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오징어 에깅 쫄깃한 먹물세례가 “팡팡~!”

경기도 파주에서 온 김종영 씨. 씨알 굵은 갑오징어의 물세례를 받고 있다(사진=월간낚시21 제공)

“나오기 시작하네요.”
“여기도 한 마리~!”
자월도(인천 옹진군 자월면) 동쪽 수심 13m 바닥에서 드디어 마릿수 입질이 터진다. 
지난 10월 7일. 오전 11시 50분. 아직은 눈에 띄게 씨알이 굵어진 건 아니지만 어른 손바닥만 한 갑오징어가 낚이기 시작한다.
이날은 순전히 갑오징어만 노리고 계획한 출조였다. 추석날(10월 1일) 영종도에서 루어 전문 낚싯배 ‘라이즈호’를 모는 박경익 선장이 나에게 제안을 했다.
“수요일(10월 7일)에는 갑오징어만 노리고 나가볼까 합니다. 소수 정예로 팀을 꾸렸어요.”

늦게 열린 인천 갑오징어 시즌

그는 주꾸미 마릿수 조과는 꾸준한데, 올해는 이상하게 갑오징어가 잘 낚이지 않는다고 말한다. 아니 정확히는, 시즌이 늦어지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9월 한 달 동안 갑오징어 출조에 주꾸미만 낚이는 바람에 꾼들에게 선비를 1만 원 씩 돌려주고 있었단다. 라이즈호의 주꾸미 출조는 1인 8만 원, 갑오징어 출조는 1인 9만 원. 
“갑오징어 출조를 했는데, 갑오징어는 낚이지 않고 주꾸미만 올라오니 손님들에게 미안해서….”
라는 게 박 선장의 말이다.
이 때문에 라이즈호는 10월 초까지 본격적인 갑오징어 출조를 못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탐사를 겸해서 잡은 날이 오늘이었다.

의외로 얕은 수심에서 입질 시작

영종도 거잠포 선착장에서 5명의 전문꾼들을 실은 라이즈호(선장 박경익)가 출항한 시각은 오전 7시. 바람이 약하지 않다. 제법 쌀쌀한 가을 오전. 라이즈호는 잠진도와 실미도 서쪽을 돌아 서남쪽으로 향한다. 바람이 거세고 파도가 높다.
“어휴, 말도 마세요. 어제(10월 6일)와 그제(10월 5일)은 거의 태풍 수준이었어요.”
박경익 선장은 그 이틀 동안 출항을 포기했다고 말한다. 그나마 오늘은 바람이 덜 부는 날이란다. 
30여 분 달리자 왼쪽 앞에 자월도가 보인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여기서부터는 바다가 잔잔하다.
“여긴 완전히 다른 바다네요?”
거잠포에서 여기까지 오는 동안 꽤 높은 파도에 시달린 내가 박경익 선장에게 물었다.
“그렇죠? 자월도 뒤로 들어가면 파도가 잠잠해요. 여기까지 나오는 게 문제죠.”
동서로 길쭉하게 놓인 자월도가 찬 북서풍을 병풍처럼 막고 있기 때문이란다.
라이즈호는 자월도 서쪽을 돌아 선착장(자월도 선착장) 왼쪽의 갑진모래해변이 보이는 곳에 일단 멈춘다. 수심은 25m. 
“여기부터 시작해 봅시다.”
그러나 시작부터 3시간 동안은 조과가 신통치 않았다. 드문드문 한 마리씩 낚이긴 했지만 입질이 더디다. 
“갑오징어 낚시가 이렇게 어려우면 안 되는데….”
박경익 선장은 잠깐 생각을 하더니 뱃머리를 동쪽으로 돌린다. 그렇게 해서 정오 무렵 찾아간 곳이 바로 자월도 동쪽 해상이었고, 의외로 얕은 수심(12~13m)에서 마릿수 입질이 들어온 것이다.
이 마릿수 입질은 경기도 파주에서 온 김종영, 김영철 씨가 주도했다. 라이즈호 왼쪽 선미에서 낚시를 한 이 두 사람은 서로 주거니 받거니 갑오징어 입질을 받아낸다. 특히 김영철 씨의 조과는 독보적이었다. 다른 사람들이 아직 한 자릿수 조과에 머물러 있을 때 김영철 씨는 이미 20여 마리를 훌쩍 넘기는 조과를 올리고 있다. 

6시간 동안 1인 두 자릿수 확인

이윽고 나머지 세 사람도 이들의 채비를 ‘컨닝’한 후 갑오징어의 ‘다리 질’을 읽어낸다. 김영철 씨의 채비가 특별한 건 아니었다. 다만 상황이 약간 이상하다 싶으면 그는 바로 에기를 바꾸었다. 다양한 색깔의 에기로 갑오징어를 유혹한 것이다.
김영철 씨는 고패질을 크게 하지도 않는다. 바닥까지 채비를 내린 후 봉돌만 바닥에 닿게 하고 원줄을 긴장감을 유지하면서 갑오징어의 입질을 읽는다. 즉, ‘스테이(stay)’ 기법만으로 아직은 예민한 갑오징어의 다리 느낌을 잡아내는 것이다.
“이번에는 수심 깊은 곳으로 가서 제대로 손맛 한 번 봅시다.”
갑오징어의 마릿수 입질을 확인한 박경익 선장은 확신을 가졌다. 자월도 동쪽 사면에서 훌쩍 떨어진 곳, 30m 이상 수심권으로 포인트를 옮긴다. 
“여기는 4년 전에 갑오징어 자원을 확인한 곳입니다.”
물골의 사면을 따라 배를 흘리면 뱃머리부터 선미까지 죽 늘어선 꾼들의 채비에 차례로 갑오징어가 매달리는 포인트라는 게 박경익 선장의 설명이다.
그리고 이날 실제로 라이즈호에 오른 탐사팀 5명은 여기서 굵직한 씨알의 갑오징어로 마릿수를 채웠다. 
더 이상의 탐사는 의미가 없다. 오후 3시. 꾼들은 낚싯대를 접었다. 이날의 장원은 35마리를 낚아낸 김영철 씨. 초반에 고전을 하던 다른 꾼들도 마지막 포인트에서 15~25마리 정도 낚아냈다.
“이 정도면 앞으로 자신 있게 출조할 수 있겠네요. 내일부터는 갑오징어만 출조할 겁니다.”
박경익 선장은 이날 탐사로 충분한 자신감을 얻었다. 영종도 라이즈호는 10월 8일부터 본격적으로 갑오징어 출조를 시작한다. 그 시즌은 11월 말까지 이어진다. 마릿수 조과는 당연한 것이고, 지금부터는 이른바 ‘신발짝’ 갑오징어를 노린다.
영종도는 서울과 수도권 꾼들에게 ‘안방터’나 다름 없다. 새벽잠 설치지 않고 비교적 느긋하게 집을 나서서 마릿수 조과를 들고 해가 지기 전에 돌아올 수 있는 곳이다. 싱싱한 갑오징어 회를 그날 저녁 밥상에 올릴 수 있다는 것이 영종도 출조의 가장 큰 매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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