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에서 온 김정윤 씨가 주꾸미 입질을 받았다(사진=월간낚시21 제공)
수원에서 온 김정윤 씨가 주꾸미 입질을 받았다(사진=월간낚시21 제공)

한겨울에 주꾸미가 낚인다는 정보를 받았다. 그것도 알주꾸미가. 나는 지난 1월 24일 그 현장을 확인하기 위해 전남 여수로 향했다.
물때는 4물. 만조 6시 13분, 간조 12시 30분. 하루에 밀물과 썰물이 두 번 교차한다. 주꾸미 낚시를 즐기기에는 아주 좋은 물때다. 이번에 내가 오른 배는 블루웨이호. 선상낚시를 위해 여수를 찾으면 항상 이용하는 낚싯배다. 블루웨이호 선장은 배에 오르는 꾼들에게 항상 하는 말이 있다.
“배에 승선함과 동시에 우리는 가족입니다.”
실제로 블루웨이호 선장은 아내와 함께 출조를 하고, 손님들을 가족처럼 대한다.

탁한 물색에 더딘 스타트

그러나 이날 바다 상황은 썩 좋은 편이 아니었다. 전날 밤 불었던 바람 탓인지 바닷물이 온통 뒤집어졌다. 물이 너무 탁했다. 시작하기도 전에 거의 반 포기 상태. 걱정했던 대로 해가 뜨기 전까지는 이렇다 할 조과는 없었다. 오전 8시까지 낚인 건 주꾸미 4마리뿐.
그러나 해가 떠오르자 상황이 바뀐다. 여기저기서 히트 소리가 들린다. 뱃머리에 있던 진주꾼 두 명이 마수걸이를 한다. 
그러나 물색은 여전히 흐리다. 바람은 북동풍. 주꾸미 입질이 예민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나는 예민해져 있는 알주꾸미 입질을 받기 위해 예민하게 채비를 운영해 본다. 
그렇게 시간은 흘러 오전 10시. 중썰물이 시작되는 시점이다. 이때부터 이른바 ‘느나 타임(넣으면 나오는 시간)’이 시작됐다. 아주 짧은 시간이긴 했지만 채비가 내려가면 바로 알주꾸미가 올라탔다. 여기저기서 히트와 랜딩이 이어진다.
이날 블루웨이호에 오른 꾼들은 대부분 8 대 2 혹은 9 대 1 휨새의 MH~H 로드를 쓰고 있었다. 

마릿수 욕심 버리고 손맛에 집중

이날 첫 쌍걸이를 연출한 사람은 다름 아닌 제부국 선장이었다. 묵직하고 굵은 주꾸미 두 마리를 동시에 올리자 배 위에 있던 꾼들의 시선이 한꺼번에 제 선장에게 쏠린다. 나도 파란색 에기로 한 마리씩 조과를 쌓아갔다. 가을 주꾸미와 달리 겨울 알주꾸미답게 그 손맛은 묵직했다.
선미에서 조용히 낚시를 즐기고 있는 여성꾼 배은정 씨도 부쩍 예민해진 주꾸미의 ‘다리질’을 읽기 위해 열심히 채비를 운영한다. 쉴새 없이 채비를 바꿔가며 주꾸미 입질을 읽어내는 그 정성이 놀라웠다. 나는 엄두도 내지 못하는 아주 무거운 채비로 마릿수 조과를 거두고 있다.
어느덧 철수 시간. 배 위에 있던 꾼들이 자신들의 조과를 지퍼백에 담는다. 1인 당 조과는 평균 10여 마리. 많이 낚은 꾼은 40~50마리의 주꾸미 손맛을 봤다.
이처럼 겨울 알주꾸미 선상낚시는 가을과 같은 마릿수 조과를 기대하기는 힘들다. 물때를 잘 맞춘 날 날씨가 아주 좋다면 세 자릿수 조과를 노려볼만 하겠지만 오늘 같은 상황에서는 욕심을 버리는 게 정신건강에 이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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