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진강 상류(전북 임실군 신평면 용암리 주변)에서 30cm급 배스 낱마리를 확인 한 후 완주로 이동, 구이지에서 허탕을 쳤다. 점심식사 후 우리가 찾아간 곳은 전주천 하류. 소설가 김훈 씨가 ‘가장 자연에 가까운 강’이라고 표현한 만경강의 중류 샛강이 바로 전주천이다. 오후 2시. 망경강 삼례교와 하리교 사이로 흘러드는 전주천변의 오후는 화창했다.

산란 후(post spawn) 알자리 주변의 수컷들

전주천에서 첫 캐스팅에 스몰 러버지그로 45cm급 배스를 낚아낸 카와무라 코타로 프로.(사진=월간낚시 제공)

와무라 코타로(일본 다이와 필드테스터) 프로는 풀숲을 헤치고 걸어가더니 연안 끝자락에서 멈춘다. 테클박스에서 그가 꺼낸 건 스몰 러버지그. 연안선을 따라 물속으로 길게 깔려있는 석축을 향해 하류 쪽으로 캐스팅한다. 러버지그가 바닥에 닿은 후에는 살짝살짝 호핑 액션을 준다.
그 순간. 카와무라의 낚싯대가 확 휜다. 낚싯대는 하늘을 향해 역 U자를 그린다. 이윽고 모습을 보인 놈은 45cm급 배스. 피딩타임(먹이활동 시간)이 훨씬 지난 한낮에 런커급을 걸어낸 거다.
“산란을 마친 배스 수컷들이 알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 같아요.”
카와무라가 손가락으로 물속을 가리킨다. 석축 사이사이로 시커먼 물고기 몇 마리가 보인다. 죄다 배스다. 그것도 대부분 40cm가 훌쩍 넘어가는 씨알들이다.
카와무라는 하류 쪽으로 몇 발짝 이동한 후 다시 연안선을 따라 채비를 날린다. 돌 틈 사이로 루어를 집어넣었다 살짝 빼낸 후 릴링. 서너 번 같은 액션을 연출한다. 다시금 낚싯대가 확 휘더니 수면 위로 배스 한 마리가 튀어 오른다. 바늘털이. 그런 배스의 강한 몸부림에도 주둥이에 정확히 박힌 바늘은 빠지지 않는다. 이번 것은 아까 것보다 좀 더 씨알이 굵다. 그런데…, 낚아낸 배스의 주둥이에 걸려있는 건 좀 전의 그 루어(스몰 러버지그)가 아니다. 작고 반투명한 물고기 모양의 웜이다. 채비는 다운샷.
러버지그로 첫 입질을 받았으면 계속 같은 루어를 쓰는 게 일반적인데, 카와무라는 그새 루어를 바꾼 것이다. 이유가 있었다.
“알자리를 지키는 배스는 예민해져 있어요. 그리고 지금은 피딩타임도 아닙니다.”
알자리를 지키는 배스는 거기서 먹이활동을 하지 않는다. 알자리 주변에 어슬렁거리는 불청객이 있으면 그걸 공격한다. 이런 배스의 습성을 십분 활용한 루어가 바로 작은 섀드웜이라는 게 카와무라의 설명이다.

물속에서 4가지 색을 띄는 웜

“처음 보는 루어네요. 이름이 뭔가요?”
카와무라가 쓴 섀드웜은 2인치 정도 길이의, 피라미 모양을 한 반투명 웜이었다. 나는 이때까지만 해도 그런 웜을 본 적이 없었다.
“콰토르 섀드.”
카와무라가 막 배스 주둥이에서 떼어낸 루어를 내밀며 말한다.
‘뭐…? 콰토르…?’
이게 무슨 소리? 콰토르라니…? 일본사람들의 영어발음은 사실 정확히 알아듣기 힘들 때가 많다. 나는 옆에 있는 김종필 한국다이와 마케팅 차장에게 확인을 해 본다.
“콰토르가 무슨 뜻이죠?”
돌아온 대답은 뜻밖이었다.
“아, 저 루어요. 저건 아직 한국에 출시가 안 된 겁니다. ‘사(4, 四)’ ‘네 가지’라는 뜻이에요.”
김 차장의 답을 들은 나는 머릿속이 더 복잡해졌다. ‘4, 혹은 네 가지…?’ 내가 무식한 건가 싶었다. 혹시 쿼터(quarter = 1/4)를 잘못 말 한 건가 싶었다.
그러나 그게 아니었다. 카와무라가 말한 ‘콰토르’는 스페인어 ‘cuatro’의 일본식 표현이었다. cuatro는 스페인 말로 ‘사(4, 四), 넷’이라는 뜻. 스페인 발음으로 적자면 ‘꽈뜨로’이고, 우리글로 옮겨 적는다면 ‘콰트로’ 쯤 될 것이다.
어쨌든 이날 카와무라가 전주천에서 마릿수 런커를 낚아낼 때 쓴 웜의 이름은 ‘콰트로 섀드’였다. 그런데 왜 하필 그 이름이 ‘콰트로’일까?
“이 웜은 물속에서 네 가지 색깔로 보입니다. 푸른색, 붉은 색, 노란색, 흰색.”
카와무라 프로의 말을 듣고 나는 다시 자세히 ‘콰트로 섀드’ 웜을 살펴봤다. 5cm 전후 길이의 이 작은 섀드 웜은 얼핏 보기에는 흰색이지만 이리저리 돌리며 햇볕에 비춰보면 푸른빛, 붉은 빛 등이 살짝살짝 비쳤다. 카와무라의 설명이 이어졌다.
“대부분의 웜은 돌틈 사이에 들어가면 배스의 눈에 잘 띄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건 배스의 눈에 쉽게 띕니다. 그리고 다양한 액션을 연출할 수 있어요. 보통은 이렇게 돌 틈의 그늘 쪽에 넣어서 배스를 유혹합니다.”

다운샷 채비로 리액션 바이트 유도

카와무라는 콰트로 섀드를 쓸 때 1.8g짜리 싱커를 웜의 10cm 정도 아래에 달아 다운샷 채비로 공략하는 게 정석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이날 그는 2.6g 싱커를 썼다. 그 이유가 있었다.
“리액션 바이트(reaction bite)를 유도하기 위해서입니다.”
이날 전주천 배스는 산란을 마친(post spawn) 상태였다. 콰트로 섀드에 좀 더 무거운 싱커를 달면 그 작은 피라미 모양의 웜은 돌 틈 사이로 빠르게 내려간다. 그런 후 낚싯대를 살짝 올려쳐주는 호핑액션을 주면 바닥에 가라앉아 있던 웜이 톡 튀어 올랐다가 다시 바닥 석축에 부딪친다. 표면이 작고 부드러운, 그리고 네 가지 색을 발산하는 콰트로 섀드는 이때 불규칙한 움직임을 보이기 마련. 배스 입장에서는 상당히 거슬리는 ‘불청객’이 자신의 영역 안으로 들어와서 자신을 귀찮게 하는 셈이다. 이것이 배스에게 리액션 바이트(reaction bite)를 유도한다.
카와무라의 이런 설명은 사실 새삼스러운 게 아니다. 배스의 공격본능을 자극해서 입질을 받아내는 기법 중 하나가 바로 리액션 바이트(reaction bite)다. 이건 웬만한 배스낚시꾼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런데 배스의 리액션 바이트를 유도하기 위한 루어는 소프트 베이트(soft bait = 웜)보다 하드 베이트(hard bait)라는 게 정설처럼 알려져 있다. 실제로 많은 꾼들은 크랭크 베이트나 펜슬 베이트 같은 딱딱한(hard) 루어로 배스의 리액션 바이트를 유도한다. 크랭크 베이트 같은 딱딱한 루어를 일부러 수몰나무 둥치나 큰 돌 등에 부딪치게 해서 루어가 균형을 잃고 비틀거리는 움직임을 만드는 것이다. 배스는 이때 그 루어를 공격하고, 이런 기법을 리액션 바이트를 유도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날 카와무라가 선보인 ‘섀드 웜을 이용한 리액션 바이트 유도’ 기법은 소프트 베이트로도 충분히 그걸 구사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준 셈이다.
카와무라는 이날 전주천 연안 1km 구간을 하류 쪽으로 탐색하면서 계속 런커급 배스를 낚아냈다. 연안을 따라 물속에 잠겨있는 크고 작은 돌 사이에는 어김없이 40~50cm급 배스들이 숨어 있었고, 카와무라는 그 포인트들를 직격해냈다.
물론 웜 낚시만 하지는 않았다. 마지막에는 크랭크 베이트로 연안선을 훑으면서 서너 마리의 런커를 더 확인한 후 낚싯대를 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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