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영-김주리 커플이 막 낚아낸 주꾸미를 들고 활짝 웃고 있다.(사진=월간낚시 제공)

지긋지긋한 폭염의 계절이 저물고, 이제 아침저녁으로 부는 바람이 제법 선선하다. 낚시꾼들에게는 사계절이 낚시시즌이지만 가을만큼은 더욱 특별하다. 뭍에서는 말이 살찌고, 물속에서는 물고기들이 하루가 다르게 쑥쑥 자란다. 생활낚시, 특히 바다루어낚시 인구가 폭발적으로 늘면서 그 대상어종도 다변화되고 있다. 그 중에서도 초보꾼들에게 가장 만만한 낚시대상어가 있다면 이놈일 것이다. 바로 주꾸미. 우리가 흔히 ‘쭈꾸미’라 부르는 주꾸미는 낙지보다 작고 꼴뚜기보다는 좀 더 큰 두족류의 한 종류. 주꾸미는 쫄깃쫄깃한 식감과 담백한 육질 덕에 남녀노소 누구나 즐기는 요리재료이기도 하다.

주꾸미낚시의 신천지, 인천 앞바다

인천 영종도에서 작은 루어낚싯배를 운영하는 박경익 선장이 지난 8월 말 ‘라이즈’호보다 좀 더 큰, 6톤급 낚싯배 한 척을 더 구입했다는 연락을 받았다. 배의 이름은 ‘라이즈II’. 
“라이즈호는 농어낚시 전용으로 쓰고, 라이즈II는 생활낚싯배로 운용할 겁니다.”

8월 말에 부랴부랴 배를 인수했으니 그 용도는 뻔했다. 박경익 선장의 ‘라이즈II’는 당장 9월 1일 봉인해제(금어기 해제) 되는 주꾸미낚싯배다. 9월 첫 주말(1, 2일) 라이즈II는 올해 첫 주꾸미 출조를 했고, 꽤 많은 마릿수를 확인했다. 이후 9월 3일부터 5일까지는 날씨가 좋지 못해 라이즈II는 출조를 하지 못했다. 

9월 5일 오후. 박경익 선장에게 연락이 왔다. 
“내일은 오전 바다가 잠잠할 것 같네요.”
한 번 오라는 소리다. 
9월 6일 새벽 6시, 영종도 거잠포선착장에서 나는 7명의 꾼들과 함께 라이즈II호에 올랐다. 푸르스름하게 밝아오는 바다를 가르고 라이즈II는 시속 16노트로 달린다. 잠진도와 무의도를 연결하는 다리의 상판공사가 한창이다. 실미도를 지난 라이즈II는 30여분을 더 달린 후 속도를 늦춘다. 오전 7시. 눈앞에 초지도가 보인다. 해무 너머 남서쪽 끄트머리에 농어 포인트로 유명한 덕적도가 희미하게 보인다.
“삑~!”
박경익 선장의 신호에 맞춰 꾼들의 채비가 바다 속으로 일제히 내려간다. 조과는 바로 나타났다. 40g짜리 봉돌과 함께 바닥에 내려간 에기가 앙증맞은 씨알의 주꾸미와 함께 이내 물 위로 올라온다.
“여기 초지도 주변은 제가 개척한 포인트입니다. 아직은 이 포인트로 들어오는 다른 낚싯배가 없어요.”
박 선장의 말마따나 초지도 주변에는 라이즈II 말고는 다른 낚싯배가 보이지 않는다. 사실 주꾸미낚시를 위해 꾼들이 가장 많이 찾는 곳은 충남의 항포구다. 태안의 안흥항, 보령의 오천항과 무창포항, 서천의 홍원항이 대표적인 가을 주꾸미 출조항이다.
그런데 서울 도심에서 불과 한 시간 거리에 이런 주꾸미 밭이 있다는 걸 아직은 많은 꾼들이 모른다. 박경익 선장은 몇 해 전부터 영종도 일대의 섬 주변을 탐색하면서 주꾸미 포인트를 확인해 왔고,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그 출조를 하는 것이다.
“여기서 낚이는 초반 시즌 주꾸미는 그 씨알이 훨씬 굵어요.”
9월초 초지도 해역에서 낚이는 주꾸미 씨알이 보령이나 서천권에서 낚이는 것보다 굵다는 게 박 선장의 주장이다. 그리고 실제로 이날 여기서 낚여 올라오는 주꾸미는 낙지만 한 게 꽤 많았다.

초보꾼도 쉽게 마릿수 재미

“어머머, 어떡해 어떡해~!”
뱃머리 쪽이 시끄럽다. 경기도 용인에서 남자친구와 함께 배를 탄 김주리 씨가 자신의 첫 주꾸미를 낚은 후 내지른 비명이다.
남자친구의 강권으로 마지못해 배를 탔다는 김주리 씨. 남친 장기영 씨의 가이드에 따라 채비를 내리고 낚싯대를 살짝살짝 흔든 후 묵직한 느낌이 들면 살짝 챔질. 그 후 릴을 감았더니 주꾸미가 대롱대롱 매달려 올라온 거다. 그리고는 생전 처음 직접 낚아본 주꾸미를 보자 어찌할 줄을 몰랐던 것.
남친 장기영 씨는 김주리 씨의 채비에 걸려 올라온 주꾸미를 손으로 떼어내 살림통에 넣는다. 그런데 주꾸미가 낚일 때마다 이럴 수는 없는 노릇이다. 김주리 씨도 채비를 내리는 족족 낚여 올라오는 주꾸미를 일일이 남친 손에 맡길 수는 없다. 한 번이 힘들지 그 다음부터는 익숙해지는 법. 몇 마리 더 낚아낸 김주리 씨는 이내 혼자서 에기에 달린 주꾸미를 직접 손으로 떼어내 살림통에 담는다.

배낚시의 조과는 선장이 좌우한다. 초보꾼들이 많을 때는 특히 선장의 역할이 중요하다. 아무리 명 포인트라고 해도 조류가 세게 흐를 때 초보꾼들은 채비 운용에 애를 먹는다. 
“조류가 셀 때는 배를 역방향으로 밀어줘야 합니다. 채비가 바닥에 잘 닿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죠.”
경험이 많은 꾼이라면 별 문제가 없지만 조류가 빠르게 흐를 때 초보꾼들은 채비를 바닥까지 내리기가 쉽지 않다. 바닥에 내렸다 하더라도 그 느낌을 알기 어렵고, 고패질 도중에 채비가 떠내려가기 십상이다. 이렇게 되면 절대 입질을 받을 수 없는 게 선상낚시다.

초보꾼들이 가장 쉽게 손맛을 볼 수 있는 채비 흐름 속도는 0.5~0.6노트 정도라는 게 박 선장의 말이다. 따라서 조류가 1노트 이상 세게 흐르면 배를 조류의 반대 방향으로 밀어주는 것이다. 바람이 세게 불 때는 풍속이나 풍향까지 감안해서 배의 위치를 수시로 조정해야 한다.
이날은 다행히 바람이 거의 없었다. 물때는 3물. 오후 1시 반이 만조였다. 조류도 적당히 흐르고 간조에서 만조로 가는 시간이라 배낚시를 즐기기에는 더 없이 좋은 조건이었다.
초지도 부근의 주꾸미 낚시 포인트 수심은 평균 8m. 보령권이나 서천권 포인트 수심(20m 전후)보다 훨씬 얕다. 따라서 초보꾼들이 입질을 파악하기 훨씬 쉽고, 마릿수 낚시에도 힘이 적게 든다.

주꾸미 입질은 쉴 새 없이 이어졌다. 라이즈호는 이날 11시 반까지 초지도 해상에서 머문 후 거잠포항으로 돌아왔다. 오후에 바람이 터진다는 예보가 있었기 때문이다.
오전 7시 반쯤 첫 채비를 내렸고, 꾼들은 오전 11시 반까지 4시간 동안 손맛을 즐겼다. 많이 낚은 꾼은 3kg에 육박하는 조과를 올렸다. 씨알이 따라 차이가 있겠으나 주꾸미 3kg이면 마릿수로는 70~80마리 정도. 

“보통은 오후 3시까지 낚시를 합니다. 그러면 잘 낚는 꾼들은 10kg까지 조과를 올리기도 해요.”
박경익 선장의 말이 아니더라도 주꾸미낚시는 누구나 쉽게 마릿수 손맛을 볼 수 있다. 이 때문에 최근에는 아이들과 함께 가족단위로 배에 오르는 꾼들도 많다. 그리고 어떤 가족은 낚시꾼 아빠보다 엄마나 아이들이 더 많이 낚아내는 경우도 있다. 이렇게 낚아낸 주꾸미는 미리 준비한 지퍼백에 나눠 담아 집으로 가져간 후 깨끗이 씻어 샤브샤브 요리를 하거나 매콤한 주꾸미 볶음 등으로 즐긴다. 남은 주꾸미는 냉동실에 넣어두고 필요할 때마다 꺼내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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