄의 돌기에 있다. 초승달 모양의 두 줄 돌기가 물속에서 수류를 일으켜 노멀 에기에서는 볼 수 없는 형태의 액션을 연출한다.
어쨌든 이탁 씨는 스테이 에기를 쓴 덕인지 이날 연속으로 무늬오징어를 히트해 냈다.

팁런 에깅으로 마릿수 입질

“이제 좀 더 깊은 포인트로 이동하겠습니다. 팁런 에깅을 할 거예요. 다들 채비를 바꿔주세요.”
이영수 선장이 꾼들에게 알린다. 지금까지 캐스팅 게임으로 손맛을 봤으니 팁런 에깅도 한 번 해보자는 거다.
팁런 에깅. 영어로 풀어 쓰면 팁(tip) 런(run) 에깅(eging)이다. 초릿대(팁)의 움직임(런)으로 입질을 파악하는, 선상 에깅의 비교적 최신 기법이다. 바닥까지 에기를 가라앉힌 후 낚싯대를 힘껏 쳐들며 액션을 주는(저킹) 일반적인 에깅 기법과는 차이가 있다. 
팁런 에깅은 에기를 바닥에 가라 앉히지 않고 일정 수심층에서 조류에 태워 흘리듯 운영하며 입질을 받는다. 낚싯대의 팁(초릿대)으로 입질을 파악해야 하므로 끝이 부드러우면서도 허리는 강한, 팁런 에깅 전용 낚싯대가 따로 있다. 에기 역시 캐스팅 용과 다르다. 라인 아이(line eye)가 에기의 대가리 위에 있는 게 팁런 에기의 특징이다. 일반 노멀 에기는 라인 아이가 에기 대가리 끝에 있다.
이프로2호는 팁런 에깅을 위해 좀 더 먼바다로 나갔다. 바닥까지의 수심은 20m 정도. 가장 먼저 입질을 받은 사람은 박한욱 씨였다. 
“에기를 멈춘 후 살짝 저킹할 때 입질을 느꼈어요.”
박한욱 씨는 운이 좋았다. 팁런 에깅은 저킹 때 입질을 받는 법이 거의 없다. 액션 연출 후 물속에서 에기가 자연스럽게 조류에 흐를 때 대부분 입질이 들어온다. 따라서 박한욱 씨는 스테이(stay=멈춤) 때 들어온 입질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가 액션을 주면서 묵직함을 느낀 것이다. 그때까지 무늬오징어가 에기를 감싸고 있던 촉수를 풀지 않은 게 조과로 연결된 셈이다.
이윽고 뱃머리 오른쪽에 있던 이진호 씨에게도 입질이 들어왔다. 
“저킹 액션을 주고 바닥에서 살짝 띄워 스테이 할 때 초릿대를 가져가더군요.”
이진호 씨는 제대로 된 팁런 에깅 입질을 읽은 것이다.

해 질 무렵, 화려한 피딩 타임

그리고 이때까지 단 한 마리도 낚아내지 못하고 있던 권순용 씨가 기어이 팁런 에깅으로 마수걸이를 한다. 
“저, 오늘 꽝 치는 줄 알았어요.”
그러나 권순용 씨는 이후 오후 7시까지 10여 마리를 낚아면서 평작은 거뒀다.
오후 5시. 서서히 해가 넘어가고 있다. 나도 낚싯대를 들었다. 이번에는 캐스팅 게임. 나는 이영수 선장에게 오렌지 색 3호 에기 하나를 빌렸다. 연안을 바라보고 캐스팅. 에기가 천천히 바닥까지 내려간 것을 확인한 후 낚싯대를 살짝 들어 에기를 띄운다. 쉽사리 입질이 들어오지 않는다. 한 시간 정도가 지났다. 이제 좀 있으면 철수해야 할 시각. 조급해진다.
이번에는 난바다쪽으로 좀 더 멀리 에기를 날려본다. 바닥 확인 후 에기를 살짝 띄우는데, 내 앞으로 조류가 밀려오는 듯 이내 채비가 몸쪽으로 흘러든다. 급기야 배 밑으로 에기가 흐를 무렵. 
“덜커덕~!”
드디어 입질이 왔다. 힘껏 챔질을 한다. 손끝으로 전해오는 묵직한 느낌. 무늬오징어의 촉수가 에기 바늘에 제대로 박혔다. 큰 실수만 없다면 이놈은 내 것이 된다. 나는 낚싯대를 하늘로 바짝 세워 들고 천천히 릴을 감는다. 이윽고 수면에 떠오르는 녀석. 제법 씨알이 좋다.
이 선장이 어느새 내 옆에서 뜰채를 내리고 있다. 무사히 골인. 갑판 위로 올려본 녀석은 500g 정도 되는 씨알이다.
나는 해가 질 무렵 한 번의 입질을 더 받았고 비슷한 씨알의 무늬오징어 손맛을 봤다. 2시간 동안 딱 두 마리를 낚았지만 실로 오랜만에 즐긴 무늬오징어 손맛이었다.
이날 이프로2호가 거둔 조과는 모두 60여 마리. 시즌 초반치고는 괜찮은 성적이었다. 빈손으로 돌아간 꾼은 단 한 사람도 없었다.
9월 초 현재 울진 앞바다에서 낚이는 무늬오징어는 아직 씨알이 잔 편이다. 그러나 이놈들은 하루가 달리 몸집을 키운다. 아마 추석 전후에는 이른바 ‘킬로 오버급(1kg이 넘는 씨알)’ 무늬오징어도 곧잘 낚일 것이다.
울진 오산항에서 오전 10시 출항, 오후 7시 귀항하는 이프로2호는 오는 10월 말까지 에깅꾼들을 태운다. 선비는 1인 10만 원이고, 낚싯대와 릴도 빌려준다. 장비 대여료는 1세트 1만 원. 네이버 밴드 ‘이프로호(울진)’에 들어가면 더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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