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불수로에서 낚아낸 필자의 개인 최대어 47.5cm 대형붕어를 들고 기념촬영(사진=월간낚시 제공)

지난 3월 중순, 대불수로. 영암호로 흘러들어가는 영산강의 가지수로다. 예전에는 갓낚시도 가능한 곳이었으나 지금은 뗏장수초가 광범위하게 깔려있어 갓낚시 포인트가 한정돼 있다. 최상류 한 자리와 중류 연안 4.4칸 이상 긴 대를 펼 수 있는 곳, 그리고 하류 두 자리 정도만 보인다. 이번 대불수로 출조는 ‘살찐붕어’라는 보트낚시 회원들과 함께 했다. 강원산업에서 생산하는 낚싯대의 특성을 좀 더 파악하기 위한 목적도 있었다. 이날 대불수로의 포인트 수심은 1~1.3m 정도.

첫 출조, 물이 빠지면서 허탈하게 참패

본 수로와 바로 연결되어 있는 가지수로라서 수위에 따른 조황의 기복이 심한 곳이 바로 여기 대불수로다. 그래서인지 출조 첫날에는 글루텐 떡밥에 32cm 월척 한 마리가 낚인 게 조과의 전부였다. 오전 입질은 전혀 없었다.
둘째 날, 예상치 못한 복병이 나타났다. 배수가 진행되고 있었다. 물이 흐르면서 채비가 제대로 바닥에 안착되지 않는다. 참패.
그러나 대불수로와의 인연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철수 한 지 며칠이 지난 후 대불수로에서 4짜를 포함해서 마릿수 월척이 터졌다는 소식이 들렸다. 지난 번 이틀 출조에서 무참하게 꺾인 자존심을 되찾기 위해 이번에는 혼자 조용히 새벽 대불수로를 찾았다.
보트를 상류 수초 포인트에 정박한 후 채비를 내렸다. 그러나 지난번처럼 말뚝찌.
‘역시 나와 대붕수로는 궁합이 안 맞는 건가…?’
생각하면서 포기하려는 찰라. 이때 첫 입질이 들어왔다.

현지인에게 사진촬영 부탁

천천히 올라오는 찌가 거의 몸통까지 치솟았다. 힘껏 챔질. 요란한 물보라를 일으키며 내 품으로 들어온 붕어는 40.5cm. 전혀 뜻밖의 상황이었다. 사진을 찍어 핸드폰으로 지인들에게 자랑을 하고 있을 때, 다시 한 번 올라오는 찌.
아…, 그런데 이게 나의 최대어가 될 줄이야. 챔질했을 때의 묵직한 그 느낌, 그리고 바윗돌같은 그 힘. 이윽고 수면으로 올라온 붕어. 겨우겨우 갈무리를 한 후 계측자 위에 올린 붕어는 47.5cm.
내 품에도 이런 대형급이 안길 줄이야…. 이제 이날 더 이상의 낚시는 의미가 없다. 흥분을 누르고 연안으로 나왔다. 그런데 문제는 혼자 온 것이라 기록을 남길 수가 없다는 점. 마침 수로 주변에서 운동하고 있는 현지인이 보인다. 그에게 부탁을 해서 겨우 몇 장의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어탁으로 남길까?’
잠깐 생각을 해 봤으나 산란 직전의 붕어에게 차마 못 할 짓인 것 같아 나는 조용히 나의 최대어를 다시 자연으로 돌려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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