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보다 다리가 짧아(다리 길이가 ‘한 치’라 해서) 한치, 혹은 한치오징어라 불리는 두족류. 이카메탈로 즐기는 한치 메탈게임이 바다루어낚시의 새 패러다임으로 자리잡고 있다.(사진=월간낚시 제공)

수년 전 한국에 선보인 한치 메탈게임이 최근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대유행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한치 메탈게임’은 기존 한치 채비보다 가벼우면서 채비가 간단하고 그 방법이 쉬워 누구나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낚시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다.
기존의 한치 채비는 어부들이 쓰는 오징어 에기인 ‘슷테’를 6~10개씩 주렁주렁 매단 것이었다. 그러다 보니 장비 자체가 무겁다는 게 단점.
반면에 한치 메탈게임은 짧으면서 가벼운 낚싯대를 쓰기 때문에 일단 손맛이 좋다는 장점이 있다. 여기에 한치는 오징어보다 식감이 부드럽고 맛이 좋아 누구에게나 환영받는 어종이다. 한치 메탈게임이 본격적으로 유행하게 된 건 작년 여름. 제주도를 중심으로 나타나던 한치 어군이 이제는 남해안에서도 확인되면서 여수, 통영, 거제, 부산 지역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

1. 한치 메탈게임 채비
뒤에 좀 더 상세한 장비를 소개하겠지만, 우선은 이렇게만 알아두자.
초릿대가 낭창한 에깅대와 베이트릴, 그리고 PE 라인을 쓴다. 그 끝에는 스냅도래나 핀도래를 달아 카본 3호 목줄이나 시판되는 2단 채비를 연결한다. 맨 아래에는 무게가 있는 이카메탈을 달고, 그 1m 위에는 가볍고 화려한 슷테를 단다. 이카메탈과 슷테는 한치의 조과를 좌우하는 핵심 소품이다.

2. 한치 메탈게임 장비
한치 메탈게임을 할 때는 아무 낚싯대를 써서는 안 된다. 한치의 활성도가 좋아 미끼를 막 잡아당기는 상황이라면 어떤 낚싯대든 상관없지만, 실제로 낚시해 보면 그런 상황은 흔치 않다. 보통은 한치가 촉수를 뻗어 지그시 잡아당기거나 그마저도 여의치 않으면 다리만 채비에 살짝 올리는 미약한 어신을 보인다. 따라서 메탈게임에는 3~4g이 될까 말까한 한치 다리의 무게감을 충분히 느끼고 챌 수 있는 예민한 낚싯대가 필요하다.

1) 로드의 선택
아직은 한국에 이카메탈 전용 낚싯대가 없는 형편이다. 대체할 수 있는 낚싯대로는 6피트(1.8m) 전후의 베이트 낚싯대다. 물론 팁런이나 무늬오징어용 에깅대로도 가능하지만 약은 어신을 캐치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여기서 권하는 낚싯대는 흔히 ‘쭈갑대’라 불리는 주꾸미, 갑오징어 전용 낚싯대다. 초릿대와의 휨새 비율은 7 : 3 정도가 알맞고, 조금 더 낭창하고 극단적인 휨새을 보이는 8 : 2 휨새의 낚싯대도 쓰인다. 즉, 한치 메탈게임에는 초리 휨새가 아주 부드러우면서도 허릿심은 빳빳한 낚싯대가 좋다. 

2) 베이트 릴의 선택
한치낚시는 어군이 형성되는 수심, 즉 선장이 말해주는 수심에 최대한 정확히 채비를 내려야 입질 확률을 높일 수 있다. 그러려면 수심이 표시되는 베이트 릴이나 소형 전동릴이 유리하다. 만약 베이트 릴에 수심계가 없다면 1m마다 색깔이 바뀌는 PE 라인을 쓰는 게 좋다.
한치 메탈게임은 흔들어주는 액션으로 한치를 유혹한다. 이걸 밤새도록 하다보면 팔에 피로가 누적된다. 따라서 오른손잡이는 좌핸들 베이트릴이 좋고, 왼손잡이는 우핸들 베이트릴이 좋다. 사실 낚시를 하다 보면 어느 쪽이든 팔이 아파서 양손으로 번갈아 가며 낚시를 하게 된다.

3) PE 라인의 선택
원줄은 PE 합사를 쓴다. 그 호수는 0.6~1호가 적당하다. 2호까지 써도 무난하다. 베이트릴 하나로 광어 다운샷낚시나 참돔 러버지깅, 혹은 주꾸미나 갑오징어낚시까지 두루두루 쓸 생각이라면 1~2호 사이에서 합의점을 찾는 것이 좋다.

4) 이카메탈(메탈리스트)의 선택
한치 에기는 한치에게 먹잇감으로 보여야 한다. 동시에 채비 안정과 유인, 후킹 등의 역할을 수행하는 최전선 소품이다. 따라서 이카메탈과 슷테는 모양과 색깔, 품질에 따라 조과 차이가 상당히 벌어질 수 있다. 여기서는 이카메탈과 슷테 두 가지가 필수로 사용된다.

※ 이카메탈 | 추 무게가 있는 무거운 금속 재질이다. 채비를 공략 수심층까지 내리고 안정시키는 역할과 함께 한치를 유혹한다. 조류와 수심에 따라 45g, 60g, 80g, 100g 등 다양한 무게가 쓰인다. 예를 들어, 한치가 0~10m 권까지 뜨면 45g짜리를 쓰고, 10~20m 사이에 어군이 형성되면 60g짜리를, 그 아래층에 형성되면 80g~100g짜리를 쓴다. 여기에 조류가 빠르면 한 좀 더 무거운 것을 쓰는 식이다. 이카메탈은 최대한 화려한 것이 좋다. 사진은 한치낚시에서 잘 먹히는 대표적인 색상과 패턴이다. 머리에 피를 뒤집어쓴 블러드 헤드 타입과 물방울(일명, 땡땡이) 무늬의 이카메탈은 기본으로 챙기는 것이 좋다.

5) 슷테
슷테는 한치낚시의 조과를 좌우하는 아주 중요한 소품이다. 슷테의 품질에 따라 조과가 적게는 2배에서 많게는 5배까지 차이가 난다. 왜 그럴까? 이유는 한치의 공격 습성에 있다.
한치는 무늬오징어나 갑오징어와 달리 아래에서 위를 보며 먹잇감을 사냥한다. 이 때문에 한치용 에기는 바늘이 아래를 향한다. 반면에 무늬오징어는 위에서 아래를 보며 공격하기 때문에 바늘이 45도 각도로 틀어 위를 향한다. 갑오징어는 수평 공격형이라 갑오징어용 에기는 수평으로 중심을 잡는다.
이 사실을 알지 못하는 일부 꾼들은 소품에 들어가는 비용을 아끼고자 2,000~3,000천 원짜리 저렴한 슷테를 쓰기도 한다. 그러나 이런 제품은 한치낚의 조과가 검증되지 않았음은 물론이고, 무엇보다 한치 메탈게임 전용이 아니다. 따라서 전용 소품을 쓰는 꾼보다 조과가 현저히 떨어질 수밖에 없다.
한치는 밤바다에서 먹잇감을 사냥하는 야행성 어류다. 갑각류, 어류에서 발산하는 인(燐)을 쫓는 추광성 어류이므로 한치를 유혹하는 슷테는 최대한 색상이 화려하면서 형광 물질을 발산하는 제품이 좋다. 바늘 침도 가늘고 예리한 것이 좋다. 만약, 바늘 침이 굵고 둔하다면 챔질 시 후킹 확률이 떨어질 수 있다. 설사 후킹이 되더라도 릴링 도중 벗겨질 확률이 높다.
이런 조건을 두루두루 만족하는 제품은 그렇지 못한 제품보다 2,000~4,000천 원 가량 비싼 편이다. 가격은 조금 비싸지만, 선비 10만 원에 플러스 알파로 들어가는 기타 경비를 생각한다면 고작 몇 천 원 아끼자고 모처럼의 출조를 그르치는 것은 합리적이라 할 수 없다.
내가 경험한 바에 따르면 슷테는 기본적으로 물방울(일명, 땡땡이) 무늬를 비롯해 레드 + 화이트(금붕어 자수)가 잘 먹혔다. 물론 한치가 색을 구별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명도 차이가 분명하고 패턴이 화려한 제품이 한치를 유혹하는 데 유리하다는 건 정설로 돼 있다. 

3. 낚시 방법과 액션
한치 메탈게임은 그 방법이 간단하다. 남녀노소 누구나 손쉽게 즐길 수 있다.
선장이 알려주는 수심에 채비를 내린 다음 베일을 닫고 4~5회 정도 흔들고 멈춘다. 그러면 근처에 있던 한치가 달려든다. 보통은 흔들고 나서 10초 안에 입질이 들어온다. 10초가 지나도 입질이 없다면 다시 흔들고 멈추는 동작을 반복한다. 상황에 따라 수심 변화를 주는 것이 좋다. 선장이 말한 수심을 참고하되, 입질이 없으면 플러스 마이너스 2~3m씩 수심을 조정해서 탐색해 보는 것이다. 채비를 회수할 때는 이카메탈이나 슷테가 라인에 걸려있거나 엉키지 않았는지 반드시 점검한다.

4. 입질 패턴과 챔질
입질은 한치 먹성에 따라 제각각이다. 어떤 유형이든 초릿대를 통해 잘 감지하는 것이 남보다 더 많이 낚는 비결이다. 일단 입질이 들어오면 초릿대 끝이 주욱 당겨지거나 살짝 구부러진다. 이러한 느낌을 충분히 받으려면 액션을 준 후에는 낚싯대를 최대한 수평으로 유지하는 게 좋다.
초릿대가 살짝살짝 움직이다가 좀 더 살짝 구부러지면 그게 바로 어신이다. 어신이 들어오면 위로 챔질을 한 후 너무 급하지 않게 정속을 릴링을 한다.
한치 활성이 저조할 때는 촉수만 채비에 살짜 올리는 경우가 많다. 그 2~3g도 안 되는 무게감을 느끼는 가장 좋은 방법은 초릿대 끝을 살짝 들어보는 것이다. 이때 평소와 다른 무게감이 느껴지면 바로 챔질을 한다.
또 다른 입질 패턴은 구부러진 초릿대가 반대로 펴지는 현상이다. 이러한 입질 패턴은 10번 중 1~2번꼴로 들어온다. 이는 한치가 미끼를 감싼 채 위로 떠오르거나 이카메탈이나 슷테가 한치 어군의 가장 하단에 위치할 때 나타나는 현상이다. 구부러진 초릿대가 갑자기 펴지면 바로 챔질해야 한다. 이후 공략은 채비 수심을 좀 더 올린다.
가끔은 채비가 뜯기기도 하는데, 이는 갈치의 공격을 받을 때다. 갈치가 공격하면 한치와 달리 ‘후드득’하는 어신이 온다. 그럴 땐 재빨리 릴을 감아준다.

5. 보관 및 공수 방법
한치는 갈치와 더불어 반찬감으로 사랑받는 식재료다. 오징어보다 식감이 부드럽고 단맛도 있어 어떤 조리법에도 잘 어울린다. 한치낚시에는 먹물세례가 필연적이다. 쿨러에 넣어두면 그야말로 난장판이 된다. 쿨러가 새 제품이라면 김장용 봉투를 깔아 쓰기를 권한다. 배에서 제공하는 얼음은 쿨러 용량의 반 정도만 채운다.
한치를 낚은 후에는 따로 손질이 필요없다. 바로 쿨러에 넣어둔다. 집으로 가져가 2~3마리, 또는 3~4마리씩 나눠 비닐 포장한 후 냉동실에 넣는다. 이렇게 냉동한 한치는 언제든지 꺼내어 회나 물회로 먹을 수 있다. 튀김과 국, 볶음, 숙회, 먹물 찜 등에도 사용한다.
한치 시즌은 11월까지도 지속되지만, 9월 이후에는 대부분의 낚싯배들이 갈치나 주꾸미, 갑오징어로 대상어를 바꾼다는 점, 참고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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