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덕지에서 월척 손맛을 본 필자(왼쪽)와 유동철 호남골 붕어 회장.
호덕지에서 월척 손맛을 본 필자(왼쪽)와 유동철 호남골 붕어 회장(사진=월간낚시21 제공)

세밑과 정초에 불어닥친 한파와 많은 눈 때문에 호남지방의 도로 여건이 좋지 않아 출조 계획을 세웠던 많은 꾼들의 발이 묶였다. 그러다가 새해 첫날 다행히 기온이 오른다. 나는 신년 연휴 출조 길을 나선다.
남쪽 해안가 터들을 탐색하고 있는데, 유동철 호남골 붕어 회장에게 문자 메시지가 온다. 
“신년 붕어 손맛 알차게 보고 있는 중.”
장소는 전남 고흥군 과역면 호덕리에 있는 호덕지. 

작년 말부터 이어진 마릿수 행진

3만 2,000여 평의 저수지 중상류 연안에 제법 많은 차들이 보인다. 최상류 연안에는 살얼음이 잡혀있다. 강한 바람에도 추운 줄 모르고 떼 지어 물놀이를 즐기는 물오리들도 보인다. 
먼저 산 아래 포인트로 가본다. 전북 임실에서 온 형제꾼이 나란히 낚시를 즐기고 있다. 보름 동안의 장박을 즐기고 있다고 한다.
“세밑 한파가 오기 전까지는 여기서 월척과 준척급 붕어로 마릿수 손맛을 봤어요. 지금은 낱마리 수준입니다.” 
미끼는 옥수수가 좋고, 늦은 저녁과 새벽에 붕어 입질이 잦단다. 주변 청소를 말끔히 한 후 쓰레기 봉투를 테트 옆에 두고 낚시를 즐기는 모습은 아주 인상적이다. 

될수록 긴 대로 깊은 수심 공략

마을 앞 중상류 연안에는 호남골 붕어 회원들이 자리를 꿰차고 있다. 나는 낯익은 회원들과 반갑게 새해 인사를 나누고 포인트를 찾아 나선다. 연안을 따라 뗏장수초와 갈대, 부들 등이 잘 형성돼 있다. 수심은 대략 1m. 중류 창고 앞은 1.7m 정도로 조금 더 깊다.
나는 호남골 붕어 회원들과 조금 떨어진 중하류권에 자리를 잡는다. 4칸 이상 긴 대를 펴서 1cm라도 더 깊은 바닥에 찌를 세운다. 선발대는 늘 그렇듯, 지렁이. 그러나 찌에 미동도 없다. 
이른 저녁식사를 한 후 다시 자리에 앉아 미리 던져둔 채집망을 건진다. 씨알 좋은 새우가 한가득, 참붕어까지 섞여 있다. 
‘이 겨울에 새우 참붕어 활성이 이렇게 좋으니 조황도 좋을 수밖에….’

채집망 잔뜩 들어온 자생 새우

나는 채집한 새우와 참붕어를 미끼로 찌불을 밝힌다. 기대했던 초저녁은 바람과 함께 흘러간다. 그러다가 바람이 잠깐 멈춘 밤. 드디어 첫 입질이 온다. 31cm 월척이다. 새해 첫 조과를 월척으로 장식한다. 이후에도 나는 계속된 입질에 마릿수 준척급 붕어로 손맛을 즐긴다. 멈추다 불다를 반복하는 바람 덕(?)인지 연안이 꽁꽁 얼어붙지는 않는다.

1인당 준ㆍ월척 10여 마리씩

다음 날 동이 튼 호덕지. 바람은 조금씩 강해지고 있지만 꾼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새 미끼로 채비를 내린다. 나도 햇살이 수면 가득 비출 무렵 월척 한 마리를 더 걸어낸다.  
이날 호덕지는 월척과 준척급 붕어를 마릿수로 배출했다. 1인당 10여 마리의 조과. 산 아래 포인트는 저녁 10시 이후와 새벽에 입질이 있었다. 미끼는 옥수수. 건너편 마을 앞 포인트에서는 초저녁과 밤에 잦은 입질이 있었고, 새우 미끼가 잘 들었다. 긴 대에서 입질이 더 잦았다는 게 공통점. 그러나 낚이는 씨알과 마릿수는 산 아래 포인트가 훨씬 나아보였다.
호덕지는 수년 전 블루길이 유입되긴 했지만 몇 차례 공사 이후 토종붕어 터로 회복된 곳이다. 실제로 지금은 자생 새우와 참붕어의 개체수가 많이 늘었고, 한겨울에도 채집이 잘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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