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정지 얼음낚시 개장 첫날 정오 무렵, 유일하게 입질을 받은 김포꾼 신현돈 씨(사진=월간낚시21 제공)
난정지 얼음낚시 개장 첫날 정오 무렵, 유일하게 입질을 받은 김포꾼 신현돈 씨(사진=월간낚시21 제공)

강화도 최고의 대형붕어터, 난정지가 올해 첫 얼음낚시를 개장했다. 그 기념으로 폭죽 한 방을 쏘아 올렸다. 저력의 대형붕어터답게 4짜 붕어를 첫탕에 배출해냈다. 제방 한가운데에서 70~80m 정도 중심부로 들어간 지점, 수심 5.2m 바닥에서 낚인 난정지 4짜는 왜 난정지가 대형붕어터인지를 여실히 입증했다.
다만 아쉬운 점은 첫탕에서 나온 조과가 딱 한 마리라는 것(정오 무렵까지). 터가 세기로 유명한 낚시터이긴 하지만 올겨울 난정지 얼음낚시 조황이 썩 밝지만은 않은 이유이기도 하다.
나는 난정지가 얼음낚시터를 개장하는 날(12월 5일) 오전 일찍 교동도로 들어갔다.

난정리 마을에서 열어젖힌 얼음판

“출입증 있으십니까?”
“예? 출입증…?”
‘아차차, 맞아 여기는 민통선이지.’
나는 그제야 인식했다. 강화도에서 교동도로 들어가는 길목, 교동대교 초입에 해병대 검문소가 있다는 걸. 출입증 발급 절차는 간단했다. 이름과 차량번호, 전화번호를 알려주면 그 자리에서 바로 출입증을 받을 수 있다.
“오늘은 새벽부터 꽤 많은 차들이 들어가네요.”
출입증을 발급해주는 해병대원이 의아하다는 듯 중얼거린다. 나는 씨익 웃었다.
“대부분 낚시꾼들이죠?”
“예, 그런 것 같습니다.”
출입증을 받은 나는 교동대교를 건너 곧장 이어진 길을 따라 교동도 서쪽 끝으로 들어간다. 예상했던 대로 제법 많은 꾼들이 새벽 교동대교를 건넌 모양이다.
사실 나는 교동대교가 개통된 후 이날 처음 교동도를 찾았다. 매년 얼음낚시 시즌이면 고구지 조황 취재를 위해 배를 타고 교동도에 들어가곤 했지만 최근 3~4년 동안에는 찾아가지 않았다. 
내가 오늘(1월 5일) 교동도에 들어간 이유는 단 하나. ‘전통과 저력의 대형붕어터’ 난정지 얼음판이 열렸기 때문이다. 수년째 낚시금지 구역으로 묶여있던 난정지는 작년 8월부터 낚시가 허용됐고, 이날 얼음낚시터를 개장했다. 즉, 2021년 난정지 얼음낚시 첫탕이 시작되는 날이 오늘, 1월 5일이다.
지나는 길 오른쪽에 고구지 얼음판이 보인다. 관리소 아래와 제방 오른쪽 야산 밑에 몇몇 꾼들이 얼음구멍을 뚫고 있다. 고구지를 지나 4.5km 정도 서쪽으로 들어가니 오른쪽 멀리 난정지 제방이 보인다. 나는 길을 따라 제방 왼쪽으로 진입한다.
“어서 오세요. 입어료는 1만 5,000원입니다.”
난정리 마을사람들이 저수지 입구에서 영수증을 발급하고 있다. 작년 여름부터 난정리 마을에서 난정지 관리를 하며 낚시꾼들을 받고 있다. 입어료는 붕어낚시 1만 5,000원, 루어낚시 1만 원. 

첫탕의 기대, 그 부푼 꿈을 안고

오전 8시 반. 제방 왼쪽 하류 공터에는 이미 많은 차들이 늘어서 있다. 그리고 광활하게 펼쳐진 40만 평의 수면이 꽁꽁 얼어 붙어있고, 동쪽 제방 아래부터 남쪽 연안을 따라 꽤 많은 꾼들이 자리를 잡고 있다. 눈대중으로 200~300명의 꾼들이 오늘 얼음낚시 개장에 맞춰 난정지로 몰린 듯 보인다.
얼음판 위에 한발을 디디는데, 날카로운 북서풍이 칼이 되어 목덜미를 친다. 평지형 저수지인 난정지 수면 위에서 바람을 피할 수 있는 곳은…, 없다. 그래도 모처럼 난정지를 찾은 꾼들은 각자 4짜 이상 대형붕어의 꿈을 안고 여기저기 얼음구멍을 뚫고 있다. 
나는 제방부터 왼쪽 연안을 따라 비교적 수심이 얕은 포인트를 먼저 둘러 본다. 해바라기 정원을 조성한 왼쪽 중하류 연안 갈대 수초대에 가장 많은 꾼들이 몰려 있다. 얼음 두께는 20cm 이상. 
그런데 누구 하나 낚싯대를 들어 올리는 꾼이 없다. 간혹 다시 찌를 맞추느라 얼음구멍을 살피거나 얼음구멍에 잡힌 살얼음을 걷어내는 소리만 들릴 뿐.
보통 얼음낚시는 첫탕을 뚫을 때 가장 호황을 보이는 법. 그러나 난정지의 얼음낚시 첫탕은 그 기대가 무색했다. 한 시간 이상 제방권부터 중상류 통제선 구간까지 샅샅이 훑었으나 조과는 확인할 수 없었다.
“입질요? 전혀 없어요. 잔뜩 기대하고 왔는데….”
서울에서 새벽 일찍 들어왔다는 꾼의 표정에 아쉬움이 가득 묻어있다.
“아무래도 너무 추워서 그런가 봐요.”
일기예보로는 오후부터 강추위가 시작되고, 주말까지 영하 15도 이하로 떨어진다는 첫날이 바로 오늘이다. 게다가 바닷바람이 강하게 불고 있는 탓에 얼음구멍에 채비를 내리는 것조차 쉽지 않다.

오전 9시, 중심부 맨바닥에서 올라온 찌

오전 11시 반. 나는 마지막으로 딱 한 바퀴만 더 돌아보기로 한다. 이번에는 제방부터 저수지 중심 쪽으로 방향을 잡는다. 체념이 빠른 꾼들은 벌써 낚싯대를 접고 있는 게 보인다.
“오늘은 안 되는 날이네요. 그래도 저기 저 분은 한 마리 낚은 거 같던데…”
낚시꾼 한 사람이 대를 접으며 자신의 손가락으로 한쪽을 가리킨다. 제방 한가운데에서 70~80m 지점 떨어진 중심부에 앉은 꾼.
아이고, 이렇게 반가울 수가. 이 넓은 저수지 얼음판 위를 반나절 헤매던 나에게 그가 전한 조과 소식은 한 줄기 빛이었다. 나는 그가 가리키는 사람에게로 얼른 다가갔다.
“안녕하세요? 월간낚시21에서 왔습니다. 한 마리 하셨다면서요?”
“아, 예. 저기….”
자신의 왼쪽 뒤 얼음판을 가리키는 꾼. 거기 얼음그릇에 든 건 붕어였다. 게다가 이건 한눈에도 4짜다.
“아침 7시에 대를 폈는데, 한 9시쯤 입질을 받았어요.”
이날 난정지에서 유일한 조과를 올린 꾼은 김포에서 온 신현돈 씨. 처음부터 수심 깊은 저수지 중심부 맨바닥을 노렸고, 그 작전이 들어맞았다고 한다. 
“수심은 5.2m 정도 됩니다.”
4칸대 외바늘에 지렁이 서너 마리를 꿰어 넣은 것에서 입질이 들어왔다. 
“맨 바닥에 세운 찌라서 입질은 깨끗했어요. 수심이 깊어서 그런지 손맛은 확실하게 봤네요.”
나는 정오 무렵 난정지에서 빠져 나왔다. 그때까지 난정지 40만 평 수면 위에서 입질을 받은 꾼은 딱 한 명. 신현돈 씨가 유일했다. 

난정지 4짜는 정말 로또일까?

사실 난정지는 물낚시 시즌에도 꾼들에게 마릿수 재미를 안기는 곳은 아니다. 타이밍을 아주 잘 맞춰야 한두 마리 입질을 볼까 말까 하는 곳이 바로 난정지다. 그러나 일단 낚이면 최소 30cm 중후반에서 4짜급 손맛을 안기는 곳. 이 때문에 ‘난정지 4짜는 로또’라는 말도 있기는 하다. 
그렇다 하더라도 낚시금지가 풀린 후 맞이한 얼음낚시 첫탕의 난정지는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것만은 사실이다. 그래도 꾼들은 난정지에 대한 기대의 끈을 놓지 않는다.
“오늘은 너무 춥잖아요. 며칠 포근해진 후 다시 오면 그때는 몇 마리 볼 것 같아요.”
서울 답십리에서 온 꾼의 표정이 딱히 허탈한 것만은 아닌 게 그 이유다.

<박스>
난정지는 어떤 곳?
인근 고구지와 함께 교동도 2대 대형붕어터

난정지는 강화도 본섬에서 서쪽으로 3~4km 떨어져 있는 섬, 교동도 서쪽 해안에 있는 저수지다. 주소지는 인천광역시 강화군 교동면 교동서로 340번길 115.
수면적 40만 평의 평지형 저수지로 지난 2000년 담수를 시작해서 2002년에 첫 만수를 기록했다. 이후 2003년 1월 첫 얼음낚시 때 씨알 좋은 붕어가 마릿수로 낚이면서 꾼들에게 알려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매년 월척 이상 4짜급 대형붕어가 낚이면서 인근 고구지와 함께 교동도의 대형붕어터로 자리를 잡았다. 
그러나 낚시 쓰레기 문제가 불거지면서 군부대와 마을에서 낚시꾼들의 출입을 막는 게 되풀이 되었고, 급기야 낚시금지구역으로 지정되기까지 했다. 그러다가 작년 8월, 난정리 마을 어촌계에서 ‘난정낚시터’라는 이름으로 허가를 내고 정식으로 낚시터를 운영하고 있다. 
박용구 난정낚시터 운영총무는 “낚시터에서 나오는 수익금은 마을의 발전과 교동도 전체 주민들을 위해 쓸 계획”이라며 “내년에는 낚시터 주변 환경을 가꾸어 낚시꾼들이 편하게 즐길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난정낚시터는 작년 12월 수익금으로 교동섬 쌀 800kg(80포)를 면사무소에 기탁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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