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편성이 막 끝난 직후 필자에게 찾아온 4짜 붕어를 들고 한 컷(사진=리빙TV DB)

“진주 진성면에 있는 소류지 답사를 해보니 새우 미끼에 월척들 반응이 좋더라.”
나는 박주호 씨에게 오늘 여기로 출조를 권한다. 
이미 잘 알고 있는 저수지라 박주호 씨는 먼저 가서 낮 낚시를 즐기고 있다. 도중에 안성준 씨가 합류한다. 그러나 예상 밖으로 입질이 없다고 한다.
이제 바닥에서 말풀이 5cm 정도 자라나는 시점이라 밤낚시를 해보면 씨알 좋은 붕어를 만날 수 있는 타이밍인데, 좀 아쉬운 마음이다.

야산 버드나무 아래가 수상해

오후 늦은 시각 낚시터를 옮기기로 결정한다. 경남 진주시 대곡면 마진리에 있는 계곡형 저수지 마진지. 
박주호 씨는 최상류, 중류에는 안성준 씨가 자리를 잡는다. 늦게 도착한 나는 제방 왼쪽 끝 산 밑을 포인트로 삼고 낚시 준비를 한다. 오늘은 물 가까이 붙어 자리를 잡는다. 왼쪽에는 버드나무가 있는 완만한 야산이다.
우선 4칸대로 제방 왼쪽 구석 수심 1.5m 지점에 찌 하나를 세운다. 5.6칸대로는 11시 방면 버드나무 군락 앞 수심 1.8m에 채비를 내린다. 미끼는 새우. 대편성을 끝낸 후 혼자 중얼거린다.
“5.6칸대, 진짜 포인트 멋지네!”
이렇게 해서 모두 6대의 낚싯대가 각각 다른 수심층을 공략하고 있다.

기대했던 그 5.6칸대에서…

일행들이 내 자리로 와서 담소를 나누던 시각이 오후 3시 50분. 이때 5.6칸대 찌에서 작은 움직임이 포착된다.
“어라…? 찌 움직임이 심상찮네.”
나는 계속 찌 움직임을 신중하게 지켜본다. 아주 느리면서도 무겁게 움직이는 찌. 찌톱 두 마디 정도 올라오더니 물속으로 쑥 들어간다. 그러더니 다시 연안으로 서서히 이동하면서 솟아오른다. 
이때 힘찬 챔질.
“어~, 뭐야?”
틀림없이 뭔가가 걸리긴 했는데, 저항하는 힘이 없다.
“7치 정도 되겠는데요.”
박주호 안성준 씨가 뒤에서 중얼거린다. 그 순간, 녀석이 갑자기 물속으로 차고 나가기 시작한다. 이윽고 5.6칸대가 활처럼 휜다. 오랜만에 줄 떨리는 소리를 낸다.

활처럼 휘는 낚싯대와 피아노 줄 소리

“첨버덩~!”
물 밖으로 한 번 뛰어오르는 녀석. 헐, 한눈에도 4짜급이다.
녀석이 다시 한 번 물속으로 사정없이 처박는다. 나는 아주 천천히 녀석의 힘을 빼면서 낚싯대의 긴장감을 유지한다. 그리고 서서히 연안으로 떠오르는 녀석을 두 손으로 받아낸다.
“낚시 시작한 지 1시간. 너무 빨리 나온 거 아냐?”
“어떤 분이 그러더군요. 토종붕어 4짜는 전생에 나라를 구한 사람에게만 주어진다고. ㅎㅎㅎ”
우리는 저녁 식사도 마다하고 해 지기 전 한 마리 더 나오지 않을까 싶은 마음에 낚시에 집중했다. 
그러나 그 이후로 낚이는 붕어는 18~27cm까지가 주 씨알. 결국 다음날 아침 낚싯대를 접을 때까지 마진지는 대답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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