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설픈 수로에서 월척이 낚아 올리자 김찬용 씨 본인 조차도 놀란 표정이 재미있다.(사진=월간낚시 제공)

9월 초입에 쏟아진 게릴라성 폭우는 내가 있는 경남지방도 피해가지 않았다. 낚시는 가야하는데 도대체 어느 방향으로 코스를 잡아야 할지, 그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상황. 우선은 뻘물이 없는 터를 찾아야 했다. 여기 저기 탐색을 해보지만 이미 저수지들은 엉망이 돼 버렸다.
‘이제 더 이상 갈 곳이 없는 걸까…? 일단 저수지는 포기하자. 오늘은 수로가 답일 수도 있겠다.’

잔챙이 터라고 생각했는데…

나는 경남 일대의 생미끼 낚시가 가능한 수로 정보를 모아본다. 그러나 역시 선택이 쉽지 않다. 그러던 중 머릿속에 퍼뜩 떠오르는 곳 하나.
“옛날에 잔챙이가 많던 거기, 고성 마암면 수로 어때요?”
우리는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일단 차를 몬다. 그렇게 해서 찾아간 곳은 경남 고성군 마암면 보전리에 있는 보전천. 
보전천에서 낚시를 할 수 있는 구간은 선포교 상하류 300m 정도다. 여기 서식하는 주 어종은 붕어와  메기, 뱀장어 등이고, 새우와 참붕어도 많다. 수로의 폭은 좁은 곳이 5m, 넓어도 20m를 넘지 않는다. 중앙부 수심은 1.2m. 연안을 따라 줄풀과 갈대가가 잘 깔려있다. 보전천 붕어낚시의 미끼는 새우와 지렁이는 물론이고, 옥수수와 떡밥 등 다양하다. 농사철만 피하면 길 가에 주차를 하고 바로 장비를 내려 낚시할 수 있는 여건. 
김찬용 씨는 전포교 상류에 자리를 잡는다. 그리고 큼직한 산 지렁이 한 마리를 꿰어 맞은편 연안에 찌를 세운다. 두 번째 낚싯대를 꺼내들던 김찬용 씨, 갑자기 챔질을 한다. 잠시 낚싯대가 휘청거리더니 이내 툭 빠져 버린다. 산지렁이 미끼를 쓸 때는 좀 더 신중하게 챔질 타이밍을 잡아야 하는데, 급했나 보다.
‘괜찮아 보이던 입질 이었는데….’

산지렁이 미끼가 특효였다

그러나 곧바로 이어진 두 번째 입질. 나는 장비를 내리다 말고 카메라를 들고 김찬용 씨에게 달려간다. 그 좁은 수로를 이리저리 마음대로 휘졌고 다니는 녀석. 이윽고 항복선언을 하고 올라온 녀석은 우람한 체형을 자랑하는 월척이다. 낚은 김찬용 씨도 놀라고, 나도 놀랐다. 
“우와~, 여기에 이런 붕어가….”
이후 김찬용 씨는 또 한 번 월척 입질을 받았다. 나는 지금까지 여기 보전천에서 여러 번 낚시를 해 봤지만 이런 씨알의 붕어를 본 건 이번이 처음이다. 너무도 의외의 조과에 나는 급하게 장비를 내린다.
김찬용, 이상훈 씨는 장어낚시를 위해 전포교 아래로 이동. 나와 박주호 씨는 전포교 아래 위에 자리를 잡고 밤낚시 준비를 한다. 새우미끼에는 메기와 붕어가 섞여 낚인다. 반면에 옥수수 미끼에는 오직 붕어 입질 뿐. 이후부터는 월척이 낚이지는 않았으나 다음 날 해가 뜬 직후까지 마릿수 잔치를 벌이기에는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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