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례문화 등 경북 북부지방 상류주택의 생활문화 보전

 '상주 수암 종택' 전경 [문화재청 제공]
 '상주 수암 종택' 전경 [문화재청 제공]

문화재청은 경상북도 상주시 중동면에 있는 상주 수암종택(尙州 修巖 宗宅)을 22일 국가민속문화재로 지정하였다. 

상주 수암종택은 ‘징비록’으로 유명한 서애 류성룡(1542~1607)의 셋째 아들 수암 류진(1582~1635)을 불천위로 모시는 종가다.

속리산, 팔공산, 일월산의 지맥이 모이고, 낙동강과 위천이 합류하는 ‘삼산이수(三山二水)’의 명당자리에 자리하고 있다.

종택은 안채와 사랑채가 하나로 연결된 'ㅁ'자형 본채와 별채인 녹사청, 사당으로 구성되었다. 

경북 북부 지방 건축 양식이 반영된 본채는 안채의 대청 오른쪽 마루방의 지면을 들어 올려 누마루처럼 꾸민 점이 특징이다.   대청 상량 묵서(墨書·먹물로 쓴 글씨)에는 1858년에 지었다는 기록이 있다.

본채 앞에 있는 'ㄱ'자형의 건물인 녹사청은 류진의 7대손인 류후조(1798∼1876)가 1872년 '봉조하'(奉朝賀)라는 벼슬을 받은 뒤 녹봉을 가져오는 관리를 맞이하고, 묵게 한 건물로 추정된다.  봉조하는 70세 내외의 2품 이상 퇴직 관료에게 특별히 내린 벼슬이다.

 상주 수암 종택의 녹사청 전경 [문화재청 제공]
 상주 수암 종택의 녹사청 전경 [문화재청 제공]

문화재청은 "녹사청 같은 건물이 민가에 남아 있는 것이 희소한 사례로 평가된다"며 "청백리 집안답게 별다른 장식 없이 소박하지만, 당시 사회구조를 이해할 수 있는 역사적 가치를 갖는다"고 말했다.

수암 종택에서는 류진의 불천위 제사를 비롯해 다양한 제사가 지금까지 전승되고 있다.

녹봉 증서인 '녹패', 편지, 문집 같은 옛 문헌과 가마, 관복 등 여러 민속 유물이 남아 있어 19세기 이전 상주 지역의 상류 주택 생활문화를 잘 보여준다고 전했다.

류진이 쓴 '임진록'(壬辰錄)과 '임자록'(壬子錄), 흥선대원군과 류후조가 주고받은 글인 '운현간첩'(雲峴簡牒) 등도 보존됐다. 이 자료들은 박물관과 대학 등에 기증·기탁되어 보존되고 있다.

수암 종택에는 여러 흥미로운 일화도 전해진다.

흥선대원군은 한때 이곳에 머물며 영남 지역 인물을 파악하며 후일을 도모했다고 한다.  종택의 대나무 병풍이 흥선대원군 작품이라는 설도 있다. 고종이 왕위에 오른 뒤 류후조는 이조참판, 우의정에 임명됐다.

여러 벼슬에도 청렴한 생활을 했던 류후조는 녹봉이 떨어졌을 때 손님이 오면 아무것도 넣지 않고 끓인 물인 '백비탕'(白沸湯)을 놋그릇에 담아 정성껏 대접하며 예를 했다고 한다.

류진의 11대손인 류우국(1895∼1928)은 중국 상하이 임시정부 활동에 참여했고, 조선의열단에서 김지섭 등과 함께 활동했다. 베이징에서 '혁명도보', '혈조'와 같은 매체를 발행하기도 했다.  정부는 1990년 그에게 건국훈장 애국장을 추서했다.
 

저작권자 © 리빙TV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