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구 호남골붕어 회원이 하룻밤 조과(사진=월간낚시21 제공)

 카페 ‘호남골붕어’ 유동철 회장의 권유로 추석 다음날 출조 길에 올랐다. 광주에서 1시간 30여 분 거리. 그 길가에 보이는 보성강, 탐징강과 저수지 곳곳에 삼삼오오 꾼들이 모여있다. 코로나19로 주춤하던 출조길이 다소 완화된 듯 파라솔과 텐트, 낚시 장비들이 쉽게 눈에 띈다. 
누렇게 익어가는 들판의 좁은 길을 따라 들어가니 장흥군 대덕읍에 있는 폭 좁은 진목수로가 보인다. 먼저 와 있는 호남골붕어 회원들의 차량이 들판에 줄지어 늘어서 있다. 
나는 유동철 회장을 비롯한 회원들과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주위를 둘러본다.

짧은 대로 건너편 연안 공략

3km 정도 길이에 폭 5m 정도의 진목수로는 바다와 대덕천의 물길이 닿고, 상류 진목저수지의 물길이 흘러든다. 연안 수심은 70~80cm 정도고, 그 높이만큼 연안 시멘트 벽이 있다. 
중류 연안에는 호남골붕어 회원들이 길게 자리를 꿰차고 있다. 
나는 이들과 조금 떨어진 중하류권에 포인트를 정한다. 연안 갈대를 눕혀 자리를 확보한다. 수로의 폭이 좁기 때문에 긴 대는 필요가 없다. 나는 2칸대 이하 낚싯대로 맞은 편 연안 가까이에 찌를 세운다.
미리 정보를 듣고 준비해 온 새우 미끼를 꿰어 찌를 세운다. 찌가 흐른다. 하류 덕촌 배수장의 수문이 열려있는 모양이다. 
“해 질 녘 수문이 닫힐 겁니다. 그때까지 쉬세요.”
호남골 붕어 이재구 회원이 조언을 한다.
그의 말대로 나는 황금물결을 이루고 있는 들판 끝자락에 앉아 가을 하늘을 바라본다. 
차츰 날이 저문다. 나는 잔잔해진 물결 위에 찌를 세운다. 초저녁 붕어 입질을 받기 위해 저녁 식사를 잠시 뒤로 미루고 집중한다.
18~21cm짜리 붕어 입질이 간간이 이어지더니 갑자기 소나기 입질이 들어온다. 손이 부족하고 눈이 바쁠 정도의 찌 올림이 여기저기 이어진다. 비슷한 씨알의 입질이 이어지는 가운데 준척급 붕어가 낚인다. 비록 수심은 얕지만 앙탈하는 붕어의 힘은 짧은 대로 손맛 보기에는 적당하다. 저녁 9시까지 조과는 10여 마리.    

잡어 성화가 심한 오전

이제 명절 연휴 보너스 손맛을 기대하며 보름달 아래 펼쳐진 찌불을 바라본다.
‘이제는 붕어도 쉬어가는 시간인가?’ 
입질이 뜸하다. 늦은 밤 잡어 입질이 극성일 거라 예상했지만 단 한 번의 동자개 입질 외에는 잡어 입질이 없다. 18~21cm짜리 붕어 입질만이 쉬엄쉬엄 이어지다 새벽 배수가 진행되면서 또 한차례 휴식을 취한다.
흐린 아침. 배수는 멎었다. 10cm 정도 낮아진 수심. 나는 다시 미끼를 꿰어 찌를 세운다. 수로낚시의 골든타임이라 할 수 있는 아침 시간. 
얕아진 수심이지만 내심 기대를 해 본다. 아주 잔 씨알의 붕어들과 잡어들이 미끼를 훼손하기 시작한다. 강한 인내심으로 그것마저 즐겨보지만 예민한 붕어들의 입질은 더 이상 이어지지 않는다. 
      
수온 더 떨어지면 월척 기대

진목수로는 연안에 갈대와 잡풀이 무성한 반면에 수면에는 수초가 전혀 없다. 게다가 폭이 아주 좁아서 언뜻 보면 ‘이런 곳에 붕어가 있을까?’싶은 곳이다.
그러나 실제로 미끼를 꿰어 찌를 세워보면 다양한 씨알의 강한 붕어 입질을 받을 수 있는 곳이다. 가을 새우낚시의 멋진 찌올림까지 만끽 할 수 있다. 
아직은 조금 이른 시기이지만 좀 더 기온이 내려가고, 벼 수확이 끝날 때 쯤에는 씨알 굵은 마릿수 붕어 입질이 기대되는 곳이다.    필자_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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