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참돔 러버지깅의 명인이라 불리는 아카자와 야스히로 씨(사진=리빙TV DB)

참돔 루어낚시 시즌이 절정으로 치닫고 있다. 제주도와 남해안을 시작으로 4월 중순 쯤 서해안을 따라 북상하는 참돔 러버지깅(rubber jigging)은 매년 초여름부터 군산-서천-보령-안면도-태안 해상에서 피크시즌을 맞는다. 이중에서도 ‘한국 참돔 러버지깅의 메카’라고 불리는 고군산군도는 6월 말 현재 최고의 시즌을 구가하고 있다. 조류 소통이 좋고 광활한 암반바닥을 가진 고군산군도 해역은 참돔이 서식하기 좋은 환경을 가지고 있다.

참돔 루어낚시의 메카, 고군산군도

8년 전(2010년 4월) 새만금방조제가 놓인 후 서해안 최고의 ‘참돔 밭’인 고군산군도의 말도 해역은 꾼들과 부쩍 가까워졌다. 새만금방조제 한가운데 섬, 야미도가 육로로 연결이 되면서 지금은 야미도 선착장에서 말도까지 배로 30분이면 도착한다.
일본 참돔 러버지깅의 명인이라 불리는 아카자와 야스히로 씨가 지난 6월 23일 고군산군도를 찾아왔다. 일본 시마노 필드테스터로 활동하는 아카자와 씨는 같은 날 야미도에서 열린 ‘시마노 컵 참돔 선상 루어낚시 페스티벌’에 주관사(주식회사 윤성) 초청으로 한국을 방문한 것.
8척의 배에 나눠 탄 110명의 아마추어 선수들이 야미도를 출항한 후 아카자와 명인은 미리 준비된 낚싯배(씨스타호, 선장 김일래 010-8363-0909)에 올랐다.
오전 7시. 씨스타호는 야미도 선착장에서 서쪽으로 15km 떨어진 말도 북쪽 해상에서 멈췄다. 조타실 어군탐지기에 찍힌 바닥까지의 수심은 55m. 채비를 수직으로 내리는 버티컬 지깅(vertical jigging)이 기본인 참돔낚시에서는 꽤 깊은 수심이다.
“지금은 조류가 거의 멈춰있기 때문에 채비 운용에 큰 어려움은 없을 겁니다.”
김일래 선장은 물이 흐르지 않고 있어서 다소 수심이 깊어도 채비가 떠내려가지 않을 거라고 말한다.
아카자와 씨가 꺼낸 건 60g짜리 오렌지 색 러버지그(일명 ‘타이라바’). 수심 깊은 바닥을 노리기에는 대상어의 눈에 쉽게 띄는 이른바 ‘어필 컬러’의 루어가 낫다는 판단이다.

입질 예민할 때는 러버(rubber)를 가늘게

그러나 입질은 쉽게 들어오지 않았다. 조류가 완전히 멎어버린 정조 때인 탓도 있지만 최근 고군산군도 부근의 참돔 조황이 전반적으로 부진한 상태다. 씨스타호는 말도 북쪽 해상에서 서쪽으로 돌아 다시 한 번 포지션을 잡는다.
이때 아카자와 씨의 낚싯대 끝이 살짝 움직인다. ‘투둑 툭’. 입질이다. 릴을 감으며 입걸림이 된 걸 확인한 아카자와 씨가 낚싯대를 세운다. 부드럽게 U자로 휘는 낚싯대. 천천히 릴링을 계속한다. 참돔일까…? 50m 바닥에서 수면까지 채비를 올리는 시간은 꽤 길다. 이제 거의 다 올라왔다. 그런데 수면에 얼핏 비친 건 참돔이 아니다. 거무튀튀한 놈이다. 김일래 선장의 뜰채 속에 들어온 놈은 광어였다.
이후 서너 군데의 포인트를 더 섭렵하면서도 참돔 대신 광어와 노래미 몇 마리만 더 낚아낸다. 시간은 흘러 어느덧 정오. 배 위에서 점심을 먹는다. 배는 다시 말도 북쪽 해상으로 향했다. 이제는 중썰물 때.
“입질이 굉장히 예민합니다. 활성도가 많이 떨어져 있나 봐요.”
아카자와 씨는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참돔을 후킹 해 내기가 쉽지 않다고 판단했다. 소품박스를 뒤지던 그는 가위를 꺼낸다. 자신의 러버지그에서 러버(rubber, 가늘고 길게 늘어져 있는 고무)만 따로 분리해 낸다. 그리고는 그 러버를 세로로 길게 반 잘라낸다. 다시 러버지그의 헤드와 러버를 연결하는 아카자와 씨. 러버의 색깔은 빨간색과 검정색이 섞여있다. 헤드는 처음과 같은 오렌지 색 60g짜리.

폴링(falling) 후 따라 올라오며 입질

오른쪽 뱃머리로 자리를 옮긴 아카자와 씨는 러브지그를 바로 내리지 않고 캐스팅 하듯 전방으로 멀리 던진다. 풀려 내려가던 원줄이 덜커덕 멈춘다. 러브지그가 바닥에 닿았다는 신호. 아카자와 씨가 천천히 릴을 감는다. 하나, 둘, 셋…. 열다섯 바퀴 정도 릴을 감은 후 클러치를 눌러 다시 바닥까지 러버지그를 내린다. 그리고 다시 릴링. 이렇게 같은 동작을 세 번쯤 반복했을 때….
“히트~!”
아카자와 씨가 짧고 나직하게 소리친다. 크게 휜 낚싯대 끝이 릴을 감을 때마다 쿡쿡 수면으로 처박힌다. 전형적인 참돔 입질이다.
천천히 떠오르는 어체. 이내 불그스름해지는 수면. 그렇게 기다리던 참돔이 물 위로 떠오르고 있다. 수면 위에 올라와서도 끝까지 저항하는 참돔. 그러나 이쯤 되면 최후의 승리는 언제나 꾼의 몫이다. 아카자와 씨는 마지막까지 낚싯대를 세워 원줄을 팽팽하게 유지한다. 이윽고 체념 한 듯 뜰채 안으로 들어가서 가쁜 숨을 몰아쉬는 참돔.
“러버지그가 바닥에 닿은 후 여덟 번 릴을 감았을 때 입질이 들어왔어요.”
바닥에 떨어진 러버지그가 다시 위로 올라가는 걸 본 참돔이, 그걸 따라 올라가며 덥석 입에 물었다는 게 아카자와 씨의 설명이다. 어렵사리, 그러나 끝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고 자신이 가진 모든 테크닉을 쏟아 부은 아카자와 씨의 멋진 피날레였다.
야미도 항으로 돌아오는 배 위에서 아카자와 씨는 예민한 입질을 극복하는 자신만의 팁을 소개했다. 그건 바로 ‘러버를 반으로 자르는 것’이었다. 점심을 먹고 오후 낚시를 하기 전 가위로 러버를 길게 반으로 갈랐던 그의 행동이 그제야 이해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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